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녹음된 불륜 증거, 법은 어떻게 봤을까?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 홍민정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제가 맡았던 사건 중, 우연히 녹음된 상간녀와의 대화가 불륜 증거로 제출된 특별한 사례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내의 의심에서 시작된 사건
아내 '민지'(가명)는 남편 '현수'(가명)의 외도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민지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고, 당시 현수는 상간녀와 함께 차량에 타고 있었습니다.
통화가 끝난 뒤 현수가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현수와 상간녀의 대화가 그대로 민지의 휴대전화 자동녹음 기능에 저장되고 말았습니다.
민지는 충격을 받았지만, 동시에 이 대화가 불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민지는 해당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바탕으로 상간소송을 제기했고, 3개월 후에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까지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곧 민지는 또 다른 위기에 놓였습니다. 상간녀가 민지를 고소하면서, 이번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피고인이 된 것입니다.
법이 금지하는 ‘타인 간 대화 녹음’
우리나라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고, 벌금형은 아예 규정조차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만큼 법은 불법 녹음을 엄격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민지의 상황을 법 조문에 그대로 대입하면, 분명 ‘타인 간 대화’가 녹음된 것이고, 이를 불륜 증거로써 법정에 제출했으니 위반 소지가 명확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민지는 정말 전과자가 되고 말았을까요?
재판부의 시각: “이건 우연이었다”
재판부는 사건을 조금 다른 눈으로 보았습니다. 민지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던 상황이었고, 통화가 끝난 직후 우연히 대화를 청취하고 녹음하게 된 것입니다. 애초에 민지가 계획적으로 불륜 증거를 수집하려 한 것이 아니었고, 달리 외도를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는 점이 참작되었습니다.
판결문은 이렇게 말합니다. “민지는 당시 남편이 다른 여자와 대화하는 상황에서, 외도가 아닐까 하는 불안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지, 자신이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인식을 미처 하지 못했을 수 있다.”
결국 법원은 민지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녹음 파일 제출 역시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민지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전과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면책되지는 않는다
이 판결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민지가 의도적으로 통화를 끊지 않고 녹음을 유도했거나, 차량이나 집에 녹음기를 설치했다면 결과는 전혀 달랐을 것입니다. 실제로 통신비밀보호법은 조금의 개입이나 조작이 있었을 때 엄격하게 책임을 묻습니다.
또한, 형사와 달리 민사 소송에서는 증거능력이 넓게 인정됩니다. 같은 녹음이라도 민사에서는 채택될 수 있지만, 형사에서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양쪽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글을 마치며
민지 씨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우연히 녹음된 대화’는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면 중대한 범죄가 되고, 벌금형도 없이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결국, 불륜 증거 확보와 형사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합니다. 문자, 메신저, 금융 내역 등 합법적 간접 증거를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전문가 자문을 통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민지 씨는 운 좋게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상간소송과 이혼소송, 형사재판까지 동시에 진행해야 했습니다. 누구라도 큰 고통과 부담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만약 현재 불륜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섣불리 녹음을 시도하기보다 법률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임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