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왜 낳아야 할까, 낳지 말아야 할까, 아이를 낳는 것은 행복일까
나는 올해로 23살이고 나는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 한 4명 정도?
하지만 주변을 보면 심심찮게 비혼을 선언하는 친구들을 볼 수 있고 딩크는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는 왜 트렌드를 거슬러 올라가려고 할까? 그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를 철학적으로 대답하고 싶다.
아기는 비싸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지금만큼, 특히 한국만큼 아기가 비싼 곳이 없다.
정책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적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비싸다. 왜냐하면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아이를 낳으면 농사일을 시키는 게 당연했고, 공장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며 집에서 떠났다. 하지만 지금 시대를 보면 대학교까지는 당연히 보내줘야 하고, 30살까지 부모의 용돈을 받으며 살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거에 아이는 집안의 일손이고 노동력이었지만, 현대에서는 아이를 30살까지 도와줘야 하고, 20살이 될 때까지는 일도 못 시킨다. 집안일도 안 시킬 수도...
객관적으로 손해만 보는 장사이다...
내 자리가 튼튼해야 내 아이를 30살까지 키울 수 있을 텐데 내 입 풀칠하기도 바쁘다.
이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기계가 많아지면서 사람의 자리는 줄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수반되는 당연하고 치명적인 고통이다. 정말 안타깝지만, 내가 가장 비참함을 크게 느끼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몇 살에 결혼할 거야?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하게 대답한다. 28~30쯤? 마치 누군가 정해준 것같이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돈을 좀 모은 다음에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23살에 결혼하면 틀린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대학 졸업도 전에 결혼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연봉이 XXX만원 미만이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글도 보았다. 그걸 누가 정했는지 참 의문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답은 명확하다. 가장 큰 이유는 남에게 민폐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민폐의 기준이 너무 낮아진 것 같다.
아기는 컨트롤이 불가능한 민폐덩어리다. 태어나자마자 가장 가까운 사람인 부모의 일상부터 망가트리는 예측불가의 존재이다. 우는 소리는 누군가의 집중을 방해하고, 웃는 소리는 누군가의 단잠을 깨울 수 도 있다. 부모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아이는 울고, 웃으면서 사회에 민폐를 주며 자란다.
또, 부모가 아이에게 민폐를 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밥을 먹지 않으면 배고프고, 잠을 자지 않으면 졸리지만 밥을 먹으려면 돈을 벌고, 설거지를 하고, 요리를 해야 하며, 졸린 눈을 부릅떠가며 목표하는 바를 향해 노력해야만 하는 고통뿐인 세상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이 민폐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기의 탄생은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민폐의 탄생"인 것이다.
나는 이것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시체관극"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나도 잘은 모르지만 뮤지컬 문화의 일종으로 시체처럼 아무 행동도 아무 소리도 없이 뮤지컬을 관람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의 사소한 소리와 움직임이 주변 관객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체 관극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심지어는 배려심 깊어 보이기도 한다. 근데 한편으로는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을 위해 몸을 고정시키고, 뮤지컬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절제하고, 심지어는 기침, 재채기, 숨소리까지 절제하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면 뮤지컬을 보며 즐거움을 얻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시체뿐일 것 같다. 마치 하나 있는 바나나를 갖기 위해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원숭이들 같다. 나눠먹으면 될 텐데 결국 바나나는 아무도 먹지 못하고 서로 날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시체관극이 보편화된다면 아무도 남에 의해 피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큰 공동체의 효용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최악일 것이다. 뮤지컬의 행복을 얻기 위해 자유라는 행복을 어느 정도 반납해야 하는, 결과적으로 효용의 득이 없는 제로섬게임이다. 사회에서 어떠한 득도 주지 않는 것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대중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언가를 포기하면서까지 취미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뮤지컬을 사라질지도 모른다. 당연한 경제의 이치이다.
