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이가 아프다

소중한 반려동물이 아프다면

by 예지의 여름





나에게는 땅콩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귀여운 반려동물이 있다.

납작한 코와 통통한 몸통을 가진 땅콩이는 웨스턴 호그노즈 스네이크,

그러니까 뱀이다.


나는 뱀을 여러 종 키우고 있다.

사부 파이톤, 볼파이톤, 킹스네이크, 워마 파이톤, 그리고 웨스턴 호그노즈 스네이크.


웨스턴 호그노즈 스네이크는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면 서부 돼지코 뱀이다.

돼지코라는 이름대로 코가 납작하게 눌려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뱀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보면 상당히 귀여운 외모로 뱀 중에서는 '입덕담당'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물 마시는 뱀 gif 파일을 본 적 있다면, 99% 확률로 이 웨스턴 호그노즈 스네이크일 것이다.)


먹성도 좋아 먹이를 주면 양 볼을 움직이며 와구와구 먹이를 받아먹는 것이,

먹이를 줄 때 제법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종이기도 하다.








그러던 땅콩이가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뱀은 사람과 달리 뼈까지 녹여내는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어,

구토를 하게 되면 강한 위산이 역류해 소화기관에 크게 부담을 주게 된다.

어린 뱀의 경우 구토 몇 번으로 죽기도 할 정도로,

구토는 뱀에게 있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켜만 볼 수 없었기에 특수동물 진료를 보는 동물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뱀의 경우, 일반적인 반려동물이 아닌 특수동물에 속해 일반적인 동물병원에서는 진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뱀을 키우기 전에는 집 인근에 방문할 수 있는 특수동물병원이 있는지 찾아봐두는 것이 좋다.


예전에 다니던 동물병원이 있지만,

변온동물인 땅콩이를 데리고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번에는 비교적 집 근처의 특수동물 진료가 가능한 동물병원에 전화해 예약을 했다.








"온도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가지 증세에 대한 질문을 하시고,

땅콩이를 들고 이리저리 촉진해주시던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온도 문제요?"


나는 되물어보며 땅콩이의 입안을 꼼꼼히 살펴보는 의사 선생님을 지켜봤다.

촉진이나 육안으로 입안을 살펴보았을 때 별다른 문제는 없는지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지만,

나는 온도 문제가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었다.


시원한 곳은 28도, 따뜻한 곳은 31도를 유지하는 땅콩이 집이 온도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니.

이런저런 생각이 물밀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닥에 깔아주는 베딩이 너무 높아 열전달이 안되었나?'

'비교적 아랫부분에 있는 집이라 차가웠나?'


5일 치의 약과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땅콩이를 조금 더 좁지만 조금 더 따뜻한 집으로 옮겨줬다.

기운이 부쩍 없어진 땅콩이는 내가 옮겨줄 때도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대로 옮겨질 뿐이었다.


약 먹이기 또한 수월했다.

기력이 많이 줄어든 땅콩이가 그다지 심한 반항을 하지 않고,

목에 바늘 없는 주사기를 밀어 넣어도 얌전히 있어준 덕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씩씩대며 화를 냈을 녀석이 축 늘어진 채 있는 걸 보니 맘이 안 좋았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데려오고 길러온 생명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며들 듯 정이 든 것 같았다.








"어?"


땅콩이에게 약을 먹이던 중,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땅콩이의 입가에 비늘이 일어나 있던 것이다.

나는 즉시 그 비늘 껍질을 살살 떼어내기 시작했다.


탈피.

파충류, 곤충류 따위가 자라면서 허물이나 껍질을 벗는 행동을 뜻한다.

뱀은 탈피를 통해 몸집이 더욱 커지며, 낡은 비늘을 벗어낸다.


땅콩이가 탈피를 제 때 하지 못해 비늘 껍질이 온몸에 달라붙어 있던 것이다.

쭉쭉 탈피 껍질을 떼어내자 입 끝부터 꼬리 끝까지, 제법 긴 탈피 껍질이 나왔다.

이 갑갑한 것을 온몸에 두르고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병원에 데려가기 전부터 색이 칙칙하다곤 느꼈지만,

컨디션이 안 좋아 색이 빠졌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색이 칙칙한 이유가 탈피 껍질을 몸에 두르고 있어서였다니….


뱀들은 탈피 기간 때 림프액을 헌 비늘과 새 비늘 사이에 채운다.

탈피 기간 때엔 이 림프액 때문에 눈도 덜 보이고 취약해진 상태가 되어 더욱 예민해진다.

밥 또한 잘 먹지 않고, 먹더라도 토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땅콩이가 토한 건, 어쩌면 온도 때문이 아니라 탈피 때문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 되어 밥 주는 날이 되었을 때,

다행히 땅콩이는 저번과 달리 와구와구 밥을 잘 받아먹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목요일까지 구토도 하지 않았다.

안심이 됨과 동시에 탈피를 못한 이유가 뭐든 간 더욱더 잘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충류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에서도 종종 아픈 동물들이나,

가끔씩은 추모의 글들을 보곤 한다.


'OO이가 토했어요ㅜㅜ 콘스네이크인데 괜찮을까요?'

'저희 집 게코가 떠났어요, 추모의 글 올립니다'


키우는 종은 다르고 낯설더라도,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이 다르거나 낯설지 않은 것 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땅콩이가 앞으로 아프지 않도록 잘 보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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