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시절 저는 잘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생 한 명 한 명 개인레슨을 하고 피드백을 주는데 열중했습니다.
수업 중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학생은 별다른 제재 없이 보내주었습니다. '유치원생이 아니니까 화장실까지 데려다줄 필요는 없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날도 열심히 개인레슨을 하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남학생 한 명이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말하고 나갔습니다.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학생이 슬슬 걱정이 되었지만 '큰 문제없겠지…'라고 잠깐 생각하고는 수업을 이어나갔습니다.
잠시 후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학생 한 명이 저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선생님 ○○이가 다쳤어요."라고 말하며 다가왔습니다. 놀란 마음에 복도로 나가보니 화장실에 간다는 아이가 피를 흘리고 복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간다고 교실 밖을 나간 아이는 계단 난간을 타고 이 교실, 저 교실 문을 타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래로 착지하는 과정에 복도에 있던 물 웅덩이에 밟아 미끄러졌습니다. 미끄러지는 과정에 손으로 유리 창문을 강하게 터치했고 그 유리가 깨지면서 손목에 있는 혈관 일부를 잘라버렸습니다.
119 구급차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아 본교에서 근무하고 있던 선생님 한 분이 아이를 인근 병원으로 급하게 이송하였습니다.
"선생님 만일에 아이가 잘못되면 임용 자체를 못 보게 될 수 있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최대한 자세하게 경위서로 써서 제출해 주세요"라는 말하셔서 울면서 경위서를 썼습니다.
다행히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해 수술을 진행했고 아버님께서 "우리 애가 잘못했는걸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큰 문제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학생 한 명이 다급하게 저를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교실 유리가 깨졌어요. 그런데 ○○이가 다쳤어요…" 밥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다급하게 교실로 뛰어갔습니다.
교실에 가보니 운동장 쪽 창문이 깨져있었고 유리 파편이 손목을 그었는지 저희 반 남학생 한 명이 붉은 피를 뚝뚝 흘리고 서 있었습니다.
보건 선생님도 안 계시고 119 구급차를 기다릴 여유가 안 되겠다는 판단에 무작정 교무실로 달려가서 "차 있는 선생님! 저 좀 태워주세요. 애가 다쳤어요"라고 도움을 구했습니다.
다행히 같은 부서 선생님께서 도움을 주셨고 학부모님께서 다니는 병원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달라고 하셔서 교실 뒷정리를 다른 선생님께 부탁하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가자마자 아이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저를 데려다주신 선생님께서는 5교시 수업이 있어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담임이자 보호자였기 때문에 교무부에 수업 교환을 요청한 후 수술실 앞에서 보호자를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수술실을 향해 뛰어오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유리창 쪽 창문에 기대면서 손을 댔는데 갑자기 유리가 깨졌고, 그 파편이 손목에 박혔습니다."라고 사건의 경위를 설명드렸습니다.
"도대체 학교는 시설물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애가 이렇게 다칠 수 있는 거죠?", "담임은 뭐 하고 있었줘"라는 질타가 저에게 날아들 줄 알았는데 "선생님께서 많이 놀라셨겠네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놀랐습니다.
"선생님 이제부터는 제가 있을 테니까 학교로 돌아가 보세요… 아!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으셔서 "같은 부서 선생님 차를 타고 왔는데 그분은 수업이 있으셔서 먼저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러면 제가 학교까지 태워다 드릴게요"라고 하셨습니다.
아직 아이가 수술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어머님! 괜찮습니다. 택시 타고 가면 됩니다"라고 말했지만 "제가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그래요…"라고 말씀하셔서 눈 딱 감고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학교에 있으면 종종 구급차를 보게 됩니다.
2층 관중석에서 뛰어내렸는데 착지를 잘못하는 바람에 다리와 허리 쪽 뼈가 손상되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학생도 있었습니다.
기절놀이를 하다가 바로 깨어나지 못한 아이 때문에 십년감수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발을 접질리거나, 계단에서 가볍게 굴러 넘어져 타박상을 입은 정도는 이제 '그럴 수 있어'라고 당황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학교로 구급차가 오고 아이가 들것에 실려가고 수술실로 향하는 상황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입니다.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가면 종종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안전사고에 주의하세요"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끼임 사고가 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인솔해서 체험학습을 가보고 알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발끼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요…. 결국 부담임 선생님께서 부상당한 아이를 데리고 구급차를 타셨습니다.
한 번은 진통제를 복용했는데도 계속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와 함께 구급차에 타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프지 않다고 해서 뻘쭘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구급차를 타면 무조건 응급실에 진료 접수가 된다는 것을요….
학교는 정말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인 것 같습니다. 한가하다 싶으면 꼭 어디선가 사건사고가 터져서 지루한 일상을 알록달록하게 만들어줍니다.
젊다는 것은 창의적인 것 같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신박한 사고를 내고, 하지 말마고 했음에도 꼭 해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사고를 안치면 좋겠지만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겠죠….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를 만나게 되는데 당황하지만 않으면 잘 수습할 수 있습니다. 보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되고 119에 연락해도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처리할지 다 알려줍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무엇보다도 든든한 학교안전공제회가 있으니까요. 웬만하면 보험처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는 그냥 지나가지 마시고 반듯이 제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부상을 당하고 수술을 해야만 하는 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아이의 위험한 행동에 제재를 했느냐, 안했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