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행복이 있다. 꿈에 그리던 연인을 만나 함께 지내는 행복, 목표했던 영광스런 시험에 합격했을 때의 기쁨,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여행하면서 웃음꽃이 피어나는 시간들 ···· 이러한 행복을 담기 위한 마음의 줄기세포는 무엇일까?
과학적 설명에 의하면 줄기세포(stem cell)는 배아 또는 성체에 있으며 여러 종류의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미분화 세포를 말한다. 아직 장기 형성 능력이 없으므로 세포 분열시 사전에 입력하기에 따라 특정한 장기 조직세포로 배양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도자기를 빚기 전의 반죽이라고 할까? 장인의 손에 의해 여러 가지 모양의 도자기로 탄생되기 전에 모든 가능성을 지닌 재료이다.
행복이 드러나는 모습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 순간에는 모두 충만한 존재감과 가슴 뛰는 설렘, 인정받고 있다는 뿌듯함이 함께 할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만남이나 오랫동안 추구했던 목표의 달성, 크게 마음먹고 떠난 온 가족의 해외여행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일들이다.
그러나 그런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 속 사소한 일들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여행지에서 이른 아침에 창문을 열었는데 짙은 향기가 쏟아져 들어오며 낯선 꽃들이 눈앞에 길게 펼쳐져 있을 때, 얼굴이 환해진다. 자연이 나를 위해 준비한 아침 선물 같다. 숨을 크게 들이쉰다.
가까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주하게 낙엽 사이에서 도토리를 찾는 다람쥐를 코앞에서 볼 때, 흐뭇하다. 내게 편안함을 느끼는 다람쥐에게서 친구로 인정받는 느낌이다. 동물은 솔직하니까 나를 진정 공존의 가치가 있는 존재로 여겼을 것이다. 자연이 다람쥐를 통해 나에게 전해준 평화의 메시지이다. 그 친근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한 걸음 한 걸음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소용돌이치며 돌덩이 사이로 흐르는 개울물을 볼 때, 마음이 고요해진다. 개울물은 돌덩이를 만나도 불평하지 않는다. 천천히 돌덩이를 감싸 돌다가 틈을 찾아 아래로 흘러간다.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어떤 경우이든지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흐르는 물소리의 낮은 음은 차분히 훈계하는 스승님의 목소리 같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상을 옮기고 책장을 재배치하다가 틈새에서 먼지 쌓인 옛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결혼 후 8년이 지나서 얻은 첫딸이 나의 패딩 코트 단추 사이로 얼굴을 삐쭉 내민 모습이다. 외출할 때마다 캥거루같이 그렇게 안고 다녔었다.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지만 딸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은 절대 담배를 멀리했다. 내 가슴 속에 그 아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집어 드는 것은 행복한 추억의 이삭줍기이다. 미소가 지어진다.
행복을 담기 위한 마음의 줄기세포는 이와 같지 않을까. 신체의 여러 기관으로 줄기세포가 분화하듯이 마음의 줄기세포는 관념과 아욕(我慾)의 틀에 갇히지 않을 때 자유롭게 평화로움과 행복함으로 분화하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색깔이 덧입혀지기 전의 하얀 캔버스처럼 선입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투명한 눈동자가 행복의 줄기세포이다. 아침 꽃, 다람쥐, 개울물, 옛 사진을 담는 그 투명한 눈동자 말이다. 행복의 줄기세포는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