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와 AI: 교실 속 관찰기

by yuri

젊음은 왜 늘 새로움과 닮아 있을까

젊다는 것은 어쩌면 ‘새로움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힘’ 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AI 유료 구독률이 높은 나라지만, 교사들의 일상 속에서는 아직 AI 활용이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자리 잡지 못한 듯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다릅니다. 아이들에게 AI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익숙한 공기’에 가깝습니다. 발표 자료를 만들 때는 감마를 쓰고, 음악을 만들 때는 소라를 켭니다.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마치 친구에게 묻듯 ChatGPT에 질문을 던집니다.

그 결과, 교실의 공기 자체가 달라진 듯합니다. 토론을 시켜보면 아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논리적으로 말하고, 근거 자료도 탄탄합니다. PPT 화면도 눈에 띄게 화려합니다. 확실히 AI가 등장하면서 교실의 평균치가 한 단계 올라갔음을 실감합니다.


사라져 버린 길 잃기의 시간

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 묘한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모르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 잠시 멈추어 고민하기보다 너무 쉽게 AI에게 묻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공부가 정답을 얻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답을 얻기까지의 ‘길 잃은 시간’, 그 답답하고 지루한 시간이야말로 사고력을 키우는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길을 헤매다 보면 속도는 느릴지라도,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지식과 경험은 훨씬 단단하고 오래 남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그런 시간을 낭비로 여깁니다.

가성비라는 말이 일상이 된 시대. 불필요한 수고를 줄이고 효율만을 따지는 문화가 아이들의 사고 훈련마저 가로막는 듯합니다. “몇 초 만에 답을 얻을 수 있는데, 왜 몇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하죠?”라는 태도는 그들의 일상적인 사고방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느 날 시험 문제로 “바로크 음악이 사용된 영화를 찾고, 그 장면에서 왜 그 음악이 쓰였는지 논술하시오”라는 문제를 냈습니다. 한 학생이 글을 아주 그럴듯하게 써냈습니다. 문장은 매끄럽고 구조도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에는 바로크 음악이 단 한 곡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정말 그 장면에서 이 음악이 나왔니?”라고 묻자, 학생은 태연하게 답했습니다.
“AI가 그렇다고 해서, 저는 그냥 외워 적었어요.”

그 말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아이의 잘못이라기보다, 답을 너무 쉽게 건네주는 시대의 풍경이 빚어낸 장면 같았습니다.

독서 과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난 뒤 반드시 독후감을 쓰게 합니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읽으며 떠오른 질문을 적게 하지요. 그런데 몇몇 아이들은 책을 펼치지도 않고도 독후감을 제출했습니다. AI에게 줄거리를 요약해 달라고 하고, 질문까지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고, 더 나아가 학문에 대한 호기심을 느껴 관심 분야를 깊이 탐구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 바람은 너무 쉽게 무너져버렸습니다.


편리함 뒤에 드리운 긴 그림자

AI는 분명 매혹적인 도구입니다. 혼자서도 여러 명의 몫을 해낼 수 있고,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여줍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 속에는 그림자도 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AI의 생각’을 ‘내 생각’이라 착각하게 되고, 결국 ‘생각하는 힘’ 자체를 놓쳐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내일의 세상으로 건너가는 다리 위에서

이 문제는 교실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언젠가 아이들은 교실을 떠나 사회로 나가게 될 테니까요. 직장에서는 단순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능력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 속에서 방향을 잡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길을 만들어내는 힘이야말로 진짜 실력입니다.

AI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직접 걸어가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입니다. 스스로의 두 발로 걸어야만 자기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고민의 시간을 낭비로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머리를 싸매고 답을 찾던 그 시간이야말로, 나중에 삶의 중요한 순간을 버텨내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AI가 줄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과정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단단한 내면입니다.


Z세대가 앞으로 사회에서 빛을 발하려면, AI의 장점을 마음껏 누리면서도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야말로 젊음이 가진 가장 큰 특권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특권을 잃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 지금 교실에서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이 아닐까 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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