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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은 지능순?

똑똑할수록 결혼을 안 하는 이유

by 홍재희 Hong Jaehee


https://www.youtube.com/watch?v=TKhGy-MlC0A



노처녀가 시집 못? 안? 갔다고 가족친지들이 챙피해 죽겠다고 들들 볶고 성화라 학교 선생 커리어 우먼으로 잘 살고 있던 서른 넘은 노처녀 울엄마는 결국 선 봐서 쫄딱 망헤서 당시 가진 거라곤 제 머리 좋은 거랑 휜칠한 키와 롱다리 소위 잘생긴 외모 밖에 없는 근데 백수에 술꾼인 개떡같은 아빠와 결혼이란 걸 했다. 엄마보다 더 나이 많은 노총각이었던 아빠는 오직 가랑이 사이에 달린 그거 하나로 스펙 높은 여자랑 선도 보고 엄마는 오직 여자가 나이가 많고 많아서, 스펙 졸라 낮춰 갔다.


과년한 여자가 결혼하려면 재취와 후처로 가도 감지덕지라고 여기던 꼴같잖은 여성 인권유린 시대라 아빠는 엄마가 옳은 말만 하면 말끝마다 네가 배웠다고 유세냐 네가 선생했다고 날 가르치려고드냐 핏대를 세우며 엄마를 무시했다. 하지만 어린 내가 들어도 엄마가 틀린 말을 한 게 아닌데. 엄마는 그냥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가진 건 알량한 자존심 불알 두 쪽 밖에 없던 아빠는 엄마가 남자의 하늘 같은 자존심(얼어죽을!)을 무시했다고 생난리를 쳤다. 인물값 한다더니.....정말 그랬다. 한 인간으로서 성숙하기에 아빠는 너무 많이 모자랐고 모자란 주제에 스스로를 인정할 줄도 모르고 잘나고 똑똑한 여성을 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도 모르는 자격지심에 쩔은 칠푼이였다.


그게 대한민국 남자 가부장이란 존재다.



생전에 아빠는 자긴 차라리 그냥 혼자 살거나 신부가 되어야 했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도 또 울적한지 술을 마셨다. (신부는 아무나 하나? 그럴려면 술을 끊으셨어야죠?!@#$@#) 엄마는 애들 가르치는 선생으로 혼자 살다가 시골 학교 교장으로 은퇴하는 게 원래 꿈이었는데 했다.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엄마의 두 눈시울은 촉촉해졌다. 엄마나 아빠나 따로 혼잠하는 긴 세월을 보내며 내게 고백하길, 난 결혼이 안 어울리는 사람이었어 그걸 몰랐어. 흐미....!! 둘 다 참.....그 놈의 깨달음은 왜 항상 늦게 오는 건지. 그러게 세상이 뭐라든 부모, 남들 따위보다 자기가 정말 원하는 걸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길로 갔어야지. 나는 소중하니까요.



넌 결혼 안하냐 라고 묻는 아빠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아빠를 보니 '남자'랑 '결혼'하는 건 영 이해가 잘.... 세상에 좋은? 남자도 많다고 하시는데 뭐, 그렇겠죠. 하지만 엄마 아빠 두 분이 사신 걸 보니 제가 너무 똑똑해서리 영특하게도 결혼 제도의 본질을 깨우쳐버렸네요. 이게 다 아빠 덕분이에요.


아빠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대답했는데 그 때 아빠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그 때 아빠는 내 말을 못 들은 척 했었는데 말이다. 대학 다닐 때 내 머리끄댕이를 잡고 빡빡 밀어 정신병원에 처넣어야 한다고 기함을 떨던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아빠는 그렇게 중늙은이가 되니 꼬리를 쏙 내렸다.



결혼은 효도라 안하면 죄라 믿은 착한 딸로 살았던 K 유교녀 엄마에게 나쁜 딸인 나는 말했다.


저한테 그 효도를 바라지 마세요. 전 부모님 행복하라고 결혼하지는 않을 거에요. 행복은 제 행복이지 부모님 행복이 아니잖아요? 전 제가 행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행복하길 바라신다면 제가 뭘 하든 제 선택을 지지해주세요. 제가 스스로 선택한 인생에 부모님 탓은 안할 거 아네요? 제가 행복해야 그래야 부모님이 행복하신 거에요.


이 따위 싸가지 없지만 부모에게 진정 효도하는 말을 던지고 집 나가서 내 맘대로 살았다. 스물 넘은 자식이 스스로 성인임을 선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부모의 울타리를 떠나 독립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뭐라 생각할 지는 근래 꿈에도 안 나타나시니 모르겠고 요즘 뒤늦게 속썩이는 자식들 걱정에(나 빼고) 밤잠을 못 이루시는 어머니는 예전엔 날더러 너 늙으면 누가 챙겨주냐 자식도 없는데, 너 때문에 내가 죽어도 걱정이다 하셨지만 이제는 늘그막에 넌 자식 걱정할 일 없으니 세상에 네 년이 제일 속 편하다 자유롭게 사는 거 같다고 하신다. 아 놔...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전 엄마 아빠의 못 다 이룬 꿈의 결정체란 것을!


- 인생 뭐 있나요? 제 맘 거슬리지 않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다가면 그만인 것을~~~

김애순님. 제 어머니와 비슷한 세대신데 참 다르네요잉.

역시 동지는 세대를 뛰어넘네요. 애정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0rnPLNjm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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