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뒤안길에서

바리스타 자격증

by 바다나무

자격증이 도착했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이다. 다니던 평생교육원의 글쓰기 수업 가을학기가 종강되면서 쉬는 틈을 이용해 바리스타 자격증반을 등록했다. 제주 한 달 살기 계획과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 날가 겹치는 바람에 포기할까 하다가 제주 살기를 3주로 변경 하였었다. 돌이켜보면 잘한 것 같다. 자격증도 주어지고 색다른 가을 제주여행을 위한 일주일이 담보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특별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단지 나이 들어가면서 남편과 맛있는 커피를 내려 분위기를 즐겨야겠다는 단순한 생각과, 가끔씩 바다나무 정원을 들르는 지인들에게 맛난 커피라도 한잔 대접하고픈 간단한 의도에서 도전하였다. 어찌 되었든 나름 유목적적 삶에 몸이 최적화되어 있던 터라 막연히 노는 거에 익숙지 않아서 틈새를 이용해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어 것이다.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은 자의 몫은 다르다고 하니 여유 있을 때 준비해 두는 것도 혹여모를 앞날을 위해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평생교육원 글쓰기반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동호인 클럽에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Y는 내가 퇴직하던 봄학기에 만났고, S는 6개월 뒤인 가을학기에 만났다. 두 사람은 나처럼 소리 없이 구석에 앉아 조용히 자신의 삶을 글 속에서 풀어내고 었다. 어쩌면 그들은 리없이 마음속의 슬픔과 아픔을 삭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Y는 나보다 다섯 살 많은 언니이다. 3년 전 갑자기 급성백혈병으로 장가도 가지 않은 큰아들을 잃고 마음 안정을 하지 못하여 허둥대는 인생을 살며 슬픔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다 큰 생때같은 자식을 하루아침에 잃은 그 마음의 고통을 감히 내가 어설픈 말로 위로를 건네기에는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그 후로 Y는 마음을 잡고 슬픔을 이기기 위해 산책을 하고 글을 다가 수필반에 등록했고 한다.


S는 군청에서 공무원 중견간부로 재직하다 갑자기 암의 발병으로 명퇴를 한 나와 동갑내기다. 짧고 하얀 숏카트 머리가 한차례 병마에 시달린 흔적으로 남아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승진의 고지가 그녀를 직장 미련을 두게 했지만 속절없이 무너지는 건강 앞에 그녀는 두 손을 들고 명퇴를 하여 자유인이 되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병원진료를 하고 있만 집에 있는 긴 시간이 길고 지루해 글쓰기반에 나왔다고 한다.


우리는 수업이 끝나면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좀 더 여유가 있는 날이면 수목원을 걷거나 산성을 둘러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바리스타 2급 자격증반에 록했다고 하니 본인들도 해보겠다며 의기투합하기에 이르렀다. 삶에서 다소 뒷걸음치던 그들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여인 셋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최면을 걸어가며 서로를 응원했다. 나에게도 그렇지만 그들에도 어쩌면 이 도전은 삶의 또 다른 새로운 작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와는 조금 이른 봄학기부터 만났던 Y 언니는 정이 많아 지란지교를 꿈꾼다며 옥수수나 감자를 쪄놓고 나를 종종 불렀다. 집이 가까이 있어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Y언니와 간단한 간식을 챙겨 산책을 가기도 하고, 카페에서 각자가 쓴 글에 대해 서로 간에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나보다 더 오랜 기간 글을 써왔던 터라, 아니 가슴속 구구절절한 아픔을 히며 썼던터라 글 한층 더 성숙되고 깊이가 있었다.


이제 의 뒤안길에서 서성이던 세 여인들이 자유인의 반열에서 당당히 향학열에 름을 부었다. 글쓰기의 문단 등단에 이어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 것이까. Y 언니는 나를 보고 바스락거린다고 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무얼 한다고. 놀아도 노는 게 아니고 쉬어도 쉬는 게 아니라고. 분에 본인도 뭔가 배울 용기를 었다고. 도전의욕이 생긴 요즘 활기 있고 좋다고 했다.


직장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던 S도 부질없는 명예의 속절없음을 인정하며, 수술 후의 새로운 삶에 또 다른 애착을 가졌다. 이 다 무슨 소용이 있냐며 오늘 잘 먹고 잘살자고 했다. 우리는 각자가 가진 성격이나 취향들을 황혼길에서 만난 서로에게 의지하고 응원하며 여자들만의 살뜰한 우정탑을 쌓아갔다. 직장동료들과는 또 다른 푸근함이 느껴졌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은 주어진 시간 안에 에스프레소 4잔과 카페라테 4잔을 추출하여 심사위원에게 평가를 받면 된다. 보통은 주어진 시간만 초과하지 않고 연습만 충분히 할 경우 통과가 된다. 당초는 핸드드립 커피를 배우고 싶어서 등록했지만 Y언니가 혹여 기회가 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다고 하기에 우리는 자격증반을 선택기로 했 것이다. 이번에는 함께하는데 의미를 두고 드립커피는 다음기회를 아보기로 였다.


시험전날 S가 갑자기 몸에 통증이 심해 시험을 못 본다고 연락이 왔다. 팔이 아파 머신에 딸려있는 포터필터(Porta Filter) 기구를 끼우고 빼지 못할 것 같다고 하였다. 안타까웠다. 암수술로 몸이 완쾌되지 않아 가끔씩 이렇게 돌발성 통증이 것이다. 어제까지도 괜찮았는데. 다음날 S는 결국 통증으로 참석을 하지 못하고 Y언니와 나는 무사히 시험에 통과하여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S는 지금 몸이 이 회복되어 오는 5월 재시험에 응시할 예정이다. 평상시 우리 중 제일 잘했으니 디션만 좋다면 난히 합격할 것이 믿는다.


살아오 동안 배움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그 배움에 대한 즐거움도 컸었다. 그러나 그 즐거움도 몸이 건강해야만 느낄 수 있었다. 내 자유의지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걸 몸소 느끼면서 불현듯 세월속에 찾아올 병마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시 생각해 보았다. 다소 두렵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응해야 할것 같다. 오늘만큼 행복한 마음으로 나 자신에게 충실하리라 마음먹어 본다. Y와 S의 절 인연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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