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길거리에는 특색 있는 음식점보다는 프랜차이즈만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메가스터디, 이투스 같은 사교육에 의존해야 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가면서 공부하는 건 다 옛날 스타일입니다.
어느 새부터 우리는 스스로 답을 찾기보다는 남들이 찾은 답을 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다른 집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레시피를 개발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위험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며 본사에서 알려주는 레시피데로, 본사에서 주는 재료를 가지고 요리합니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도서관에 가서 이 책, 저 책을 찾아보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께 쪼르르 달려가서 물어봅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은 암기법도 알려줍니다. 책을 찾아가며 공부하는 건 과외받을 돈이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실패에 호의적이지 않은 나라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실패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잘립니다. 그래서 검증되고 안정된 방법만 시도합니다. 잘못돼서 목이 날아갈 바에는 무능하고 꽉 막힌 사람이라고 욕을 먹는 게 낫습니다.
tvN <알쓸인잡>을 보는데 심채경 천문학 박사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나사 같은 기관은 뭘 잘못했다고 해서 그 관련된 사람을 자르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요. 왜냐면 이 사람이 실패를 했잖아요.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에요. 뭘 하면 실패하는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몸소 경험한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그 사람을 거기 그대로 앉혀놓고 네가 잘못한 것은 네가 해결해라고 해요.”
창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부는 수시로 교육과정에 손을 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 청년들은 창의력이 없고 도전정신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한국 청년들이 외국 청년들에 비해서 능력이 부족해서가 결코 아닙니다. 잘못하면 그대로 게임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패자부활전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제 집착력입니다.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영재와 일반인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과제 집착력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것이 회복 탄력성입니다. 회복 탄력성이란 어려움이나 역경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능력을 말합니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감정적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합니다. 문제는 실패를 했을 때 누군가는 주저앉아 세상을 원망하지만 누군가는 그 실패를 딛고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실패를 경험해봐야 합니다. 매도 많이 맞다 보면 요령이 생기듯이 실패도 많이 하다 보면 굳이 해보지 않아도 ‘이렇게 하면 실패할 텐데…’하는 촉이 생깁니다.
「부자의 그릇」(이즈미 마사토. 다산북스. 2024)에서 부자 노인은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에는 꾸벅꾸벅 졸지만 실패 스토리에는 흥미롭다는 듯 경청합니다. 의사들도 성공한 수술보다 실패한 수술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수학 문제 한 문제 더 풀고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는 중요한 것은 되도록 많은 경험하고, 많은 실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금 기회를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어야 하겠지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자녀의 실패를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그노벨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유머 과학 잡지인 <황당무게 리서치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한 상으로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주는 상입니다. 이그노벨 수상작 중에는 "걸을 때, 왜 커피가 넘치는 걸까?", "비스킷을 커피에 찍어 먹을 때, 얼마나 담가야 할까?" 등이 있습니다.
앙드레 가임은 개구리를 공중부양시키는 매력적인 연구를 통해 2000년에 이그노벨상을 받았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0년엔 그래핀 추출 성과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늘의 나의 허튼짓이 내일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