나는 서로 민폐를 주지 않는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강한 이유는 뭉쳐 살기 때문이다. 뭉쳐산다는 것의 핵심은 내가 위험에 쳐했을 때 누군가 도와주고, 내가 다치면 누군가 간호해 준다는 것이며 나 또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민폐를 주며 다음에 당신의 민폐를 겸허히 받겠다는 약속이다. 기나긴 인류 문명의 발전기간 동안 이런 민폐 문화 덕을 톡톡히 봐 생존했으면서 이제 와서 민폐를 주고받지 않겠다는 건 근본을 부정하는 일과 같다.
우리는 서로 민폐를 주고, 받는 법을 배워야 한다.
솔직히 불가능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건 알고 있다. 쉽지 않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펑펑 뿌리면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서로 민폐를 주고받는 삶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민폐를 주더라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 큰 실수도 용서해 주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삶의 태도를 내 아이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다시 말해서, 사회 안에서 사람들끼리 부딪히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들이 가장 처음으로 만날 사회인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가족 안에서 이런 태도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구성원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를 낳는다면 4명 낳고 싶다.
세상이 너무 빠르고 넓고 어려워지고 있다. 나도 친구가 있지만 현실적이 여러 이유들로 1년에나 겨우 한번 만나는 상황이다. 인연은 흐르고 바뀌는 거라지만 내 인생 전체를 공유하는 버팀목이 있으면 참 좋지 않을까? 나는 늘 자매가 부러웠다. 이런저런 비밀 이야기를 하고 부모님 몰래 사고를 치기도 하고, 둘이 여행도 가고 옷도 나눠 입는 끈끈함이 부러웠다. 가족이란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오래 몸이 떨어져 있어도 어색해지지 않고, 중요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평생을 만날 거라고 확신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엄마인 나도 그런 역할이 될 수는 있지만 나는 아이들을 잘 키워서 사회에 내보내는 역할이지, 같이 사회에 나가 주는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뭐든 쉽게 질린다. 반복되는 삶은 재미없고 지루하다. 나는 아직 대학생이지만 취업해서 40년 동안 같은 직장에 매일매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벌써 지루하다. 내 인생에 주기적으로 사건 사고를 만들고 나를 웃게 하고 울게 하고 고민하고 결정하게 하는 존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나의 정말 정말 정말 굉장히 주관적인 생각일 것이다.
솔직히 아이를 키우지 않는 것과 아이를 1명 키우는 것의 난이도 차이는 100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1명 낳아 키우는 것도 4명 낳아 키우는 것의 난이도 차이는 10일 것 같다. 아이를 낳는 것은 내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지만 1명 낳는 것과 4명 낳아 키우는 것은 360도 터닝일 것 같다.(아닐 수도...)
그렇다면 많이 낳는 게 이득 아닌가?
이 파트에 관한 비판이(어쩌면 비난도...) 있다면 달게 받아들이겠다. 내가 미혼 23살 대학생이라는 것을 고려 부탁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무수히 노력한다. 주목받고 싶고 특별하고 싶어 개성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유튜브, 블로그, SNS로 내가 경험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 나는 이것이 인간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입장에서 나는 아이에게 세상이고 전부이고 내 말에 모든 귀를 기울여주는 나만의 관객이다. 내가 경험한 것을 모두 알려줄 수 있고 나로 인해서 성장한다는 것은 너무나 뿌듯할 것 같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요즘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이를 4명 낳고 싶은 이유였다.
나는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늘 친구들에게 "내가 4명 낳을 테니깐 누가 아이 낳으라고 잔소리하면 내가 니 몫까지 낳았다고 해~"라고 장난칠 정도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것이 불행하고, 불쌍한 일이라고 입 밖으로 뱉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쟁통에도 아이는 태어났듯이 저출생 시대에도 아이는 태어날 것이다. 그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아휴..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힘들겠다 파이팅" 이런 말을 듣는다고 상상해 보자. 모든 행복의 조건을 갖고 태어나더라도 불행해질 것 같다. 그 말을 들은 부모는 마치 시한폭탄을 낳은 기분일 것 같다. 당신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갓 태어난 아이들과 고생한 부모들에게 불행을 전파하지는 말자.
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은 아이를 낳고 싶은가? 몇 명?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