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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단상

겨울나무에서 봄나무에게로

by 홍재희 Hong Jaehee




나는 바로 이맘때

겨우내 앙상하게 메말랐던 나뭇가지마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을 일 년 중 가장 사랑한다.

완연한 봄보다

겨울나무에서 봄나무로

보슬비가 내릴 때마다 꽃이 피고 지고

하룻밤 자고 날 때마다

손톱만큼 한 뼘씩 자라나는

아기솜털같은 연두빛 이파리들이

바람결에 너울지며

봄이 차오르고 스며드는 소리를 듣는다.


봄이 왔다고






사랑과 죽음을 일컬어

인생이라는 파티에서 만나는 두 불청객 같다고들 하지.


하나는 심장을 멎게 하고

하나는 숨을 멎게 하고


삶의 정수 인간 경험의 정수인 이 둘은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다 떨어지는 동전의 양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들 가운데 하나는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글을 쓰는 일이라고

롤랑 바르트는 고백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 못지 않게

어쩌면 글을 쓰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사랑하는 일이다.


내 마음에

아아 어느새

봄이 훅 들어왔다.


사랑은 봄이다 봄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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