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는 원래 미국의 중남부 애팔래치아산맥 지방의 농민과 나무꾼들 사이에서 발생한 민요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오하이오나 펜실베이니아 등 동부 일대의 러스트 벨트(rust belt)에 거주하는 저소득·저학력 백인 육체노동자를 비하하는 호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이자 부통령 후보로 J. D. 밴스를 공식 지명했다. 그는 오하이오주에서 성장한 '힐빌리' 출신으로, 자신의 불우한 시절을 회고한 책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가 2016년에 출간되어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누구에게나 보석같이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가슴이 벅차고, 입가에서 퍼진 미소는 공중에 메아리친다. 포근한 눈빛이 나를 에워싼다. 기쁘다. 이러한 기쁜 추억의 조각을 차곡차곡 쟁여 놓아라. 이런 기쁨이 모여서 행복이 조립된다.
직소 퍼즐(jigsaw puzzle) 조각 맞추기에서 형체를 빨리 알아본 자가 먼저 완성한다. 사진처럼 뚜렷해지기만을 기다린다면 언제 마치겠는가? 큰 그림을 일찍 보는 자가 오래도록 행복하다. J.D. 밴스에게는 켄터키주 잭슨에서의 성장 시절에 가족과 좋은 추억이 많았다. 아름다운 추억의 조각은 모자이크되어 행복의 퍼즐로 조립된다.
행복은 의식되기 전에 이미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기쁨의 순간을 맞을 때 반사적으로 주워 담아라. 나중에 퍼즐이 맞춰진다. 성과가 크다고 큰 기쁨이 아니다. 크게 느낄 때 큰 기쁨이다. 작은 기쁨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라. 행복의 섬세한 퍼즐 조각이다. 작은 퍼즐 조각일수록 선명한 행복이 그려진다. 작은 것에 감사해야 한다. 가족을 사랑하는 밴스에게 엄마, 누나 할머니·할아버지에게서 받는 지지와 응원이 그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가?
로펌 면접을 앞둔 예일대 학생 J.D. 밴스는 마약중독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만나러 가면서 과거 기억의 수많은 플래시백에 사로잡힌다. 싱글맘인 어머니와 가난한 집안, 가정폭력, 마약중독인 어머니, 빈민가의 생활은 벗어나기 힘든 윤곽선의 굴레처럼 그를 조여들었다. 그러나 J.D.는 어린 시절 켄터키주 잭슨에서의 즐거웠던 추억, 외할머니·외할아버지 그리고 싱글맘인 어머니와 기뻤던 순간을 모아 담았다. 이는 언제고 꺼내 조립할 수 있는 행복의 퍼즐 조각이다.
슬픔과 절망은 행복의 아웃라인이다. 선이 있어야 윤곽이 나타나듯, 슬픔이 있어야 행복이 보인다. 윤곽선은 형체를 위해 봉사한다. 우리는 선이 아니라 형체를 보아야 한다. 슬픔과 절망이라는 윤곽선은 행복이라는 형체에 녹아들 뿐이다.
J.D.는 퍼즐을 맞추어 나가면서 윤곽선 보다는 그 안의 형체를 보았다. 윤곽선이 뚜렷하기에 그것이 담고 있는 형체는 더욱 가치가 있다. 기쁜 추억으로 조립된 형체를 보느냐, 그 윤곽의 선을 따라 그림자를 보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형체를 보도록 하는 회복탄력성은 하늘이 준 희망 상자이다. 가족, 특히 할머니의 지속적인 관심과 진정성 있는 지지가 그 희망 상자의 끈을 놓지 않게 하였다.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보아야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을 알게 된다.
“내가 도와줄게, 최선을 다할 거야.
근데 여기 있지는 못해.
여기 있어서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돼.”
누이에게 어머니를 맡기고 떠나면서 밴스는 이렇게 말한다. 선택의 무게를 이겨내고 똑바로 서야 했다. 결정의 순간은 지금뿐이다. 결국 어머니는 꼭 잡았던 J.D.의 손을 놓으면서 그의 선택에 따른다.
