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빗부터 크레딧까지 알쏭달쏭 미국 신용카드 세계
미국에 입국하고 한국에서 사용하던 카드를 쓰려고 하니 해외 사용 수수료도 아깝고 매번 달라지는 환율 걱정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서 신용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F-2 비자인 나는 은행계좌를 여는 것조차 불가능하지만 아내의 명의에 배우자로 등록해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국의 신용카드에 대해 여러모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에 없는 카드
미국에 도착한 외국인은 다양한 비자 형태에 따라서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는 은행과 종류에서 차이가 생겼다. 특히나 가장 낮은 신분으로 취급받는 학생 비자로는 데빗카드(일종의 체크카드)만 만들 수 있었는데 예외로 딱 하나 학생이나 대학원생은 일정 부분 학교에 일을 하고 받는 월급이 있으므로 Discover이라는 신용카드만 개설할 수 있었다. 참고로 SSN(Social Security Number)이나 ITIN(Individual taxpayer identification number)이 있어야만 신용카드 신청이 가능하다. 이 외에 마일모아나 미준모 같은 한국인 커뮤니티에서는 Secured카드라는 것도 종종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으면 만들라고 권장하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Secured카드는 보증금을 넣어놓고 보증금의 90% 정도만큼 신용으로 쓸 수 있는 카드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카드가 발급되는 은행은 대부분 지방의 작은 은행이고, 사실 웬만한 한국 유학생이라면 이제는 Secured 카드 없이 바로 Discover로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이 것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우선 학교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이제 Discover 홈페이지에 가서 바로 신용카드를 신청했다. 별다른 이슈없이 모든 학생들은 대부분 승인이 나듯 우리도 그렇게 승인이 났고 한 달에 2000달러를 사용할 수 있는 승인이 났다.
신용점수 따는 노하우
미국에 살고 있는 사촌 형에게 미국의 신용점수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알려달라고 전화를 했다. 과거 미국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촌형은 그 이전에 미국의 신용불량자 경험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미국의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설명의 요지는 간단했다. 일단 내가 발급한 신용카드의 한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그 한도의 30%만 최종 결제일에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한 달 중 그 한도를 넘어가게 사용한다면 중간에 돈을 갚는 것이 신용점수를 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나의 신용카드 한도가 2000달러라면 그 한도의 30%인 600달러에 맞춰야 한다. 만약 결제일이 매달 1일인데 내가 20일 정도에 1000달러를 썼다면 최소한 마지막 날의 3 거래일 전에는 400달러를 갚아서 최종 결제일까지는 600달러 이하로 조정하라는 것이다. 내가 내 돈 주고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미국 신용카드이다. 그렇게 자신의 크레딧 한도의 30%에 맞추도록 관리하면서 6개월 정도 지나면 어느 순간 은행에서 신용조회가 가능해진다. 물론 핸드폰 어플로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신용 점수 측정은 FICO Score와 Karma라고 하는 2가지 점수가 있다. 추가로 Chase 은행은 자체적으로 다른 크레딧 스코어를 보여주긴 하는데 별로 의미가 없다. 그렇게 관리해서 첫 6개월 만에 나와 아내가 받은 크레딧 스코어는 755점으로 상당히 좋은 점수를 받게 되었다.
라이프 스타일 별 신용카드
한국도 신용카드가 최근에는 매우 잘 발달해서 혜택이 잘 세분화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미국은 이 신용카드의 점수를 잘 활용하지 않으면 정말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든다. 신용카드 10000포인트의 가치는 현금 100달러 정도의 가치와 유사하다. 그런데 이런 포인트를 어떤 카드를 어디서 사용하는가에 따라 적립하는 비율이 달라진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이동하는 비용을 이러한 크레딧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 가장 유명한 카드가 아멕스 골드와 체이스 사파이어 카드다. 아멕스 골드의 경우에는 델타항공과 연계가 잘 되어 있어 나중에 한국으로 들어가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연계항공편을 이용하는데 유용하다. 그리고 체이스 사파이어 카드는 유나이티드 항공과 연계가 되어있어 포인트 사용이 용이하다. 그리고 이런 신용카드들은 자체적으로 Travel 웹사이트를 제공하는데 약간 비싼 감은 있지만 포인트 적립률이 3~5배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잘 계산하면 포인트 적립에 매우 유리한 면이 있다. 마치 한국의 현대카드와 프리비아의 관계과 유사하다. 그런데 포인트가 상당히 후하게 쌓이기 때문에 항공권을 2명이 예약한다면 1~2일 숙박비 정도의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나와 아내는 체이스 사파이어 프리퍼드와 아멕스 힐튼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내 이동이 많은 우리는 체이스 트래블 사이트로 항공권과 렌터카를 주로 이용하고, 식료품과 식당 적립이 잘 되는 아멕스 힐튼에서 숙박을 주로 이용한다. 물론 더 고수분들이 마일 모아라는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기 때문에 아직 햇병아리 수준인 내가 더 자세히 말하긴 부끄럽다.
주의할 것
신나게 신용카드를 만들면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으니 몇 가지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가 탐나서 신용카드를 이것저것 만들고 싶은 욕구가 들 때가 간혹 있다. 그런데 신용카드를 주는 혜택보다 신용점수가 미국 생활에서는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용점수를 많이 신경 써야 한다. 첫 번째로 겪을 수 있는 문제는 신용카드를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신용점수가 떨어져 있는 현상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한 개 만들 때 몇 점 떨어진다는 기준은 없다 보니 사람마다 그 경우가 다 다르다. 그러니 누군가는 많이 떨어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별로 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카드를 마구 만드는 것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체이스 5/24(오이사) 룰을 기억해야 한다. 2년에 5개 이상의 카드를 만들면 체이스 카드는 더 이상 만들 수 없다. 미국에서 상당히 유명한 룰이기 때문에 이를 어길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간혹 자신의 카드 개수를 기억 못 해서 여러 가지 카드를 개설하다 보면 간혹 이를 어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세 번째로 카드 한도 관리를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앞에서 언급했듯 미국의 카드는 한도의 30% 이하를 유지해야만 신용점수 관리에 용이하다. 그런데 카드가 여러 개다 보면 이런 카드의 결제일을 넘기게 되어서 자칫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이 관리할 수 있을 만큼만 개설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포인트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될 수 있다. 신용카드 개설을 하면 주는 신규포인트는 대부분 6개월 안에 얼마만큼 소비를 하도록 되어있다. 보통은 3000달러에서 6000달러를 6개월 안에 사용해야 하는데 여러 개를 한 번에 만들다 보면 이 금액에 해당하는 소비를 마구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자칫 과소비를 하게 될 수 있으니 현명하게 소비계획을 세우고 신용카드를 개설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