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로 이맘때
겨우내 앙상하게 메말랐던 나뭇가지마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을 일 년 중 가장 사랑한다.
완연한 봄보다
겨울나무에서 봄나무로
보슬비가 내릴 때마다 꽃이 피고 지고
하룻밤 자고 날 때마다
손톱만큼 한 뼘씩 자라나는
아기솜털같은 연두빛 이파리들이
바람결에 너울지며
봄이 차오르고 스며드는 소리를 듣는다.
봄이 왔다고
사랑과 죽음을 일컬어
인생이라는 파티에서 만나는 두 불청객 같다고들 하지.
하나는 심장을 멎게 하고
하나는 숨을 멎게 하고
삶의 정수 인간 경험의 정수인 이 둘은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다 떨어지는 동전의 양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들 가운데 하나는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글을 쓰는 일이라고
롤랑 바르트는 고백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 못지 않게
어쩌면 글을 쓰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사랑하는 일이다.
내 마음에
아아 어느새
봄이 훅 들어왔다.
사랑은 봄이다 봄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