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렇게 학교 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으니 대안학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세요."
"대안학교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보다는 잘 아시는 분이 말씀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담임이 말해야 줘. 상담 선생님께 대안학교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시면 주실 거예요. 그거 보고 학생과 학부모님께 말씀해 주세요"
지금 이라면 다른 선택을 하겠지만 저보다 경험이 많은 선생님께서 말하시기도 했고, 그게 아이에게 더 좋은 방향이라고 하셔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습니다.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학부모님께서 저에게 적대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으셨는데 그 이야기를 꺼낸 이후에 제가 한 모든 지도는 아이를 학교에서 쫓아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건너 건너 들은 이야기로는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학교에서 우리 아이를 버리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똑같은 순간을 맞이한다면 대안학교 이야기를 꺼내지 않던지 아니면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원하면 언제든지 돌아와도 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죠….
예체능 교과는 외부 강사랑 협력해서 수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선생님 강사비를 지원해 준다고 하니까 같이 수업을 진행해 보는 게 어떠세요?"
"시간이 맞는 분이 안 계세요. 그리고 같은 수업을 각각 다른 학생들에게 진행해야 되는데 그러면 제가 그 강사분 수업을 똑같이 진행해야 됩니다. 그건 너무 부담일 것 같아요"
"2개 중 한 개라도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면 선생님은 그때 쉴 수 있으니까 좋은 거잖아요. 해보세요. 주무부서에서도 시책사업이라 돈을 써야 한다고 하니까 해보세요"
그때는 음악관련해서 여러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고 수업을 한 시간이라도 덜 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강사 선생님들은 특정 분야에 대해서 저보다 전문성이 뛰어나기도 하고 학교 사정을 잘 모르시니 중간에서 조율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강사비, 수업 물품 구입, 학생 개별 피드백 등 수업 전반에 필요한 행정사항 등을 다 제가 처리해야 되더군요….
내 수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수업을 똑같이 진행하는 것도 힘들고,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협의 하에 비슷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힘들고,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푸념과 민원을 처리하는 것도 힘들고, 기존에 내가 하던 일에 추가적인 행정처리를 더해서 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편하게 일하려고 했다가 일만 더 늘어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남이 좋다고 해보라고 권하는 일에 "진짜로 좋은 거 맞아요?", "선생님도 해보셨어요?", "해보신 분은 어떻데요?"라는 말부터 되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말하자면 저는 istj에 속합니다. 인간관계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며 같이 일하기보다는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일이 많은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상황을 중재하고 많은 사람과 협력해서 일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처음 계획했던 상황에서 자꾸 변수가 발생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소심해서 남한테 싫은 소리도 못하는 편입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매뉴얼적인 일을 좋아하지만 과목이 음악이라 학교행사, 학생행사 등 온갖 행사를 주관하는 부서에서 주로 일을 했습니다.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갈등을 중재해야 되는 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지금은 mbti 검사를 했을 때 isfj도 나오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역시 혼자 일하는 게 편합니다.
요즘 ai가 발달해서 전체적인 큰 틀만 알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를 할 수 있어서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러사람이 오랜시간을 들여 할 일을 혼자서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인간관계 문제는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긴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해결해야 하지만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자신에게 맞는 일도 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추천한 데로 시키는 데로 아무 생각 없이 했다가 고생만 하고 끝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잘 맞는 일이고 방법일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전혀 안 맞을 수 있습니다.
<치유를 파는 찻집>(모리사와 아키오. 북플라자. 2023)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람은 말이야 진지하게 망설여질 때 안일하게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르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직접 답을 찾고 그 답대로 움직이는 게 좋아. 결과적으로 성공하든 실패하든 후련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괜히 남의 말을 듣고 했다가 잘못되면 그 사람이 원망스럽고 미워 보입니다.
말만 하고 결과가 잘못되면 "선생님이 했잖아요"라고 말하며 모든 책임을 저에게 돌립니다. 그들은 충고와 제안만 했을 뿐 실제 행한 사람은 저니까요.
내가 생각하고 결정하고 한 행동은 잘못돼도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이번 기회에 하나 배웠네'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책임을 질 때도 덜 억울한 것 같습니다.
남의 말과 의견에 너무 휘둘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