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우는 특별한 반려동물

볼파이톤 - 세계에서 가장 많이 키워지는 애완뱀

by 예지의 여름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반려동물들이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는 반려동물의 범위를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및 햄스터' 총 6종으로 지정해뒀지만 실제로는 더욱 다양한 범주의, 이를테면 물고기나 새 등을 반려동물로 키우곤 한다.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 역시 조금 특별하다. 따뜻한 체온 대신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보송보송한 털 대신 반짝이는 비늘, 눈꺼풀이 없어 눈을 깜빡이지 않고 지긋이 지켜보는 죽 찢어진 세로 동공의 눈동자, 네 다리 대신 아무것도 없이 미끈한 몸통만 존재하는- 내가 키우는 동물은 뱀이다.








"뱀? 그런 걸 왜 키워, 독 있는 것 아냐? 안 무니?"


사실 뱀을 키우고 있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뻔했다. 흔한 동물이 아닐수록 오해는 깊고, 특히 독이 있는 종들이 있는 뱀은 더욱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여러 번 되풀이해왔던 말들을 꺼낸다.


"독 없고, 강아지도 위험에 처하면 물 듯이 뱀도 공격당하면 물어요. 웬만해선 물릴 일 없다는 얘기예요."


뱀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얇고 기다라며 쉭쉭 대고 사람을 이유 없이 공격하고 물곤 하는, 맹독의 뱀을 흔히 떠올린다. 흔히 미디어에서 나오는 살모사나 킹코브라 따위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키우는 반려 뱀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뱀과는 차이가 몹시 크다. 마치 세렝게티 초원의 사자와 집에서 가르랑 대는 애완 고양이만큼의 차이만큼이나 크다고나 할까.


부드럽고 뚱뚱한 몸, 강아지처럼 까맣고 반짝이는 동그란 눈, 숫자 3 자를 닮은 고양이 입, 사람을 만나면 공격하는 대신 몸을 공처럼 동그랗게 말아 방어태세를 취하는 뱀이 바로 내가 키우는 종, 볼파이톤이다.


볼파이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키워지는 반려 뱀 종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견고한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종이다. 강아지로 따지자면 말티즈처럼 뱀 중에서는 귀엽고 온순한 포지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래전, 클레오파트라가 장신구로 둘렀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종이기도 하다. 물론 장신구로 둘러도 괜찮을 만큼 유순한 성격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뱀, 얼마나 독특하고 아름다우며, 두려움과 동시에 경외 로운 생물인가.

예로부터 뱀은 긍정적인 이미지인 부활과 지혜,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본능적인 거부감과 공포를 일으키는 동물로도 유명하다. 이런 양면적인 이미지의 동물을 내 집에 들이게 된 이유는 특별한 이유는 아녔다. 놀랍게도, 뱀은 현대사회인의 반려동물로 적합한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뱀은 크기에 비해 비교적 넓은 공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강아지와 달리 집 밖으로 나가는 야외 산책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유리로 된 케이지와 같은 공간에서 키울 수 있어 비교적 넓지 않은 집에 사는 사람들-나를 포함한 자취생들도 쉽게 키울 수 있다.


외로움을 타지 않고 소음을 내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외로움을 타지 않기 때문에, 2마리 이상을 키울 필요가 없으며 필수적으로 시간을 내 놀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짖거나 울지 않기 때문에 방음이 잘 안 되는 곳에서도 문제없이 키울 수 있다.


신진대사가 느려 먹이를 일주일에 한 번 먹고, 배변도 매일 하지 않는다. 이렇게 주기가 길기 때문에 여행 같은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고, 자주 손이 가지 않아 하루에 10분에서 15분 정도만 케어에 신경 써도 충분하다.


수명이 길어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다. 내가 키우는 볼파이톤의 경우, 해외에서는 50살 이상 산 개체도 기록될 정도로 장수하는 종이다. 분명한 장점임과 동시에 책임감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화려한 외형으로 관상동물로서도 좋기 때문에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된다. 특히 내가 키우고 있는 볼파이톤이라는 종은 '강아지 눈에 고양이 입'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주 귀여운 외형을 가지고 있다. 뱀이라는 편견만 버리고 본다면, 상당히 귀여운 외형임에는 틀림없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 단점이 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적절한 온도를 맞춰줘야 한다. 다행히도 자동온도조절기라는 도구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온도를 맞춰주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볼파이톤의 경우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에 예민하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촉촉한 습도를 유지해줘야 한다. 가습기를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주지 못한다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쥐를 먹이로 줘야 하기 때문에 이 점에서 거부감을 크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쥐의 경우 전문 쥐 농장에서 준비된 청결하고 안전한 냉동 쥐를 먹인다. 냉동 쥐이기 때문에 청결하고 포장이 되어있더라도 음식이 있는 냉동고에 쥐를 보관한다는 것 자체에 큰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뱀은 매력적이라고 느끼지만 쥐 자체에 거부감을 느껴 사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단점도 있지만, 다채로운 장점 때문에 뱀을 키우게 되었다.


뱀을 두려워하시는 분도 있으실 테니 브런치에는 뱀 사진을 별도로 올리진 않을 예정이다.

그렇지만 볼파이톤의 사진이 궁금하시다면, 구글에 cute ball python 을 검색해보셨으면 한다. 일반적인 뱀의 이미지와 다른, 예상외로 귀여운 모습에 '심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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