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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기득권 괴물들

by 홍재희 Hong Jaehee



1.


정치판에서 586 기득권 괴물들을 매일 지켜보는 것만 해도 충분히 피로하다. 내 일상 주변에서 이런 이들과 거리를 두고 사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직장에서 일터에서 주변에서 자의식 없는 이들 기득권 세대를 날마다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어쩔까?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대중들에게 엄청난 공감과 반향을 일으켰을 때 주인공 박동훈(이선균)에게 감정이입하는 586 세대 남성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엔 그는 현실적 상황으로 본다면 드라마에서 동훈의 형인 상훈에 더 가까웠고 마인드로는 회사 상사인 도준영(김영민)과 비슷했다.

요즘 것들 싹수없고 일 안 하고 뺀질거린다며 젊은 세대를 싸잡아 불평하는 꼰대인 그가 요즘 젊은이를 대변한 아이유의 성장을 지켜보고 자신을 성찰하며 반성하던 아저씨 동훈과 자신을 동일시하다니. 자신의 모순과 분열을 자각하지도 못하는 그가, 우월감과 열등감에 찌든 그가 참으로 놀라웠다.

소위 잘 나가는 한 자리 차지하시고 반듯한 명함에 무슨무슨 ~님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지신 586은 다 이렇게 주제 파악이 안 되고 인지부조화가 심한 걸까.... 그런 생각을 했다.


민주당이 수구기득권을 물리쳐줄 거라 착각했거나 민주당이 동일한 기득권이 됐다는 사실에 실망하여 도로 수구세력인 국민의 힘을 지지하거나, 오직 둘 중의 하나밖에 사고하지 못하는, 도 아니면 모인 단순무식한 한국인 우리들이, 제3의 길에 대한 상상력이 요만큼도 없는 한국 사회가 분열하는 자의식에 자기 성찰이 결여된 586 기득권을 잉태했겠지.



2.


미래가 현재가 된 지금 괴물이 된 586세대의 징후를 상징적으로 예리하게 포착했던 영화 한 편이 있었다.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2006). 임상수 감독만이 유일하게 자기 세대인 386/586의 위선을 냉철하게 자기객관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규항의 글을 싣는다.


[ 80년대를 그린 영화들이 586 선전물로 전락하는 건,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그 영화들의 단순함이 자초한 상황에 가깝다. <오래된 정원>(2006)은 예외적인 편이다.


역사 해석에서 그리고 시점에서 여러 겹을 보여준다. 아래 장면에서 중요한 투쟁을 결의한 남자 후배는 바지에 손을 찌른 채 유유히 걸어 내려가고 청소부 부부는 리어카를 끌고 힘겹게 언덕을 올라온다. 한윤희는 그들을 바라본다. 한윤희가 카메라로 고개를 돌리면서 시점이 바뀐다. 죽은 한윤희는 현재 오현우에게 말한다. "쟤 요새 잘 나가는 인권변호사래요. 다음에 무슨 선거에도 나간다던데."


민중(청소부 부부)은 그들의 해방을 외치는 인텔리의 일상과 분리되어 대상화되어 있다. 그런 상황은 운동권의 교조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과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여성에게만 줄곧 관조된다. 죽은 한윤희가 현재 오현우에게 건네는 말은, 영화가 혹은 동시대 감독 임상수가 시민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는 2006년 개봉했다. 지금 민주당과 586에 실망해 등을 돌린 사람들이 수구 기득권 세력만 물리치면 사회가 나아질 거라는 단순함에 한창 열을 올릴 때다. 바꿔 말하면, 그들의 단순함이 민주당과 586을 한창 자의식 없는 기득권 괴물로 키울 때다.


사회를 망가트린 단순함과 법치와 공정이 상식과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 대한 분노의 단순함은 다르지 않다. 사회는 언제나 여러 겹을 이루고, 현재의 문제들은 실은 뒤늦게 드러난 오래전에 만들어진 문제들이다. ]

ㅡ김규항




3.


