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로다크서티 리뷰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 군사 용어로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각, 즉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을 뜻합니다. 동시에 이 영화에서는 타깃을 향한 집요한 추적이 끝나는 순간이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중의적인 시간이기도 합니다.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고 사살했던 CIA의 ‘넵튠 스피어’ 작전. 이 거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역작, <제로 다크 서티>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호흡을 따르지 않습니다. 마치 한 편의 긴 옴니버스 드라마를 보듯, 파트별로 소제목을 붙여 전개되는 구성을 취합니다.
이러한 챕터식 구성은 10년이라는 긴 추적 과정을 압축하여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단서를 찾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CIA 요원들의 지루하리만치 집요한 ‘수사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줍니다.
영화는 단순히 작전만을 쫓지 않습니다. 부시에서 오바마로 이어지는 정권 교체의 분위기, 고문 수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변화 등 당시의 공기를 디테일하게 담아내며 영화의 리얼리티를 한 층 더 끌어올립니다.
우리에게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머피’로 익숙한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 그녀는 이 영화에서 CIA 요원 ‘마야’로 분해 인생 연기를 펼칩니다.
특히 러닝타임 1시간 18분경, 마야가 강한 어투로 상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장면은, 빈라덴에게 동료를 잃은 그녀의 상실감이 타깃을 향한 무서운 집념으로 뒤바뀌는 폭발적인 감정 연기를 보여줍니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집착 사이의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그녀의 눈빛은 스크린을 압도합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것은,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을 내던진 한 인간의 내면이었습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이 묵직하고 어두운 만큼, 그녀의 연기는 그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납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지막 30분입니다. 실제 작전 수행 시간과 거의 동일하게 흘러가는 이 시퀀스는 기교를 뺀 극강의 사실감을 선사합니다.
어둠 속에서 진행되는 침투 작전. 배경음악조차 절제된 고요함 속에서 들리는 숨소리와 교신음은 관객을 현장 한복판으로 끌어들입니다. ‘제로 다크 서티(12:30)’가 되는 순간, 작전은 종료되고 길었던 밤도 끝이 납니다.
그 30분의 쾌감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폭발 장면보다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가장 어두웠던 시간이 지나고 비로소 찾아온 아침, 홀로 남겨진 마야의 표정은 수많은 질문을 남깁니다.
• 빈틈없는 ‘정통 수사물’을 사랑하는 분: 허술한 개연성을 못 견디는 분들에게 완벽한 선택입니다.
• 생각할 거리가 있는 휴식을 원하시는 분: 쉬고는 싶지만,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Killing Time) 영화는 싫은 분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