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등산

갑사로 가는 길

by 바다나무

산을 조각해서 등산을 했다. 목표가 정상탈환이 아니기에 조금씩 운동삼아 내 체력에 맞게 산을 오른다. 마치 산책길을 걷듯이. 물론 정상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어느 순간 높은 곳에 오르면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낀다. 심하지는 않지만 나이가 더해짐에 찾아오는 손님인 듯했다. 무리는 금물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조절한다. 음부터 이렇게 산을각하여 등산 할 마음은 없었다. 단지, 어쩌다 추억의 끝자락을 잡고 있에.


아주 오래전 동료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었다. 뒤늦게 나머지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세월이 지나니 문득 그들이 그립기에 산을 찾아갔다. 춘동학 추갑사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꽃피는 봄에는 동학사 계곡을. 나뭇잎 물드는 가을에는 갑사라고 할 만큼 계룡산의 단풍이 아름답다. 11월 가는 가을의 끝자락이라도 잡으려는 마음으로 갑사에 갔다. 올해는 기대만큼 단풍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의 날씨 탓이련가.


30년이 훨씬 지났다. 당시 난 고향에서 병설유치원 교사로 근무했었다. 초등학교는 규모가 커서 한 학년이 10 학급씩 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학급이 많은 관계로 동학년끼리 회의를 하거나 자체적인 모임을 갖거나 점심을 먹는 일이 많았다. 반면 소인수의 학급규모를 가진 선생님들은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채 외로움을 느끼도 했다. 이에 우리는 별도로 무소속팀을 만들어 소소한 단합의 즐거움을 가졌다. 여기에는 나를 비롯해 특수학급, 전담교사(음악, 미술), 보건교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는 점심시간이 되면 같이 모여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시범유치원을 운영하는 나를 위해 코팅한 학습자료를 가위로 오려 주는 등 도움의 손길을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범유치원으로 지정받았기에 나는 일 년 내내 바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무소속팀의 선생님들은 그런 나를 많이 도와주다. 그리고 보고회가 끝나는 11월 , 일 년 동안 고한 나를 해 위로여행을 가자고 하였다. 우리는 기차여행이자 등산을 겸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된 계룡산을 가기로 했다. 대전까지 새벽기차를 타고 가서 등산을 하는 것으로. 것은 누군가가 기억하고 있는 국어책의 수필 탓이기도 했다.


연령대가 비슷한 우리는 학창 시절 고등학교 국어책에 수록된 수필 "갑사로 가는 갈"을 기억하 있었다. "갑사로 가는 길"은 겨울에 동학사에서 갑사로 등산하면서 아름다운 갑사의 풍경과 감상을 묘사한 이상보 작가의 수필이다. 남녀의 금수가 경계를 초월해 만들어낸 신묘한 전설을 지닌 남매탑의 이야기를 담고 있도 하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현대수필 중의 하나로 꽤 오랫동안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무소속팀 일행 5명은 11월의 마지막 주말을 이용해 새벽기차를 타고 동학사에 가서 갑사로 넘어가려고 다. 등산에 대한 특별한 경험도, 여행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았던 5명의 여자들은 어딘가 여행한다는 것에 대해 다소 긴장하면서 설레만 하였다. 우리가 동학사에 도착하여 절을 구경하고 가지고 간 김밥을 먹고 남매탑을 가는 도중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필속에서도 눈이 내렸기에 거부감 없이 두려움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산을 올랐다.


참을 진행하던 우리는 국 미끄러워 더 이상 산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멈추 말았다. 돌아갈 기차시간도 정해져 있기에. 국 남매탑은 가지 못한 채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왔다. 아이젠을 준비해서 다음 해 다시 오기로 하면서. 그때는 거꾸로 갑사에서 올라가기로 하였다. 그 이후 리는 인사이동으로 두 분의 선생님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면서 그 약속은 공중으로 흩어졌다. 이렇듯 고마웠던 분들과의 다하지 못한 아쉬움은 가끔씩 겨울이 다가올 때쯤 기억언저리에서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계룡산은 갑사 쪽에서 올라가야 할 것 같은 왠지 모를 당위성을 가지고 있었다. 모처럼 계룡산을 찾았다. 오랜 세월 속에 갑사로 올라가는 길은 조형물들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며 예쁜 산책길로 잘 단장되어 있었다. 가는 도중에 "갑사로 가는 길" 수필이 리딩북으로 설치되어 있어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귀기울였다. 어쩌면 나는 단풍보다 고교시절 수필을 다시 추억할 수 있음에 더없이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갑사는 수많은 불교문화재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천년고찰의 면모를 드러내며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 전에 개최한 사계전시회의 아름다운 그림들도 관광객의 눈길을 끌며 지난 계절들을 유추하게 해 주었다. 사계가 아름다운 갑사에는 틀림없다. 계곡길을 따라 걸으며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뒤틀린 나무들의 굴곡진 모습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하였다. 호국불교의 상징을 말해 주는 듯 위엄과 절개가 드러나 보기도 한 사찰이다.


갑사는 준이(손자)를 데리고 간 터라 주변만 맴돌다 내려왔다. 이러한 아쉬움에 지난주에는 동학사를 다녀왔다. 계룡산 반대편 줄기이지만 느낌은 갑사와 소 비슷했다. "갑사로 가는 길 " 리딩북도 설치되어 있었고. 하지만 승가대학으로 유명한 동학사는 갑사보다 관광객이 많아 보다 더 대중에게 알려진 듯했다. 봄에 오면 계곡도 아름다울 듯 싶었고. 춘동학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이니리라. 우리는 은선폭포 쪽으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다. 치가 이름다웠다. 한참을 걷다가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하여 발걸음을 돌렸다. 어쩌면 폭포가 말라 볼 것이 없다는 하산하는 등산객의 전언에 마음이 돌아섰는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발은 담갔다. 갑사와 동학사에. 못내 "갑사로 가는 길"에 미련이 남아 다음에는 세진정에서 남매탑까지 오르기로 했다. 그 정도 거리라면 오를 듯도 싶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체력의 가능여부에 따라 동학사에서 남매탑을 지나 금잔디 고개를 넘어 갑사로 보리라 마음먹었다. 과연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단 체력은 키워야 할 것 같다. 우선은 남매탑까지 만이라도 가는게 목표이. 올해가 가기 전 도전하리라. 늘은 학사를 다녀옴에 살짝이 떠오르는 무소속팀의 그리운 선생님들추억해 본다.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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