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가 뭐길래.

장미 축제장을 다녀오다.

by 바다나무

참 예쁘다. 그래서 미의 화신이라고 했나 보다. 6월이 오기 전 벌써 장미가 유혹한다. 혹여 늦으면 사람의 눈길을 놓칠세라 서둘러 핀 녀석들이 멍석을 깔았다. 장미축제라는 이름으로.


집가끼운 곳에서 축제를 한다기에 꽃구경을 나섰다. 차를 주차해 놓고 축제장을 찾아 가는데 생각보다 꽤 멀리 있었다. 그쪽 주변에는 주차장이 별도로 없는 탓에 네비가 이곳을 알려준 것 같다. 날씨가 덥지만 모처럼 나선 산책길이 푸르름과 알록달록함으로 좋았다. 토끼풀이 지천이고 송아지가 눈망울을 크게 뜨고 눈알을 굴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껌벅이면 눈물을 또르르 떨어뜨릴 것 같다. 예쁘게 꾸며진 공원이다.


한참을 걸어 음악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행사장에 가까이 다가온 듯했다. 어디 멀리서 오신 노부부가 길을 물으나 우리도 처음 온터라 자세히 알려드릴 수가 없어 죄송했다. 이곳에 이사 와서 다른 일로 바빠 여유 있게 동네를 탐색할 일이 최근 없 우리도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이 지역 시민 맞나 싶을 정도로 아직은 낯선 곳이 많다. 차차 적응되겠지.


장미정원에는 예쁜 꽃들이 노지나 화분에 심져 장식이 되어 있었다. 화사한 날씨에 과 나무가 더없이 아름답 싱그러웠다. 장미 하면 덩굴식물로 울타리나 지지목을 타고 올라가는 가시 있는 꽃이라는 생각에 머물렀었다. 어느 날부턴가 왜성종이 많아지면서 키가 야트막한 미니어처 장미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색깔도 너무 다양해 이게 장미꽃 맞나 싶을 정도로 앙징맞다. 세상이 변하듯 자연의 꽃도 변하나 보다.


행사 첫날이라 그런지 아직 풍성하게 꾸며지거나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웅집하여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곳이 있어 기웃거려 보았다. 퀴즈를 내면 맞추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 행사장이었다. 관람객이 많지 않기에 잠시 발길을 멈췄다. 이 행사장이 몇 개의 테마로 이루어졌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인터넷으로 본 내용이 생각나 손을 들고 맞추었다. 정답이라며 팡파르를 울리고 선물을 이것저것 챙겨 주시기에 웬 횡재인가 싶었다. 어디 가서 한 번도 퀴즈를 맞혀보거나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는 터라 좋다기보다는 쑥스러웠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다.


조금 가다 보니 가닝클래스 체험을 하는 곳이 있다. 생태적 환경이 비슷한 식물들끼리 심는 디쉬 가든을 만드는 곳이었다. 레드 스타, 보스턴 고사리, 스노 사파이어 등 공기정화식물 세 종류를 낮은 토분에 심고 장식물로 예쁘게 꾸미는 화분 만들기 체험이었다. 평상시 지인이 승진하거나 이동을 할 때 주로 이런 화분들을 많이 선물하던 터라 관심이 있었다. 아직 예정된 체험시간이 많이 남아 잠시 망설였으나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예쁜 화분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여 줄을 서서 기다렸다.


화분 만들기 체험활동을 하고 이곳저곳 전시된 부스를 돌아보 예쁜 꽃들을 구경하였다. 언제부턴가 여유가 있어서인지 가드닝이 우리 삶에 가까이 들어와 치유와 힐링의 공간으로 삶을 안정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되어 있음을 느다. 하긴 나서부터 5도 2촌 생활을 하면서 주말농장을 다녀올 때마다 새롭게 달라지는 정원에서 삶의 희열을 느끼고 있 않았던가. 나이가 드는 탓인지, 마음이 여유로운 탓인지 꽃을 보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평온해진다.

한참을 구경하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날씨도 더워 화분을 들고 주차장까지 갈 생각을 하니 앞이 까마득했다. 앞으로 적어도 30분은 더 걸어가야 주차장에 다다를듯한 거리였다. 갑자기 힘이 들면서 좀 전에 기분좋게 손에 들려진 화분도, 퀴즈 맞추고 받은 선물도 짐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 기분 좋고 들떴던 마음이 금세 귀찮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있었다. 허긴 선물이라야 그다지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물건은 아니었다. 어쩌면 자질구레하다는 생각에서 돌아가면 바로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아도 이사 올 때 얼마나 많은 짐을 버리고 왔던가.


잠시 쉬어가려고 매점예서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 마시며 앉아 있었다. 앞에 대여해 주는 자전거들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가 보였다. 순간 얼마나 반가운지. 생각지도 못했던 구세주 같은 발견이었다. 우리는 얼른 자전거대여 앱을 깔았다. 로그인을 하고 큐알코드를 찍고 자전거를 한 대씩 대여했다. 마침 앞에는 화분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도 달려있어 금상첨화였다. 이 자전거를 타고 가서 주차장에 있는 자전거 거치대에 반납하면 되는 거였다. 아, 세상은 살기 좋은 곳이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화분을 만들 때 즐거웠던 마음이, 힘이 들면서 짐처럼 여겨지고, 그것이 다시 자전거를 발견하면서 소중하고 예쁜 선물로 여겨지는 감정의 굴곡선을 혼자서 넘나드는 순간들이었다. 사람마음이 이리 간사할 줄야. 그까짓 공짜가 뭐라고 20분을 줄을 서서 화분을 만들고, 필요 없는 선물을 받겠다고 목청껏 소리 높여 답을 맞히고. 그리고 조금 힘에 겨우면 짐스러워 하고. 내 욕심과 공짜라는 이름이 만들어낸 의 속물근성이 챙피해 지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첫날이라 행사장에 사람이 많지 않고 자전거도로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상쾌한 기분으로 주차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 달리면서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나이 먹어가면서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겠다던 내가 시간 여유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버린 듯해 쓸쓸한 웃음이 났다. 그래, 이런 것도 한번 해봤으면 됐어. 다른 사람의 기회를 앞으로 빼앗지 말. 정말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딸이 스노 사파이어라는 식물이 독성이 있어 바다(고양이)때문에 실내에 두면 안 된다고 질색을 한다. 결국 공기정화를 해주는 반려식물임에도 먼저 주인이 된 반려동물 고양이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강한 햇빛으로 상할 수도 있는터라 여기저기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맛보며 반그늘이 지는 바깥정원의 귀퉁이에 자리를 잡 주었다. 또 한 번의 내처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깟 공짜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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