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행, 제주의 첫날처럼
-영구에게 보내는 편지 20
이일 저일 바쁘다고 잠시라도 당신을 위한 짬을 내지 못한다면
당신을 혹사하는 것이며 심각한 정신적 오류를 일으킬 확률이 높습니다.
저의 바람이 있다면
당신의 매일이 처음 제주 여행의 첫날처럼
설레이는 나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의 돌담길은
오래된 팽나무가 전설을 품은 듯이 반기어 주었고,
종달리 해안도로의 수국은
당신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특히 분홍색 수국은
“진심, 영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에
마음이 더 가는 꽃이기도 합니다.
제주도 첫 여행은
가이드북을 손에 쥐고 해외에서 여행 온 에뜨랑제(etranger)처럼
푸른 제주의 밤을 부프른 마음으로 선 술집을 찾아서
분위기에 취하고 사랑에 취했습니다.
우리 사랑만큼이나 뜨거웠던 여름날
해수욕장에서 해파리의 당신에 대한 사랑은
지금도 아련하게 제 마음을 일렁이게 합니다.
추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마음이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의 내쉬는 한숨에서 당신이 삶에 지쳐서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 잠시만... 정말 잠시만 마음을 내려놓고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떤지요
인간은 의미 부여의 존재입니다.
의미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당신의 하루하루가 무미건조해지는 것이 싫습니다.
삶의 의미를 잃는다는 것은 당신을 괴롭히고
일상을 의미 없게 합니다.
그러니 당신을 위한 시간을 낼 결단을 내리십시오.
무엇이든 결정을 하는 것은 순간입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은 아니라고 부정하시겠지만
그 부정 또한 정신적 오류에서 추론된 결과입니다.
저의 이 편지는 당신 자체의 삶을 지키기 위해 쓰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을 위한 휴가가 필요할 때입니다.
첫 여행, 제주의 첫날처럼 이제 당신의 삶을 잠시라도 한가하게 해야 합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