윤석열(1960년생) 이재명(1960년생) 박영선(1960년생) 윤상현(1962) 오세훈(1961년생) 안철수(1962년생) 우상호(1962년생) 나경원(1963년생) 조국(1965년생) 장제원(1967) 등등... 셀 수 없다.


전부 1960년대생 586 세대다. 베이비부머 이후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 대비 가장 다수인 세대. 지금의 2030대 밀레니얼 MZ세대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쪽수로 이미 넘사벽이다.


전후 이래 기득권을 쥔 가장 인색한 세대가 지금의 50-60대 586 세대가 아닐까 싶다. 부와 기득권을 쥔 채 여전히 자신들이 가장 민주적(?)이며 평등지향(?)적이라고 착각(!!)하는 세대. 쪽수로 가장 다수이다 보니 자신들이 사회의 기준이자 표준, 세상의 중심이며 미래라 자신하는 세대.


이들이 주도하는 세상이 지금 2030 대가 맞닥뜨린 현재다.


그런데 586세대가 태어나 자란 시대와 달리 당신들이 낳아 기른 자식 세대가 살아갈 시대는 쪽수로나 가진 재산으로나 이미 그 이전 세대를 압도할 수 없다. 부모인 당신 세대의 도움 즉 건물주 부모 찬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당신들이 공정을 해치고 평등을 저해하며 정의롭지 않은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내 새끼 몰아주기에 그토록 열일하는 것이 아닌가.


당신들의 부모 세대인 광복-전후 세대는 자식들인 젊은 세대에게 기대가 있었다. 그들은 그저 잘 되기를 바라며 애가 알아서 잘해주기를 바라며 묵묵히 부모로서 일만 했던 세대였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 이후인 지금의 586 세대는 자신들의 부모 세대와 같은 결정을 하지 않는다. 반대로 '스카이캐슬'처럼 아이 때부터 청소년 성인이 되어서까지 자식의 인생에 개입한다.


당신들은 자식이 못 미더워 리포트도 써주고 논문도 대필하고 조작도 서슴지 않는 세대가 아닌가. 스물에 웬 사랑 결혼이냐 공부나 해라, 학과는 의대 법대 경영학과, 서른에 창업이 웬 말이냐, 직업은 공무원, 돈 되는 일 남 앞에 뽀대 나는 일을 해라. 하나부터 열까지 자식의 인생을 관리 통제하며 보험설계사처럼 인생 플랜까지 짜주는 부모들 아닌가. 단칸방에서 숟가락 두 개와 냄비 하나로 시작한 당신들 부모와 달리 당신들은 자식이 단칸방에서 시작하겠다면 팔팔 뛰며 싫어하는 부모가 아닌가. 자식에게 아파트 한 채 안겨주고 곧 죽어도 신혼은 무조건 아파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마르고 닳도록 가르친 부모 아닌가. 공부 못 하면 대학 안 가면 청소부나 된다며 자식을 겁박하고 직업에 귀천 있다고 학벌 간판 따지고 연봉 따지는 속물들이 아닌가. 가난했던 당신들의 부모세대와는 달리 자신이 가진 재산과 기득권을 자식에게 올인할 수 있는 유일한 첫 세대가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광복 이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기득권을 쥐게 된 세력 중에 지금의 586 세대가 가장 인색하고 이기적이며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새끼 제일주의 말고는 한국 사회의 미래인 젊은 세대에게 투자할 생각은 1도 하지 않으면서 아프니까 청춘이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니들이 고생을 안 해봐서 배가 불렀다고? 제가 앉은자리 꿰찬 자리는 절대로 놓을 생각조차 안 하고, 끼리끼리 해 먹고 나눠먹고, 젊은이들이 창업을 해도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망할 판을 만들고, 비정규직 계약직만 던지고 열정페이로 뜯어먹고 해고하고, 인맥 지연 학벌로 줄 세우고 아니면 사람 취급도 안 하면서? 부동산 투기로 한몫 잡고 불로소득으로 자산을 늘린 주제에 치솟는 물가와 집값에 좌절 영끌하여 아파트 주식에 올인하는 젊은 세대를 당신들이 비난할 자격이 있나?



