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제주놀이터

by 바다나무

우리들의 여행이 세 살 준이가 옴으로 해서 궤도가 수정되었다. 편안하게 걷고 즐기는 여유로움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적여행으로 관광노선이 바뀌었다. 여행이 주의 오름이나 수목원에서 테마파크나 박물관으로. 그동안 미리 3일 동안 여유 있게 자연을 즐긴 터라 나머지 시간은 준이 위주로 다니기로 했다. 어제의 스누피가든을 시작으로 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지를 찾아 나섰다.


오늘은 에코랜드 테마파크로 갔다. 그곳은 증기기관차를 리모델링하여 30만 평의 곶자왈 원시림을 체험하는 곳이다. 기차가 4.5km의 숲길을 달리며 다양한 식물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주었다. 수변을 걷는 데크로 된 산책길과 화산송이가 깔린 에코로드를 걷도 하였다. 코랜드는 메인역을 제외한 네 개의 역이름에 맞게 조성된 장소에서 다양한 체험들을 경험하면 넉넉한 시간들을 요구했다. 한정거장씩 자유관람하고 다시 탑승하여 다음 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역마다 즐길거리가 많다. 기차로 이동하기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걷는 것이 힘든 어르신들도 많이 방문하는 가족단위의 관광지이기도 하다. 우리들에게도 새롭고 신비로운 세계였다. 준이가 아니었다면 제주도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관광코스는 넓은 호수에 수상데크가 설치되어 호수경치를 감상하면서 산책을 하는 에코브리지역, 자연적인 풍경과 조화로운 인공물들을 감상하는 레이크사이드역. 키즈파크가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피크닉가든역, 라벤더와 온갖 꽃이 가득 피어있는 라벤더 그린티 로즈가든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말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목장도 있다. 자연과 꽃이 있는 곳은 어르신들이, 놀이터와 목장이 있는 곳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준이는 무엇보다 덜컹이는 기차 타는 것을 즐거워하고 동물에게 먹이 주는 것을 좋아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흥미를 끌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을 나와 점심을 먹으러 중문에 있는 보말칼국수 집으로 갔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갔더니 대기번호가 63번이었다. 포기하고 돌아갈까 하다 주변에 있는 귤체험농장에 가서 귤 따기 체험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시골에 와서 사과 따기, 방울토마토 따기 체험도 하였으니 이곳에서 귤 따기 체험은 준이에게 당연한 수순이다. 준이는 귤나무에서 키가 닿는 곳의 귤을 따고 맛보면서 새콤달콤하다며 내게도 하나 건네주며 맛보라고 한다. 농장에서 직접 딴 귤이라 싱싱함에 그 맛도 다르다. 우리는 이 기회에 여기저기 신세 진분들께 귤을 택배로 선물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들의 식사순서가 다가왔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식당으로 갔다. 역시 배고픔에 먹어서 런지 기다 보람이 있는 만큼 맛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열심히 놀던 준이가 배부름에 낮잠을 청한다. 우리는 단풍이 물든 제주를 보기 위해 드라이브길에 나섰다. 제주에서의 단풍은 한라산 근처나 깊은 휴양림 정상에서나 볼 수 있었다. 보통은 단풍보다는 억새가 많았다. 성판악 근처의 단풍이 절정이다. 준이가 예쁜 꿈나라를 열심히 헤매고 있는 동안 드라이브를 끝내고 카페에 가서 여유 있는 쉼 갖었다. 녹슨 건물에 가을바람소리와 갈대의 바스락 거림이 들리고, 야자수의 흔들림과 창문에 바다가 보이는 심플한 카페에 갔다. 아주 이국적인 곳이다. 무엇보다 녹슨 건물의 색다른 운치와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소재에 디자인을 가하여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링 아트가 상적이다. 최근 이곳에서는 "부표의 여정"이라는 전시회가 열려 해양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마주하기도 했다 한다.

다음날은 제주도의 가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숨은 꽃밭명소를 방문했다. 영농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상담해 주는 서부농업기술센터이다. 드넓은 땅에 촛불 맨드라미가 한창이다. 초록의 야자수와 빨강, 노랑 맨드라미가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야자수 가로수 반대편에는 코스모스도 었다고는 하나 우리는 맨드라미에 취해 길건너편을 볼 기회가 없었다. 가을에는 한 번쯤 방문하여 예쁜 사진을 찍어볼 만한 곳이다. 맨드라미가 이렇게 예쁘고 운 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시 군락을 이루면 그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오후에는 비가 오다 멈추다를 계속했다. 아무래도 실내로 가야 할 듯싶었다. 우주항공박물관으로 가서 준이네 가족은 다양한 우주체험을 하였다. 사이 우리는 백남준의 디오 아트를 관람했다. "이주하는 인간"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국제특별전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활용하여 만든 "거북"은 인간이 바다와 육지를 이동해 이주한다는 것에 있어 수륙양서동물인 거북이와 비슷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는 동양사상에 근간하여 동서양을 섭렵한 작가의 삶을 연중에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준이가 우주항공기념관을 둘러보고 가까이 있는 로봇박물관까지 섭렵하고 올 모양이다. 우리는 그동안 4층에 있는 그림카페에 가서 쉬었다. 준이네 가족들끼리 오붓한 시간도 주고 싶었을 뿐 아니라 우리도 여유롭게 쉼을 가지고 싶기도 했다. 컨셉이 독특하여 여행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좋은 카페이다. 이색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다소 현란하다는 인상을 받도 했다. 커피를 마시고 우리는 가까운 녹차밭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무엇보다 내일이면 돌아가야 하기에 준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이 아까웠다. 하루종일 실내에서만 놀은 준이를 잠시 잔디밭에서 뛰어놀게 해주고 싶었다. 비도 멈춘 터라 오설록에 들러 맘껏 뛰며 제주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쌓게 해 주었다. 준이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잔디밭을 뛰어다녔다. 녹차밭도 아름답지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 좋았다.


이번 가을여행은 일주일의 반은 우리끼리 즐겼고, 반은 손주와 보냈다. 나름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이다. 나이가 더해질수록 자녀들과 함께 여행하며 손주들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어린아이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다닐 때는 함께, 또 따로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세대 간의 만족도를 고려해 보는 시간을 배분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었다. 다음 제주여행에서는 우리가 준이와 놀아주고 준이 엄마, 아빠가 잠시라도 육아에서 해방되는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물론 같이 즐기는 것도 상관없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 억새의 추억을 가지고 제주여행에서 돌아온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준이는 그곳의 여운을 담아 우리와 함께 일주일의 육지여행을 더하다 돌아갔다. 앞으로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준이가 커감에 조금씩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에 우리는 여건이 허락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려고 다. 후회 없는 추억을 쌓기 위해서. 덕분에 제주 나들이길을 글로 옮길 시간이 늦어졌다. 손주가 오면 세상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주에게 올인하니까. 아니,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사랑을 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리라는 믿음서.


* 에코랜드, 우주항공박물관, 로봇박물관, 서부농업기술센터, 귤농장, 오설록, 카페( 인스밀, 제주 그림카페). 백남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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