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쇼맨>(2017)
A Million Dreams
주인공인 p.t바넘은 양복쟁이의 아들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19세기 미국에선 굉장히 미천한 신분이었죠. 아버지를 따라 양복을 수선해 주러 간 집에서 상류층의 딸인 채러티와 가까워집니다. 꿈이 가득하고 도전적인 바넘에게 채러티는 매력을 느끼죠. 두 사람은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바넘은 직장을 구하고, 집을 구한 뒤 결국엔 함께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너무나도 멀어 보였던 두 사람이었지만, 함께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나날들을 꿈꿉니다. 이뤄진 사랑과, 더 깊어질 사랑을 그들은 노래하죠.
직장을 다니고, 딸이 두 명 생기고, 직장을 잃게 되고 현실 속에 살며 바넘은 채러티에게 약속한 마법 같은 삶을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바넘의 딸인 캐롤라인의 생일날, 두 사람이 꿈을 꾸며 함께 불렀던 노래를 캐롤라인이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바넘은 다시 한번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Come Alive
바넘은 특이한 사람들을 모으는 공고문을 냅니다. 수염이 자라는 여자인 “레티”, 키가 아주 작은 “톰”, 흑인이어서 차별당하던 “앤” 과 “휠러” 등 많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숨어 살던 사람들이었기에, 세상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했지만 바넘의 말에 용기를 냅니다. 바넘은 그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많아집니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고, 비평가에게 ”사기꾼들의 서커스“라는 혹평을 받지만 바넘은 위기조차 기회로 삼으며 자신의 공연에 서커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계속해서 공연을 해나갑니다.
바넘의 아이디어들을 결합(?)해나가며, 서커스는 계속해서 흥행합니다. 바넘은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바넘은 가족들과 함께 대저택으로 이사하고, 딸이 가고 싶어 하던 발레 아카데미를 보내주는 등 자신이 꿈꾸던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The Other Side
딸의 발레 공연을 보러 간 바넘은, 딸이 상류층 자제들에게 따돌림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상류층이 바넘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죠. 바넘은 자신의 공연을 상류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연극을 하던 칼라일을 찾아가, 함께 서커스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수익의 10퍼센트를 받기로 하고 칼라일은 서커스단에 합류합니다. 그리고 방문한 서커스장에서 앤에게 한눈에 반해버리죠.
바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커스단에 대한 비난과 시위는 날로 커져만 갑니다. 상류층과 사회 전반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죠. 칼라일은 자신의 상류층 인맥을 통해, 서커스단에 대한 영국 여왕의 초대장을 받아옵니다. 최고위층을 공략해 사회에 어필하겠다는 생각이었죠.
Never Enough
여왕을 만나러 간 버킹엄 궁전에서 바넘은 유럽에서 유명한 오페라 가수인 “제니 린드”를 만납니다. 서커스단의 어필로 부족했던 그는 미국의 상류층에게 보여주기 위해 제니에게 미국에서의 공연을 제안합니다.
People come to my show
for the pleasure of being hoodwinked.
Just once I’d love to give them something real
제니의 미국 공연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공연의 성공을 축하하는 애프터 파티에서 바넘의 숨겨온 진심이 드러납니다. 제니의 공연은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자신을 무시했던 상류층과,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던 장인, 장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죠. 제니의 공연을 성공한 것도, 제니와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도 과시하지만 자신의 열등감만 더 드러날 뿐이었죠. 그리고 바넘은 제니를 축하하러 파티장에 들어오려 하는 서커스단원들을 막고, 파티장 문을 닫아버리기까지 합니다.
This Is Me
바넘에게까지 외면받은 서커스단원들은 상처를 입지만, 주저앉지 않습니다. 더 크게 목소리를 내며 자신들의 존재를 노래하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만의 발걸음으로 나아갑니다. 노래하며 파티장을 가로지르고, 군중들의 시위를 통과하며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당당하고, 아름답습니다.
반면 바넘은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파티장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의 찬사를 들은 바넘은, 욕심을 내기 시작합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제니와의 미국 투어를 시작하죠. 서커스단은 칼라일에게 맡겨둔 채, 인사 한마디조차 없이 바넘은 미국투어를 떠나버립니다.
Rewrite The Stars
그즈음 칼라일과 앤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칼라일은 아직 사회의 시선 때문에 망설이며 앤에게 상처를 주는 중이었죠. 서커스단원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이 바뀐 칼라일은 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갑니다.
앤과 함께 극장에 가죠. 하지만 극장에서 만난 칼라일 부모의 시선으로 인해, 앤은 극장에서 도망쳐버립니다. 칼라일은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앤의 뒤를 쫓아가죠.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칼라일이 앤을 원한다는 진심과, 앤은 칼라일까지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받을까 두려워 도망치는 것이라는 걸 말이죠. 다른 형태의 사랑을 그들은 함께 노래합니다.
