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동북쪽으로 한 시간 반정도 외곽으로 나가면 예쁜 산골마을이 있다. 꽤나 예쁘게 잘 꾸며진 목조건물들이 즐비하고 예쁜 카페들과 폭포가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차가 없던 터라 버스를 타고 갔었다. 불편하긴 했지만 나름 미니밴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단지 한 곳 만을 목적지로 정해서 가는 불편함은 있었다. 이번에는 몇 곳을 경유하며 여행을 즐겼다. 물론 지난해 가 본 곳도 있다.
이곳에서는 아침을 간단히 숙소에서 무삥(돼지고기 꼬치구이)과 찰밥으로 해결한다. 남편이 일찍 일어나 산책으로 타닌시장(시리와타나 시장)에 가서 아침 식사거리를 사가지고 온다.따끈한 찰밥 한 덩이에 달짝지근한 꼬치 5개면 충분한 요기가 된다. 때론 옥수수와 과일, 삶은 달걀이 아침 식사가 되기도 한다. 굳이 요리를 하지 않아도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숙소에서 배를 채우고 가는 길에 깊은 산속에 있는 커다란 카페에 들렀다. 이름 그대로 거대한 자연을 품고 있었다. 지난해 와보고 싶었지만 카페만을 오기 위해 택시를 부르는 것이 심적으로 약간 망설여졌던 곳이다.
흔들 다리를 건너 커다란 나무 위에 식당 겸 카페가 있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자연경관이 절경이다. 아는 지인은 이곳까지 멀리 왔다가 휴일이라 되돌아갔다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목적지 현황을 구글맵에서 잘 체크하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업종료이거나 휴업이라 낭패하기 쉽다.
자연의 위대함인지, 인간의 위대함인지 모를 카페에서 모든 시름이 놓이는 듯했다. 그저 무아지경이다. 가끔 카페를 선택할 때마다 뷰와 맛에서 갈등하곤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이곳은 뷰가 우선인 곳이다. 맛보다는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쉼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커피와 간단한 디저트 음식을 시켜놓고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어린아이들과 가족단위로 온 서양인들이 유독 화목해 보인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다 매깜퐁으로 향했다.
매깜퐁은 작년과는 다르게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북적였다. 물론 작년에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더욱더 붐벼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데 인파에 밀리는 듯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유명세로 인해 안전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다. 의외로 올해의 치앙마이 관광지에는 유독 중국인들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다소 시끄럽긴 하지만 예전의 기억 속의 사람들처럼 무례하거나 예의 없진 않아서 다행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시간이 갈수록 좀 더 성숙해지는 관광문화를 느낄 때가 있다.
매깜퐁에서 유독 예뻤던 "카페 라비앙뷰"에 들러 아름다운 절경을 관망했다. 이곳도 역시 사람이 많아 앉을자리가 없었다. 잠시 한 바퀴 돌고 나와 한적한 산길을 산책했다. 폭포소리에 마음도 시원하다. 낡은 목조건물들, 난간에 걸쳐진 알록달록한 이불들이 정스럽게 다가들었다. 하지만 너무 붐벼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그곳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자연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많다 보니 정신이 산만해져 빨리 벗어나고 싶어졌다. 오지마을이 일 년 만에 이렇게 북적이는 건 코로나 이후 여행객이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자연에서 힐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탓이리라.
돌아오면서 찌뿌듯한 몸을 풀려고 싼깜팽 온천을 들렀다. 어제 모처럼 휘두른 골프채가 몸의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겨 쑤셔대기 시작했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하긴 지난해 이곳에서 골프를 치고 그동안 창고에 고이 모셔 두었으니 골프채가 반란을 일으킬 수밖에. 내게 있어 골프는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하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파크골프로 잔디밭을 밟을 것이다. 퇴직자의 경제개념은 현실적인 부분을 크게 벗어나면 안 되기에 근손실을 막고 하하 호호 즐기는데 의미를 둘 뿐이다.
싼깜팽 마을에 들어서니 뜨거운 김과 유황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온천물에 달걀을 삶아 먹는 것은 필수코스라 바구니의 달걀을 온천물에 담가놓고 입욕권을 끊으러 깄다. 온천탕의 환경은 그다지 쾌적한 편은 아니지만 물만큼은 피로를 풀어주기에 최고의 효과를 나타내는 회복제이다. 작년에는 2인 가족탕에서 온천욕을 즐겼는데 올해는 개별탕에서 즐겨보기로 했다. 방마다 작은 욕조가 구비되어 있다. 30분 정도 개운하게 몸을 풀고 삶아 놓았던 달걀로 요기를 해본다. 유황냄새가 나는 따뜻한 달걀을 먹으며 순간 목이 멘다.그분들도 이렇게 여행을 즐기다 돌아가는 길이었을 텐데...
이번여행에서는 특별한 애국자는 아니지만 문득문득 한국의 상황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곳 여행지가 태국이라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복잡함을, 추위를 벗어나서 온 곳이 머리 한 곳에 무거움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순처럼 여행의 일상은 계속된다. 가는 길에 우산마을에 들렀다. 지난해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우산축제가 열리는 시기가 아니라 그런지 조용하게 상가만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조만간 우산축제가 열린다 하니 그때 다시 방문해 보리라.
※ 혹시 모를 여행자를 위해 다녀온 장소를 기록해 본다.( The Giant Chiangmai Thailand. Mae Kam Pong. San Kamphaeng Hot Springs. Bo Sang Umbrella Vill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