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와의 첫만남
신입사원? 바지에 주머니가 너무 많은거 아닌가?
정확히 바지 주머니, 그리고 신입사원이라 부르는 호칭에 뜨끔하며 돌아봤다.
50대의 우리팀 팀장님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계셨다.
팀장님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요즘 것들은…쯧쯧”이라는 눈빛이 나를 관통했다.
그렇다. 나는 주머니가 많은 검정색 조거팬츠를 입고 출근했다.
며칠 전, 월급을 받아 갖고 싶었던 조거팬츠를 살 때 고민을 전혀 안했던 것은 아니었다.
과연 우리 회사 팀 분위기에 이런 바지를 입어도 될까?
검정색 바지 정도면 무난하겠지? 라는 신입사원의 치기어린 생각.
아니나 다를까, 마주치는 사람마다 회사에 마실나왔냐고 하시더라.
그런데 조금 의아하다.
입사하기 전 채용설명회에서 “우리 회사는 자율복장입니다” 라는 말을 분명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진리의 케바케(Case by Case)라고 했던가?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소위 '라떼'라 불리우는 팀장님이었기에 복장 규정을 잘몰랐다며
바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어쩌면 취준생일 때 조직의 문화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입사만 하면 선배님들의 입맛이나 조직의 분위기,
뭔들 못맞추랴 생각했다.
하지만 똥 마려울때와 똥 누고 나올때가 다르다고 하던가.
입사 후 처음 겪은 라떼와의 충돌에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더 큰 갈등 사례들도 있었으니,
바지에 주름이 많다, 회사에서 슬리퍼소리 내지 말라는 등의 말도 들어봤다는
사회선배의 앞선 꼰대 경험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게 꼰대와의 첫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