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쌍무지개를.

날씨

by 바다나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나왔다. 운동의 끝판왕이 되어보려 한다. 남들은 철인 3종에도 도전한다는데 겉만 요란하고 모든 게 미숙한 내겐 적어도 대단한 도전이다. 자전거를 타고 파크 골프장에 운동하러 간다. 골프복도 아니고 라이딩 복장도 아닌 아주 엉거주춤한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그야말로 짬뽕과 짜장면이 섞인 짬짜면이다. 원래 운동 못하는 사람이 복장탓한다.


모처럼 날씨가 맑았다. 오랫동안 시골에 있다 온터라 몸이 찌뿌둥하다. 난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몸이 요란스럽게 반응한다. 오전에 바깥나들이를 한 차례하고 돌아다. 눈과 입은 즐거웠는데 몸은 이래저래 지탱하느라 힘이 든가 보다. 평상시 차를 가지고 갔지만 오늘은 복면가왕처럼 안면을 가리고 새로운 시도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한번 나서는 길에 두 가지 운동, 자전거 타기와 파크 골프. 일석이조다.


인터넷으로 오늘부터 장마가 종료되어 당분간 폭염이 이어진다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오전에도 날씨는 좋았다.긴 했어도. 너무 기상청 정보를 철석같이 믿은 것인가? 아니면 요지경 속 하늘이 또다시 반란을 일으킨 것인가? 파크골프장에 도착하여 서너 홀을 돌고 있을 무렵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 집이 있는 곳은 환하게 하늘이 맑았다. 곧 구름이 걷히겠지 하면서 미련을 피우고 운동을 하고 있었다. 잘하지도 못하는 운동이 오늘은 하늘의 눈치를 살피다 보니 저 혼자 핑퐁게임하듯 이리저리 공이 튀고 있다. 그 와중에 남편은 홀인원을 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쓴다. 날씨도 공도 기준 없이 제 맘대로다.


하늘이 진노하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고 서너 팀만이 남아 있었다. 우르릉 쾅! 하늘이 크게 소리치며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이젠 나도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 할 때이다. 일단 파라솔 밑으로 몸을 피했다.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지품을 정리하면서 자전거를 두고 택시를 타고 가야 하나 걱정하면서 하늘의 기분을 살피고 있었다. 이제 공치는 것은 포기하고 집에 돌아갈 일만이 내 앞에 커다란 제로 남아있다. 마침 D지역에서 근무하는 딸이 퇴근시간이 된 것 같기에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했다. 그곳은 햇빛이 나고 멀쩡하단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목소리다. 순간 대한민국이 참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만, 그래 잠시만 더 기다려보자. 정말 잠시 후에 거짓말처럼 비가 멎었다. 하늘빛이 서서히 어둠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기죽어 동동거리는 게 안타까웠는지 하늘이 조금씩 햇살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다행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가 절로 나온다. 딸에게 비가 멎었으니 오지 말라고 문자를 보내고 빗길이라 조심스레 마음의 시동부터 걸었다. 정말 멀쩡하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국지성 호우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다급했던 마음이 조금씩 여유로워진다. 물기 머금은 꽃도 보이고 호수도 보인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저 앞에 무지개가 피어오른다. 점점 진하게 일곱 가지 색깔이 선명해진다. 잠시 후 그 위에 하나가 더 나타나기 시작한다. 쌍무지개다. 무지개는 보았는데 쌍무지개는 처음 본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와우! 자전거를 세워놓고 한참을 뱌라보았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도 찍는다. 정말 예쁘다. 좋은일이 있으려나 보다.


무지개는 햇빛이 대기 중의 물방울에 굴절, 반사되면서 해의 반대 방향에 반원형으로 길게 드리워진다. 두 개의 무지개중 유난히 밝고 고운 쪽을 ‘수무지게’, 엷고 흐린 쪽을 ‘암무지개’라고 한다. 행운, 행복 의미를 가진 무지개를 보는 일은 네 잎 클로버를 찾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그런데 오늘은 쌍 무지개다.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더해준다.


두 가지 운동을 하겠다고 야멸찬 포부를 가지고 나선길이 낭패라 다소 실망하고 돌아서는 내게 쌍무지개는 희 그 자체였다. 우리들의 앞날에 나타날 길조를 기대하게 들었다.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오늘은 두 마리 토끼대신 쌍무지개를 잡았다. 희망과 행복 다가오리라는 믿음으로. 정말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