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신입사원
항간에 들리기를 내가 몇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다고 한다.
설렘 반, 걱정 반, 부푼 기대와 꿈을 안고 사무직으로 입사한 국내 대기업.
오늘이 첫 출근날이다.
차가운 겨울, 동이 트기도 전에 세찬 바람을 맞으며 사무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타닥타닥 들리는 키보드 소리와 함께 문을 연 낯선 사람이 누구인지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 호기심 가득한
눈빛들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기나긴 통로를 걸은 후에야 우리 팀 사람들과 마주했다.
팀장님과 어느 과장님이 나를 가장 열렬히 반겨주었다. 그리곤 내 얼굴을 보기 위해 내 자리로 모여든 다른 선배님들.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이 모여 나를 에워쌌다.
그들도 신입사원이 오늘 첫 출근을 한다길래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나 보다.
전진후진 씨는 고향이 어디야?
형제관계가 어떻게 돼?
학교 어디 나왔다고?
쏟아지는 질문들에 로봇이 된 것 마냥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첫 출근부터 말실수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가벼운 호구조사를 시작으로 나의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들 앞에 서기까지 무려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서류전형부터 인적성 및 AI면접, 실무/PT면접, 최종 임원면접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4개월 동안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고, 카페인에 중독된 것처럼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가슴이 벌렁벌렁했기 때문이다.
어느 느지막한 저녁 시간, 아버지와 단 둘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고 있을 때였다.
왁자지껄 떠드는 주변소리 속에서도 그날만큼은 문자 알림이 정말 잘 들렸다.
최종 결과가 나왔다는 회사 측에서 발송된 문자 내용이었다.
보자마자 심호흡을 정확히 5번 내쉰 후 결과창을 열었다.
그리고 결과는,
축하합니다, [전진후진 님].
귀하는 최종합격 하셨습니다.
XX그룹의 일원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 자리에 안 계시던 어머니께 가장 먼저 전화로 결과를 알려드렸다.
나보다 더 기뻐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내 잔에 소주를 따라주시며 기특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웃음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번에 뽑은 팀 TO는 단 한자리.
그곳에 내가 함께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정말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감에 걱정도 되었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이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기도, 두렵기도 했다.
며칠 후, 집에는 부모님께 날 잘 키워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사장님의 영상편지와 꽃다발, 그리고 와인이 함께 배달되었다.
내가 진짜 대기업에 입사했구나라는 사실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꽃다발과 영상편지를 가족들과 함께 보니
열심히 공부하며 아등바등 성실하게 살아왔던 순간들이 통째로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대기업 MZ 신입사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