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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축제

준이와 즐기는 휴가(공주시)

by 바다나무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은 수국이 한창이다. 마침 준이가 왔을 때 공주에서 색동 수국축제가 열렸다. 다소 더운 날씨지만 꽃구경을 나서기로 하였다.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모자와 손 선풍기를 준비했다. 집에서 멀지 않으니 쉬엄쉬엄 다녀오기로 했다. 어쩌면 수국축제는 준이 할아버지가 더 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수국은 바다나무 정원에도 많이 식재되어 있는 꽃으로 남편이 좋아한다. 며칠 후에는 이름 있는 농원에서 개최하는 신품종 연수에도 참석할 만큼 관심이 많은 꽃이다. 오늘은 할아버지의 화려한 외출에 준이가 동참한다.


수국은 작은 꽃송이들이 얼기설기 모여 커다란 꽃다발로 이루어진 풍성함을 자랑하는 매력적인 꽃이다. 수국의 색깔은 다양한데 꽃이 피기 전까지는 색을 알 수 없다. 토질과 환경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신비의 꽃이다. 탐스럽게 피어난 수국은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 준다. 수국은 다른 꽃에 비해 가격대가 있는 꽃이라 남편은 삽목을 하여 개체수를 증식한다. 삽수를 늘리기 위해 가위를 소독하고 자를 때도 사선으로 자른다. 물론 흙도 상토라는 특별한 흙을 사용하고, 핀셋으로 수국가지 심을 공간을 마련하는 등 정성을 다한다.


유구천 주변을 따라 탐스러운 수국이 형형색색 피어있다. 평일이라 아주 사람은 많지 않으나 축제장에는 그늘이 부족했다. 아마 작은 시골마을을 수국으로 특화하여 꽃축제를 한 것이 올해가 두 번째라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 앞으로 시간 속에서 여러 가지 편의시설들이 나아져 이름 있는 명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에나멜 수국과 목수국인 라임라이트가 양옆으로 화려하게 줄지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마치 더운 여름날 도열하고 있는 듯했다. 그 옛날 교련시간에 제식훈련하듯.


더워서 준이를 유아차에 태워 천천히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중간에는 유구 문인회 주최의 시화전도 열리고 있다. 손 선풍기와 모자, 양산을 챙겨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은 예쁘고 아름다우나 준이가 어려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점심을 먹으러 두 군데 정도 맛집을 갔으나 시골이라 그런지 유아의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브런치 카페로 갔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일단 잠시 쉬고 싶었다.


수영장 뷰가 있는 예쁜 이름을 가진 브런치 카페이다. 우리는 페퍼로니 피자와 베이컨 크림 파스타, 플레인 파니니를 시켰다. 커피와 준이의 주스도 함께. 음식이 나오는 동안 준이는 할아버지와 수영장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수영은 할 수 없고 단지 '물멍'을 위해서 조성된 곳이다. 2층에는 돌다리 포토존으로 광고촬영을 할 정도로 분위기 있는 곳이기는 하나 노키즈존이다. 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었다. 배가 고파서인지는 몰라도.


카페가 사람도 많지 않고 준이가 그곳에서 잘 놀아서 한참 쉬다가 돌아왔다. 오는 길에는 피곤한지 곯아떨어졌다. 예쁘고 탐스러운 꽃처럼 아름다움을 간직한 넉넉함이 배어있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집에 올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준이가 잠에서 깨어 아파트 정원에서 책에서 본 공벌레를 잡겠다고 한다. 혹여 다칠까 싶어 할아버지가 밀착케어 한다. 역시 육아는 이없다.


*공주 유구 색동정원축제. 숲너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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