부모 말을 따르지 않는 자식에게 '니들이 고생을 안 해봐서 그런다 니들은 어려서 뭘 모른다'라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자. 지금의 5060 대가 일제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자신들의 부모 세대만큼 고생을 해봤는가. 우리는 독재와 싸우느라 열일했다 민주화를 완성은 못해도 포문은 열었다고 자뻑할 수도 있다. 왜 나한테만 그래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고생은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전 세계의 인류 모두가 하고 있다. 당신만 고생한 거 아니다. 2025년을 사는 열 살도 스무 살도 서른마흔도 고생은 빡시게 힘들게 하고 있다.


나 때는 안 이랬는데 요즘은 왜 이래라는 말로 본질을 희석시키지 말라. 언제나 현재는 과거의 결과다.


대한민국의 인구수의 최대 쪽수이자 현재 한국 사회의 모든 기득권을 쥔 50/60세대가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기득권을 양보할 수 있을까. 젊은 세대를 위해 의자를 내어줄 수 있을까. 젊은 세대를 위해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자신의 손자 손녀들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싸운다는 미국 정치인 70대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한국 사회 미래의 방향타를 바꿀 힘과 기득권을 쥔 5060 대가 내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오직 정상가족 신화에 목매고 성장 제일주의 개발중독뿐이라는 것, 젊은이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기득권 유지와 제 계급의 안녕과 노후만을 위한 정책, 제 핏줄의 영달 외에 남의 자식과 젊은 세대를 사지로 내모는 정책뿐이라는 것. 이 나라에서 윤석열, 한동훈, 오세훈 같은 과거지향 수구꼴통 성장제일 개발주의자들이 지도자라는 사실이 한심하고 암담하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이 나라의 똑똑한 젊은 세대의 지극히 현명하고도 절박한 생존전략이라는 사실이 더없이 슬플 뿐. 저출산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와 후진 정치가 참담할 뿐.



4.


차기 국짐의 간판으로 위세몰이중인 한동훈이 "스타벅스는 서민들이 오는 곳은 아니죠."라는 망언을 시전했다.서민으로서 스벅을 이용하며 스타벅스 카푸치노 숏을 애용하는 나는 모욕당했다.


한동훈 이 새끼는 도대체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 작자인가. 한동훈처럼 날 때부터 금수저 기득권 엘리트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과연 어떤 풍경일 것인가. 사울시장 오세훈은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공식석상에서 저소득층의 자식은 '아이들; 고소득층의 자식은 '자제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전형적인 기득권의 엘리트주의 뺘속들이 몸에 밴 차별의식의 징표다. 우월의식에 사람에겐 인간을 차별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 사람이 쓰는 언어는 그 사람의 사고와 인식을 규정한다. 그가 평소에 쓰는 언어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투가 즐겨 쓰는 단어가 그의 생각과 관념과 가치관과 세계관을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적자생존에 입각한 우열의식과 권위주의적 엘리트주의에 물든 586 세대들의 편협한시각과 차별적 시선.적어도 누구보다도 정치인이라면 솔선수범하여 헌법에 명시된 대로 사람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할 수 있는 기본이 요구되는 것 아닌가. 안타깝게도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체화 실천하는 민주주의자는 드물다.



586 운동권 세대와 자신은 다르다며 대놓고 갈라치 기하는, 민중(서민)은 개돼지라 간주할 한동훈 오세훈 같은 관료엘리트가 나는 더 무섭다.

서울대 법대 고시 출신 판검사 사짜 나부랭들이 망치는 나라 대한민국.

정치인도 정치가도 아닌 율사들이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사회.

헌법 제 1 조 민주공화국이 무색하다.

과연 조선시대 왕조시대에서 벗어나긴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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