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유리창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고 계셨다.
하염없이.
무엇을 기다리셨는지, 무엇을 보고자 하셨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마치 태초의 창조주처럼, 거룩하고 주도면밀한 눈빛으로
유리창 너머 마당과 하늘을 바라보셨다.
그곳이 어머니에게는 온 우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눈 아래, 사계절은 스물네 가지 얼굴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고 갔다.
가끔 철 모르는 별똥별이 휭 하고 하늘을 가르곤 했다.
**
“바다가... 한번 보고 싶구나.”
말씀이 없던 어머니가 문득 그렇게 말씀하셨다.
여덟 남매의 어머니로, 장손 며느리로,
모진 세월을 견디며 살아오신 분이
칠십 평생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하셨다니.
우린 급히 짐을 싸고, 동생 내외까지 설득해
바다로 내달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바다를 보지 않으셨다.
앞바다의 푸른 전설도, 공룡들의 이야기나
보성의 녹차밭 풍경도
어머니의 마음에는 닿지 못한 듯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모처럼 새색시 같은 미소를 띠고 계셨다.
시선은 오롯이 자식들에게 향해 있었다.
**
그 옛날, 어머니는 마실을 좋아하셨다.
동네 아낙네들과 논두렁에 앉아
해가 지도록 이야기꽃을 피우시던 분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다시,
창조주처럼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
**
어머니는 정말 바다가 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소풍을.
그도 아니면,
자식들과의 추억을 남기고 싶으셨던 걸까.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알게 되었다.
30여 년 전,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채
강릉 앞바다를 배경으로 찍힌
어머니의 사진 한 장.
의사는 우울증이라고 했지만,
나는 아직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