고등학교 때 전교 2등을 할 만큼 수재였지만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 대물린 10대 임신으로 끝내 꿈을 접은 어머니의 트라우마는 지각 아래 마그마처럼 억눌렸다가 때때로 분노를 분출하였다. 마약 중독자가 된 어머니를 J.D. 밴스가 원망할 때 누이 린지는 이렇게 말한다.
“용서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도 없는 거야”
그렇다. 용서하지 않는 한 상대를 계속 머리에 이고 있는 셈이다. 내려놓을 때 상대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한편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좋은 추억을 모으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는 거야”
행복은 과거가 아니다. 행복은 미래도 아니다. 흩어진 기쁨을 모아서 지금 여기에서 모양을 짓는 이 순간의 마음이다. 행복을 조립하자. 그러기 위해서 흩어진 기쁨의 조각을 주워 담자.
타락한 악의 도시 소돔에 열 사람의 의인이라도 있으면 벌하지 않겠다던(창세기 18장 32절) 야훼의 말씀처럼, 열 조각의 기쁨이라도 끌어모으면 우리는 어떤 절망에서라도 희망을 갖고 행복을 맞추어 나갈 수 있다. 누구나 열 가지의 기쁨은 있을 것이다.
J.D. 밴스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가족과 함께 기뻤던 순간을 주워 담았다.
“해병대 훈련 중에는 가족들과 편지로만 연락해.
그때 우리 가족은
매일 편지를 썼어.”
이 순간들이 있기에 행복의 퍼즐을 끌어 맞출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할머니와 엄마, 누나, 연인 우샤와 끌어안고, 키스하고, 백허그하고 손을 잡는 장면이 여러 번 나타난다. 안아주고, 쓰다듬고, 눈을 맞추고, 손잡아주고, 등 두드려 주고, 하이 파이브 같은 스킨십은 추억의 접착제이다. 사소한 일 같지만 피부를 거친 기억은 오래간다. 첫 키스를 잊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민감한 피부 감각이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기쁜 순간을 참지 말아라. 안아주고 손을 잡는 것에 인색하지 말아라 삶의 향기가 피어난다. 나중에 행복해진다.
터널은 경계를 넘어서는 곳이다. 이쪽과 저쪽, 과거와 현재, 추억과 현실을 나누는 경계이다.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의 경계인 터널을 지나는 장면은 영화의 시작부터 곳곳에 나타난다. 마지막 부분에서 J.D.가 드디어 미들타운의 터널을 통과하여 코네티컷주 뉴헤이븐(New Heaven, 영화의 결말과 우연의 알치)으로 향하는 것은 힐빌리의 세계를 빠져나와 그의 꿈을 이루게 됨을 나타낸다.
J.D.에게 희망의 등불을 꺼지지 않게 한 할머니의 말씀이다.
“우리의 시작이 우릴 정의하더라도
매일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매일 매일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누구를 만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기 위해
터널을 나서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선택의 무게에 눌리지 말라. 병아리에게도 알 껍질을 깨는 힘은 있다.
플라톤의 동굴에서 이데아를 바라만 볼 것인가, 이데아를 찾아 동굴을 빠져나올 것인가? 우리의 선택이다. 비록 대부분은 동굴 안에서 삶을 마치겠지만….
흩어진 기쁨을 평소에 주워 담아라, 어느 날 행복의 퍼즐이 완성된다. 퍼즐 조각이 많으면 형체가 뚜렷해진다. 슬픔과 절망의 윤곽선이 담고 있는 형체를 보아라. 윤곽선은 행복을 찾아 터널을 빠져나가는 이정표일 뿐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산자락을 돌아서는 흰 구름, 길가에 늘어선 데이지꽃, 카페에서 새어 나오는 커피 향, 재미있는 영화를 보다가 터뜨린 웃음. 오늘도 우리 주위엔 흩어진 기쁨의 조각들이 널려 있다. 항상 즉시 기쁨을 주워 담을 준비를 하여라. 신랑을 맞기 위해 등과 함께 기름을 준비한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 평소에 기쁨의 조각을 모아 두어라. 우리의 New Heaven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것이 이 영화를 보면서 내게 와닿는 메시지이다.
개봉 : 2015.11.19.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멜로/로맨스
국가 : 미국
러닝타임 : 97분
- 낭만천사 유광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