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 시간, 한 학생이 뚱딴지같은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찬물은 기름으로 만드는 게 아닌데 왜 기름이 없으면 찬물을 못 마셔요?"
순간 당황스러웠다. 내 전공 분야도 아닐뿐더러, 자칫 잘못 답변했다가 지식의 밑천이 드러날까 두려움이 앞섰다.
‘어차피 나는 음악 선생님인데 굳이 대답을 해야 하나?’라는 못된 마음이 고개를 들었지만, 아이의 눈동자에 맺힌 호기심을 외면할 순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선에서 세상의 연결고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석유로 찬물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물을 차갑게 유지하는 냉장고를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하고, 그 전기를 만드는 데는 천연가스가 많이 쓰인단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은 석유뿐만 아니라 천연가스가 지나다니는 길목이기도 해서, 거기가 봉쇄되면 가스 수급도 타격을 입어 전력난이 온단다. 어디 그뿐이겠니? 물을 담는 페트병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로 만드는데, 원유 수입이 안 되면 페트병 자체를 만들 수가 없게 돼. 결국 중동의 분쟁이 우리 손 안의 시원한 생수병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거란다."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부른다는 ‘나비효과’는 비단 기상학의 이론만이 아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세상은 이토록 촘촘하게 엮여 서로의 생존을 떠받치고 있는 공생관계다. 하나가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연결된 모든 일상이 흔들린다.
이러한 ‘연결의 감각’은 최근 직업 시장의 판도 변화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며칠 전, 최고의 소개팅 복장은 명품 슈트가 아니라 SK 하이닉스의 작업복이라는 말을 들었다.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이 도래하며 전 직원 성과급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의 선망은 순식간에 이동했다. 친구와 요즘 최고로 부러운 사람은 부부 모두 SK 하이닉스에 다니는 사람이라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월급만 모아서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니. 부럽다.) 여기에 삼성까지 가세해 공대생들이 의사 부럽지 않은 보상을 받는 모습이 가시화된다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의대 쏠림’ 현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 모른다.
한국이 성형과 피부 미용 분야에서 세계적인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역설적인 현상이다. 국가 최고의 인재들이 오직 ‘돈이 되는 곳’을 향해 몰려가 피부과와 성형외과 간판을 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의 흐름이 공대로, 첨단 산업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의사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공대생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된다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무조건 의대로만 향하는 비정상적인 흐름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작년, 고1 담임을 맡으며 목격한 상위권 학생들의 변화는 꽤 흥미로웠다. 의대보다는 공대 진학을 생각하는 아이들이 꽤 많아진 것이다. 나는 이 현상을 긍정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실 의사라는 직업에는 정년이 없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누적 의사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지금 의대에 입학해도 전문의 자격을 따기까지는 족히 10년이 걸리는데, 인구는 줄고 의사 수는 포화 상태가 될 10년 후를 가정한다면 수익률이 예전만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지극히 실리적인 조언을 건네곤 한다.
“집에 돈이 많으면 의대에 가고, 집에 돈이 없으면 공대에 가라.”
의대는 긴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자격이라는 성벽을 지키는 ‘수성(守城)’의 길이라면, 공대는 자신의 역량에 따라 폭발적인 부를 창출해 새로운 성을 빼앗는 ‘공성(攻城)’의 길이기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한 학생일수록, 빨리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야 한다.
p.s. 그래서 ETF를 중국은 테크 관련, 한국은 바이오를 샀는데 수익률이 왜 이럴까? 너무 일찍 들어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