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수선하다.
사람이 우선이 아닌, 제도와 권위, 잘못된 신념이 먼저인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AI가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자율주행과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
나는 오늘,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준 세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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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젊은 용접사 도슨(Dawson)의 마음
요즘 나는 용접 저니맨 이론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캐나다에서 어프렌티스 과정을 밟지 않았기에 정식 교재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어느 날, 한 이민 가정의 가장에게 책을 선물해 주고 싶어 온라인을 뒤지던 중, 문득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최근 저니맨 시험에 합격한 이들을 떠올렸다.
그중 21세의 나이에 당당히 저니맨이 된 도슨(Dawson)이 생각났다.
나는 그에게 조심스레 교재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누구에게 필요한 책이냐고 물었고, 나는 50대 중년 이민 가정의 가장이라는 사연을 전했다. 뜻밖에도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 “그럼 그냥 드릴게요. 얼마든지요.”
그 책은 판매 시 수백 불의 가치를 가진 자료였다. 그런데 그는 이어 말했다.
> “시간을 좀 주세요. 시험 준비할 때 제가 정리해 둔 기출문제도 같이 드릴게요.”
감사한 마음에 다음 날 50불을 준비해 전하려 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 “제가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막지 말아 주세요.”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를 위해 자기의 이익을 감수하고, 노력을 더해주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책을 건네받은 날은 도슨의 휴일이었다. 맥도널드 주차장에서 그를 만났다.
늘 커버롤을 입고 일하던 모습만 보다가, 검은 재킷에 헬멧을 벗는 그의 모습을 보니 순간 멋짐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다리는 또 어찌나 길던지,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주인공 같았다.
물론 하나의 행동만으로 사람을 단정할 순 없지만,
그에게서 나는 분명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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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놀이터를 만드는 아버지
어쩌다 보니 교회 어린이 놀이터 공사에서 중심 역할을 맡게 되었다.
장로님께 건네드린 A4 한 장 짜리 설계도가 내 손에 다시 들어온 건, 아마도 그 누구도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내 제안이 뽑혔다는 말이다.
며칠 작업을 하던 중, 처음 보는 한 청년이 아침마다 봉사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걸 발견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잠시 들러 일손을 돕는다는 그를, 사람들은 ‘젊은 집사님’이라 불렀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 “야간 근무까지 하고 피곤할 텐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도와줄 필요는 없어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 “아이 셋이 있는데요, 놀이터가 완성되면 우리 애들이 신나게 뛰놀겠죠. 아버지로서 작은 손길이라도 보태고 싶었습니다.”
또 어느 날은 두 손 가득 커피를 들고 왔다.
“오늘은 다른 약속이 있어 돕지 못해 죄송해서요,” 라며 미소를 건넸다.
시간이 흘러 그는 실직했다.
나는 주저 없이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 추천했고, 지금은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되었다. 운동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무엇보다 인성이 고운 이 친구를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여운을 남기는 사람.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품고 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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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학은 약하지만!??, 마음은 넉넉한 집사님
“한 방 렌트가 400불인데, 두 명이 같이 쓰면 350불은 너무 비싸지 않나요?”
그렇게 묻자, 뜻밖에도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 “그렇지 않습니다.”
10여 년 전 이야기다.
교회의 한 집사님이 가족을 맞이할 준비로 아파트를 렌트했고, 남는 방을 지인들에게 몇 달 빌려주기로 했다.
당시 시세는 500~600불 수준이었고, 방 두 개 중 하나는 이미 400불에 정해졌다.
나머지 방엔 두 명이 함께 쓰기로 했는데, 기대한 금액은 250~300불 수준이었다.
그런데 집사님은 350불을 받겠다고 했다.
이유는 이랬다.
> “그분들 아직 저니맨 시험도 못 봤고, 일자리도 없대요. 하지만 제가 이 정도는 받아야 부식물도 사고, 공과금도 낼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강조했다.
> “방만 빌려주는 것이지, 하숙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매일 고기반찬과 따뜻한 밥상을 준비해 주었다.
세입자들이 너무 미안해 돈을 모아 드리려 했지만, 그 또한 단호히 거절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집사님, 수학은 조금 약할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계산에는 누구보다 밝은 분이었다.
그는,
이 사회를 조용히 떠받치고 있는 따뜻한 토대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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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답게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때론 내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이 사회는 아직 따뜻하고,
사람으로서의 품격은 여전히 살아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두고, 또 그들을 본받아 살고 싶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오늘 하루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