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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란 착각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by 리치스피커

교육의 힘이었을까? 아니면 계속 성장하는 한국의 여러 기업과 문화로 인한 국뽕이었을까? 언젠가 나도 모르게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가지고 살아가던 내가 미국에 와서 큰 국가를 보니 그제야 보이는 여러 착각들을 스스로 깨닫고 반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국만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모르게 한국에서 느끼는 자부심들이 미국에서는 부질없다는 것을 새삼 매일 느끼며 살아간다.


부지런한 민족이란 착각

어떤 이유에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항상 세뇌되어 있던 말 중에 하나가 한국인은 부지런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살다 보니 이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첫 번째로 새벽에 운동을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미국에는 엄청 많다. 심지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뛴다. 물론 이들 모두 부지런한지는 증명할 길이 없으나 대체로 운동이 생활화되어있고, 운동을 매일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그렇다 보니 헬스장 운영이 매우 잘되고 공원에 테니스나 축구, 농구 등의 체육시설이 여러 개 있을 정도로 매우 잘 발달이 되어있다. 두 번째로 아침에 일찍 일을 시작한다. 고등학교 시절 0교시라는 것이 있었다. 아침 8시까지 등교해서 9시까지 자습을 하던 고등학생 때 잠이 많던 나에게 이런 0교시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도 7시 40분에 1교시 수업이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주마다 혹은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렇게 일찍 시작하는 하루 일과가 아무렇지 않게 진행이 된다. 세 번째로 시간 개념이 철저하다. 한국에서는 시간을 어기는 것이 실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뭔가 서로 이해해 주는 문화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살았다. 아마도 복잡한 서울의 특성상 차가 많이 막히고 사람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문화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시간개념은 특이할 정도로 정각에 맞추는 것을 매너라고 생각한다. 차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고 땅이 넓은데도 상당히 시간 개념이 투철하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착각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동양인의 문화를 가진 한국이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한 나의 착각은 미국의 인사문화에서 깨지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한국인들이 꽤나 정의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디어에 노출된 미국은 언제나 범죄와 마약이 많은 위험한 나라로 알려져 있고, 인종차별 같은 것으로 특히나 흑인과 아시아인들에 대한 무시를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겪어보니 아예 없지는 않으나 사실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도 개별적인 차이가 있듯 여기도 비슷하게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상당히 친절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인사문화는 아직도 적응하기 힘들다. 공원에서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굿 모닝~" 할 수 있는 이 문화가 나는 아직 낯설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 옷이 이쁘면 "와~ 너 옷 멋지다.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인사할 수 있는 문화를 한국에서 겪어본 적이 있던가. 오히려 그렇게 말을 건네면 '저 사람 이상하네'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시선이 더 익숙하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부터 옆집에 누가 사는지, 동네에 어르신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보던 우리네 문화가 저기 산골 어딘가에 묻혀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삼스레 아쉬움을 느낀다.

image_readmed_2021_275386_16164782134583590.jpg 출처 : 매일 경제 (에릭남 CNN인터뷰)
미국에서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란 착각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온 미국에서 가장 큰 장벽을 느끼는 것은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다. 정말 생각보다 인종의 장벽은 높았다. 그리고 영주권과 시민권 같은 것이 없이 살아가는 아시아인은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잘하지 않는 이상 미국 사람들과 경쟁에서 공정하게 심사받기는 어렵다. 어느 미국 방송에서 에릭 남이라는 연예인이 인터뷰를 하는 영상이 생각난다. 미국인들이 교포 2세인 에릭 남에게 "왜 미국인인 네가 한국에 가서 커리어를 쌓아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야 했냐?"는 비아냥 섞인 질문에 에릭 남이 답하길 "네가 아는 뮤지션 중에 미국에서 데뷔한 아시아인이 있으면 이야기해봐라"라는 말에 아무 말 못 하고 자신들이 얼마나 인종차별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상이 꽤나 돌아다녔다. 사실 이 말이 정말 정확하게 미국 현실에서 한국인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아시안 부자가 많지만 그들은 부자이기에 사회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지 부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약간의 무시감을 받는 것이 일상이다. 물론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에 뭔지 나도 모르게 훅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 미국에서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한 것 같다. 생각보다 현실의 벽은 높기 때문이다. 그래도 워낙 인구가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중산층의 입장에선 보다 사람답고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못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잘 살기 위해선 단순히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을 듯이 열심히 살아야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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