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2024)
영화 줄거리
한순간의 실수로 많은 동지들을 잃게 된 ‘안중근’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방황하던 안중근은 죽어간 동지들을 떠올리며 이등박문,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거사 장소는 하얼빈. 일본군의 끈질긴 추격, 밀정의 존재, 열악한 환경을 안은 채, 동지들과 함께 하얼빈에서의 거사를 준비합니다.
수많은 역경에도 하얼빈으로 향하는 독립투사들의 발걸음은 멈추질 않는데요..
영화 리뷰
스토리가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흩어짐과 모임을 반복하면서 조금은 단조로울 수 있는 전개였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보다는 영화 내의 다양한 표현들이 흥미로웠던 영화였습니다.
특히 구도와 명암을 통해 보여주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에 주목해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이 앵글에서 촬영된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초라함을 강조하고, 어둠 속에서도 끊임없이 행동하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내면과 상황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영화 제목이 <하얼빈>인 것처럼 영화는 하얼빈에서 일어난 ‘이토 히로부미 암살사건’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영화에선 안중근 의사도 수많은 독립운동가 중 한 명으로 다뤄집니다. 그가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만을 주목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 점을 기억하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점을 뒷받침하는 두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독립군과 일본군 사이에 벌어지는 전투장면입니다. 누가 살아있는지 구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투를 이어나가고, 진흙탕에서 구르는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안중근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다른 독립군들과 마찬가지로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권총을 든 채, 싸움을 이끌어가는 지휘관들의 모습과는 차이가 느껴집니다. 그저 나라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서 전투를 치르는 안중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해당 전투씬이 가진 수평적인 구도속에도 안중근이 포함되면서 그런 의미를 더욱 강조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던 이토 히로부미 암살 장면입니다. 해당 장면을 버드 아이 뷰로 촬영했습니다. 사람들의 정수리 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위치에서 촬영했죠. 그렇기에 안중근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까레아우라’를 외치는 그의 목소리를 더욱 명확하게 들을 수 있죠.
그의 모습보다 ‘대한 독립 만세’라는 한마디에 집중하면서, 안중근 혼자만의 외침이 아닌 많은 독립군들이 모여 함께 이루어낸 외침임을 강조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하얼빈은 독립투사들의 모습을 다룬 다른 영화들에 비해, 그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인 듯했습니다. 극적인 스토리와, 감동보단 그들이 마주한 참담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음 편히 누울 한 평의 땅조차 없었을 그들의 고된 여정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