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이 사랑에 빠지다. 6

반항아 최민식

by injury time

# 이글은 100%허구로 지어진 단편소설임을 밝힙니다.



영애의 스카이원룸 102호는 다닥다닥 지어진 신사동 원룸촌 안의 파란 벽돌 건물이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복도식 건물로 입구에서 두 번째 집이 그들의 아지트다. 민식은 자주 영애와 함께 스카이원룸에서 지냈고, 민식이 오고 갈 때마다 첫째 집 101호 관리인이 건들건들 시답잖은 말을 걸곤 했다. 관리인은 마치 집 지키는 불량한 똥개 같았다.

반쯤 열린 베란다 창문에 기댄 채 담배를 입에 물고 시시덕거리며 그들은 섹스를 했다. 민식은 지구 끝까지 닿을 것처럼 집요하게 영애 안을 헤맸다. 방음도 안되고, 중문이나 이중창도 아닌 싸구려 원룸에서 그들은 세상 둘밖에 안 남은 듯 보였다. 뻥 뚫린 하늘 아래에서 따듯한 아침을 맞이하는 꿈을 꾸며 그들은 다시 못 올 청춘의 시간들을 보냈다.


민식과 생활한 지 3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영애는 그동안 작은 엔터회사에서 스크랩터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중파 프로그램을 자체 기획, 제작하는 회사이다. 영애는 거기서 PD들이 조사해오라는 내용을 스크랩하고, 섭외하고, 준비하는 일을 했다.

민식은 여전히 극단 생활을 하며 점점 인정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인정받는 것과 돈벌이하고는 상관관계가 없는 일. 민식은 늘 돈이 없어 자주 걸어 다니고, 자주 끼니를 놓치기도 했다. 어느 날, 극단 선배가 단역 알바 자리를 제안하여 처음으로 민식은 일일 드라마에 출현을 하게 된다. 연극은 늘 깊숙한 단전에서 나오는 풍부한 음색으로 실시간 연기를 해야 했지만, 드라마는 그게 아니었다. 작은 숨소리도 담을 수 있는 촬영 환경은 온몸에 있는 솜털 흔들리는 소리 하나까지도 잡아낼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이었다. 그 시스템에 민식의 속눈썹, 머리까락, 핏줄 하나까지도 민식을 도와 살아 숨 쉬는 연기를 했다.

얼마 후 최민식은 단역에서 조연, 주연까지 오르는데 일 년도 안 걸릴 정도로 초고속 인정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동안 어찌 그런 재능을 숨기고 살았을까 싶게 최민식의 연기는 한 씬, 한 씬이 예술이었고,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순수해 보이는 짙은 속눈썹을 커튼처럼 가리고 검은 눈동자의 반항아 최민식은 그 해에 신인상을 거머쥐며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다. 최민식은 너무나 바빠 영애를 찾을 수도, 연락할 수도 없을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한 번은 영애가 다니는 엔터 회사의 작품이 계약되어 민식이 출현 제의를 받은 적도 있었고, 그러면서 스치듯 영애를 만나기도 했지만 그들은 서로 아는 척을 할 수도 없고,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잊혀만 갔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최민식의 성공이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것은 아니다. 영애와 민식은 각자의 일이 생기면서 서로에게 소원해졌을 뿐이다. 그들의 청춘은 탁자 위에 놓고 간 누군가의 아이스아메리카노처럼 밍밍해져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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