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병이되어

-영구에게 보내는 편지 23

by 김정겸


어느 날 새벽, 저는 당신을 등지고 새벽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날은 당신이 불 꺼진 창가에 서서

가녀린 어깨를 드러내고

저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 손 인사를 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눈에서,

마음에서

제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니 그리워 부르는 연가를 멀리할 수 없어

매일 당신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것이 병이 되어 지금도 당신 눈앞에 있어

당신의 사랑스러운 손길을 받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비 오는 날이면 당신이

제 곁에서 속삭이고 있는 듯한 환영에 사로 잡히기도 합니다.

비 내리는 소리가 당신이 날 부르는 소리와 닮아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과의 이별 장면이 더 생각나고

그래서 더 아련해지고 그리워집니다.

빗소리에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자리에서 저와 같이 잠 못 이루며,

저를 그리워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 소망이 허무일 수도 있으나

그저 저는 당신 바라기로써 어떤 공상이든 못하겠습니까.


이제

당신께서 저의 어두운 영혼에 등불을 밝혀 줄

천사가 되어 주십시오.

당신의 날개에 저의 영혼을 묻고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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