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과 감사
<진양조>
그때여 어사또님이 춘향집을 드려다 보니 춘향모친이 단을 묻고 빌고 있거날, 그때여 춘향모친은 후원에 단을 놓고 새 사발의 정화수(井華水)를 떠서 새 소반에 받쳐 넣고 두 손 합장 비난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지신 일월성신 화의동심(和議同心) 허옵소서. 임자생 성춘향은 낭군을 위하여 수절하다 명재경각이 되었으니, 효자 충신 열녀부터는 하나님이 아신 배라. 명천이 감동하사 삼청동 이몽룡씨 전라 감사나 전라어사나 양단간에 시켜주면 옥중 춘향 살리겠소. 향단아, 단상의 물 갈어라. 정성도 오날이요. 지성신공도 오날밖에 또 있느냐?"
<아니리>
어사또 이 모양을 보시더니, 내가 어사되기는 선영덕으로 알었더니 이곳에 와보니 우리 장모의 정성 덕이 반 이상이로구나. 이 모양 이 꼴로 들어갔다가는 저 늙은이 성질에 나를 위여 뜯을테니 잠시 속여 볼 수 밖에,
"이리오너라! 안에 아무도 없느냐? 이리 오너라!" 춘향모 빌다 깜짝 놀래, "향단아 전에는 이런 일이 없드니 너희 아씨가 죽게되니 성조조왕이 발동을 했는가? 어떤 사람이 술 많이 먹고 오뉴월 장마에 토담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내다봐라!"
"밖에 누가 왔소? 누구를 찾으시오?" "오, 너의 마나님을 잠깐 보러 왔으니 좀 나오시라고 여쭈어라!" "마나님. 어떤 거지같은 분이 마나님을 뵙자고 합니다." "이 정황없는 사람을 누가 보자고 헌다냐? 없다고 따 보내라!" "우리 마나님이 어디가고 안 계신디라우!"
"머! 그렇게 딸 것 있느냐? 여기서 비는 것 다 듣고 보았다. 너희 마나님이 안계시다고 허거든 아까 그 삼청동 이 몽룡이 잘되라고 빌던 그 분 좀 나오라고 여쭈어라." 향단이 들어와 "마나님, 여기서 비는 것 다 듣고 보았습데다. 어서 좀 나가보시지요." "그 어떤 사람이 와서 오너라 가거라 성가시게 헌다냐?" 춘향 모친이 떠들고 나오난디.
<중중모리>
춘향모친이 나온다. 춘향 어머니가 나오난디. 백수민머리 파뿌리되야 가닥가닥이 늘어지고 꼬부라진 허리 손들어 얹고 어정거리고 나오다니, "어허. 저 걸인아! 물색 모르는 저 걸인, 알심 없는 저 걸인. 남원 사십팔면 중에 내 딸 소문 못들었나? 내 신수불길하야. 무남독녀 딸하나 금옥같이 길러내여 옥중의 들었는디 무슨 정황이 있다고 날 찾아왔어."
어사또 이른 말, "내가 왔네. 자네가 날 몰라?" "나라니 누구야! 말을 허여야 내가 알지 해는 저물어지고 성부지명부지헌디 내가 자네를 어찌 알어!" "허허 늙은이 망령이여. 나를 모르나? 어허 자네가 나를 모르겄나? 내 성이 이가래도 나를 모르겄나?"
춘향모친 이 말 듣고, "이가라니 어느 이가여? 성안성의 많은 이가? 어느 이간줄 알 수 있나? 이 사람아! 말을 듣소? 칠십당년 늙은 년이 무남독녀 내 딸 춘향 옥중에다가 넣어두고 옥수바라지를 허느라고 밥 못먹고 잠 못자니, 정신이 없고 눈이 어두워져 엊그저께 보던 사람 정녕 나는 모르겄네." 어사또 이른 말, "경세(經歲) 우경년(又經年)허니 자네 본지가 오래여. 세거 인두백허여 백발이 완연(宛然)히 되었으니 자네일이 모두 말 아닐세. 나를 모르나 장모 자네가 망령이여"
춘향모친 이 말 듣더니 "아니 무엇이 어찌여? 장모라니 웬말이여! 남원읍내 오입쟁이들 아니꼽고 녹녹터라. 내 딸 어린 춘향이가 외인상대를 아니허고, 양반서방을 허였다고 공연히 미워하여 명재경각이 되어지니 너희 마음들이 시원하야 인사 한마디는 전혀없고. 내 집 문전을 다니면서 싱글빙글 비웃으며, 여보게 장모. 장모라면 환장헐 줄 알고? 이가라면 이갈린다. 듣기 싫네. 어서 가소!"
어사또 이른 말, "장모가 진정 모른다고허니 거주성명을 일러줌세. 서울 삼청동 사는 춘향낭군 이 몽룡. 그래도 날 몰라!" 춘향모친이 이 말을 듣더니 어안이 벙벙허고, 흉중이 답답 두 눈이 캄캄 한참 말을 못허더니만 어사또를 무뚜뚜뚜루미 바라보더니,
"아이고. 이 사람아 왔구나! 우리 사위 왔네.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는가? 얼씨구 내 사우. 하날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하운이 다기봉터니 구름속에 쌓여왔나? 풍설이 쇄란터니 바람결에 날려왔나? 춘수는 만사택이라 허더니 물이 깊어서 이제온가? 무정허고 야속허데. 한번 가더니마는 여영잊고 일장수서가 돈절허니 어찌 그리도 무정헌가? 야속허다고 일렀더니 어디를 갔다가 이제온가? 들어가세. 이 사람아! 뉘 집이라고 아니 들어오고 문밖에서 주저를 하는가? 들어가세 들어가세 내 방으로 들어가세."
춘향가에서 몽룡이 남원으로 돌아와 춘향모친과 재회하는 대목이다. 몽룡은 그간 자신의 노력 덕분에 장원 급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원에 와서 보니 춘향모친의 정성과 기도가 큰 역할을 했음을 알게 된다.
춘향모친은 자신의 헌신과 노력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몽룡이 과거에 급제하기를 기도했고, 춘향이 옥에서 건강하게 나오길 기도하며 지냈다. 이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처럼, 자신의 헌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의 진심을 보여준다.
현대 생활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많다. 직장에서 동료가 내가 모르게 나의 일을 잘 처리할 때도 있고, 가정에서 가족 중 누군가가 보이지 않게 많은 일을 해결할 때도 있다. 우리는 그들의 헌신과 노력을 인지하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춘향모친은 자신의 노력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기도하며 지낸다. 현대 사회에서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자세는 중요한 덕목이다. 특별한 보상을 바라지 않고 맡은 바를 충실히 수행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
춘향모친의 행동은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상징한다. 몽룡은 자신의 성공이 춘향모친의 정성과 염원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깨닫는다. 현대 사회에서도 누군가의 헌신과 노력이 현재의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회사의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의 노력이 있다. 이러한 헌신은 결국 조직 전체의 성장을 이끌며,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몽룡은 상봉한 춘향모친에게 감사의 마음을 드러낸다. 현대 사회에서도 감사의 표현은 중요하다.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감사의 표현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이다.
몽룡과 춘향모친의 상봉은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자신의 헌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깨닫고,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자신이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다. 헌신을 자랑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자세는 결국 큰 성과를 이끌어 낸다. 또한 몽룡이 춘향모친의 헌신을 깨달은 것처럼, 우리도 주변의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