From Now On
제니의 공연은 방문하는 도시마다 찬사를 받습니다. 반면 서커스단에 대한 비난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죠.
가족들과 서커스단 모두 바넘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었죠. 투어를 진행하던 바넘은 자신이 원하던 꿈이 이런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투어를 중단한 채 돌아옵니다. 하지만 거세진 시위로 서커스장은 불타고, 중단된 투어로 인해 은행에서 재산을 압류해 가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이합니다.
주저앉아있는 바넘에게 서커스단원들이 찾아옵니다. 단원들의 말에 바넘은 환호와 찬사에 눈이 멀었던 자신을 반성합니다. 무엇을 위해 자신이 쇼를 시작했는지, 자신에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 바넘은 깨닫습니다. 헛된 꿈을 꿨던 모습을 인정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며 다시 쇼를 시작할 것을 약속합니다.
THIS IS THE GREATEST SHOW
많은 사회의 벽을 허문 서커스는 더 큰 꿈을 꾸며 다시금 시작됩니다. 더 밝아진 표정의 단원들과, 더 화려해진 쇼,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채로 쇼는 계속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 후기
기억보단 느낌이 남는 영화다. 내용보단 음악들이 준 감동이 오랫동안 남는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좋은 음악들이 공연장에 앉아 뮤지컬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This is me”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서커스 단원들은 자신들의 부모조차도 평생을 숨기던 사회의 소외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준 사람에게까지 외면을 받지만, 더 이상은 주저앉지 않는다. 눈앞에서 비난과 눈초리가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외친다. 남들의 시선으로 좌우되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스스로 찾아간다.
반면 바넘은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꿈을 외치던 그는 눈앞의 달콤한 찬사와 환호에 눈이 멀어버린다. 바넘이 입고 있는 연미복은 스스로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바넘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This is me”는 점점 자신이 외치던 세상과는 멀어지고 있는 바넘에게도 해당되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어떤 시대든 의미 있을 메시지기에 그 깊이도 더욱 깊다. 사회의 외면을 받던 서커스 단원들이 내는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나답게 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자신감을 갖게 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바넘의 세상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바넘의 노래들엔 바넘이 외치던 세상들이 담겨있다. 그 세상은 다양한 색의 꿈들과 사랑이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세상이자, 관습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이었다. 많은 꿈들로 이루어진 세상을 꿈꿨다.
그가 환호와 찬사에 눈이 멀어 자신의 세상과 멀어져 가는 장면은 그의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더 깊게 들여다보게 한다. 영화에선 바넘이 제니와 함께 전국투어를 떠나버리면서, 그가 없는 곳에서의 바넘의 가족들과 서커스 단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바넘의 빈자리를 느끼며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동시에 바넘은 제니와의 공연들이 성공을 거두며 찬사를 받는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세상이 우리 발밑에 있어요 “, “난 온 세상을 당신에게 안겨다 줬어요” 하는 제니의 말을 듣는 바넘의 눈빛은 흔들린다.
이 장면은 바넘의 세상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게 했다. 제니가 가져다준 세상은 바넘이 원하던 세상이 아니었다.
가족과 서커스단을 두고, 자신이 속물이라 칭하던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공연을 주최하는 자신의 모습과 더 이상 무대 위의 주체로서 꿈을 펼치고 있지 않은 자신의 모습, 환호와 찬사의 달콤함에 이끌려 결국은 남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만들어진 세상은 자신이 노래하던 세상이 아니었다. 존재만으로 누군가의 꿈이 되고, 누군가의 행복이었던 그는 희망으로 가득 찼던 자신의 세상을 잊은 채, 부를 좇는 평범한 쇼맨이 되어 있었다.
제니의 공연을 주최했을 때부터, 바넘의 세상이 무너진 것이 화면 속에 드러났다. 연미복을 입은 관객으로 가득 찬 공연장과 연미복을 입은 바넘의 모습, 그로 인해 무채색으로 가득 찬 화면은 바넘이 채리티와 노래하던 많은 색의 꿈으로 이루어진 세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공연장 안의 서커스단, 바넘의 가족만이 연미복이 아닌 색감이 있는 옷을 입고 있었고, 연미복과는 대비를 이루며 바넘의 세상에 대한 명도를 높인다.
The noblest art is that of making others happy
바넘의 세상은 바넘의 예술과도 연결된다. 바넘이 방황 끝에 정의한 예술은 바넘의 세상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자신의 존재만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고, 누군가의 꿈이 되는 바넘의 세상은 한 조각의 예술이자,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고귀한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