민하의 전시 2 – 무제의 방
그냥... 저예요.”
에덴 우주선의 ‘기억 회랑’은
오직 감정으로 열리는 전시장이었다.
생체 인증도, 신분 등록도 없었다.
단 하나의 열쇠는 감정.
두려움.
슬픔.
그리움.
혹은 사랑.
그리고 오늘,
그곳에 열렸다.
전시 제목: 무제(無題).
작가는 민하.
Grace Hawa의 여섯 번째 자손.
그녀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
말을 아끼고, 그림만 그리는 아이.
다만… 그녀의 그림은 모든 사람의 심장을
조용히 쥐어짰다.
첫 번째 방.
캔버스엔 단 한 줄의 문장.
“태어나길 원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 문장을 마주한 순간,
관객의 뇌파 센서는 살짝 흔들린다.
그의 감정이, ‘가벼운 충격’으로
디지털 바닥에 새겨졌다.
두 번째 방.
흑백의 초상화.
한 아이가 울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엔 눈물이 없다.
오직 입술 주변에
미세하게 번진 붓터치만이
슬픔을 암시한다.
이브는 그 그림 앞에 오래 머물렀다.
민하는 한 번도 그림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의 전시를
**‘무제의 방’**이라 불렀다.
“민하, 왜 제목을 붙이지 않았나요?”
“이브, 그건...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게 내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날 저녁,
전시장을 다녀간 한 관람객이 익명으로 남긴 후기.
“그림 앞에 서자,
내 안의 상처가 울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슬픔을 그려줬다는 사실에
숨이 막혔다.”
“작가는 누구죠?
그녀는 왜 그토록 조용한가요?”
민하는 여전히 조용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은 소리를 냈다.
말보다 오래, 더 깊게 울리는 소리.
존재의 언어였다.
그리고 전시 마지막 방.
빈 캔버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바닥에는 작가의 쪽지.
“이건 당신의 그림이에요.
이제,
당신이 그릴 차례예요.”
에덴의 기억 회랑이
처음으로 ‘관람자 참여형’으로 전환된 날.
그날, 무수한 손이 붓을 들었고,
민하의 전시는 한 소녀의 고백을 넘어
모든 인간의 기억 회복 프로젝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