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게 의미 있는 1곡을 선정해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는 수업을 하고 있는데 고3 학생 한 명이 "저는 아직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진로 시간마다 진로를 빨리 결정하라는 말을 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저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곡이라서 이 곡을 선정했습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랬구나"하고 넘어가도 되는데 괜히 선생이니까 뭐라도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을 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나이를 먹으면 연륜이 쌓이는 만큼 지혜가 쌓이니까 인생 문제에 대한 답을 척척 낼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그런데 막상 나이를 먹고 보니 아직도 나는 고민 많은 어릴 때 나랑 같더라고 다만 그때랑 지금이랑 차이는 선택지의 개수가 다른 것 같아. 어릴 때는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너무 많아서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갈팡질팡하면서 고민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고려할 게 많은 만큼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도 많아지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결정도 척척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라는 말을 했습니다. 별말 아니고 다음 발표자가 발표 준비를 마칠 시간을 벌기 위해서 한 말인데 여학생 한 명이 눈을 반짝이며 제 이야기를 들어주더군요.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학생들이 가는 서울대에도 전공 설계 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예전에 저희과 합창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인데 "여기서 음악으로 밥 벌어먹고사는 사람은 10퍼센트도 안될 거야. 그래도 사범대니까 더 될 수도 있겠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생 전체로 보면 매우 짧은 시기인 학창 시절에 한 전공 선택이 돈을 버는 시기인 청년기 전체를 좌우한다고 생각하면 그 누구도 쉽게 진로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뭐가 됐던지 열심히 참여해 봐.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강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했는데 공군사관학교 특강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저희 반 학생 한 명이 "어차피 성적이 안 돼서 못 가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냥 넘어가도 되는데 선생이라고 또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사관학교는 1차에서 정원의 7배수를 뽑는데 수능 전에 수능 연습차 시험 보는 학생들이 많아서 예비를 다 돌려도 미달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단다. 그 기회를 내가 잡을 수도 있어. 생각이 있으면 무조건 신청해 보는 거지"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날은 학생 한 명이 "선생님은 진로 선택도 끝났고 결혼도 하시고 아이도 있으셔서 좋겠어요"라고 해서 웃으면서 "그렇게 보이니? 사실 나는 아직도 진로 선택 중이야. 교사를 때려치우고 뭘 할까를 항상 고민하지. 그래서 이것저것 열심히 배우고 이 책, 저 책 열심히 읽고 있지"라는 말을 했습니다.
선생이니까 아이들이 갈 길을 먼저 가본 어른으로써 "다 내가 너희 때 겪어 본 일이니 이 선생님에게 고민 상담을 하면 다 해결해 줄 수 있어"라고 말해야 하지만 전 아직도 학생들과 수준이 같은 것 같습니다. 고민 수준이 딱 고등학생 때 이후로 하나도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저 모의고사 망했어요. 수능 망치면 어떡하죠?"라는 질문에 "괜찮아 우리에게는 재수가 있어"라고 말하면서 "선생님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모의고사를 잘 봐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긴장을 해서 시험도중에 심각한 복통이 찾아와서 시험을 아애 못 본 적이 있었거든. 그래서 가장 잘 봐야겠다고 생각한 시험에서 가장 나쁜 점수를 받게 됐어. 수능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고. 긴장하지 말고 봐. 그게 최고야. 그리고 안되면 재수하면 되는 거야."라는 말을 했습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합니다. 삶은 '고(괴로울 고)'로 가득 차 있지만 '고'가 있기 때문에 행복이 더 값진 것 같습니다.
인생은 온통 불확실함으로 가득 차 있지만 불확실하니까 거기서 대박도 나오고 쪽박도 나오는 게 아닐까요......
많이 산 것도 아니고 저보다 더 굴곡진 인생을 사신 분이 많겠지만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일까'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람은 다 똑같아서 내 옆사람도 내 뒷사람도 똑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차이는 얼마나 깊게 몰입하냐겠죠.
저는 아직도 n춘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오늘도 저의 진로를 찾아 열심히 떠나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