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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단상

동네 목욕탕

by 홍재희 Hong Ja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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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드나드는 단골 목욕탕이 또 요금을 인상했다.

동네 목욕탕 답지 않게 사우나 한증막도 있어서 나름 동네에서 럭셔리하다 여겼는데.


코로나 때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3년 전에는 9천원이었는데 그 후 1년마다 천 원씩 가파르게 올라서 이제 만 천원. 9천원이던 시절이 추억이 되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겠구나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목욕비 만 이천 원을 찍을 거같은 불길한 예감이.


십년 전 처음 갔을 때 요금이 6천원이었으니 십년 동안 5천원 올랐다 치면 엄청나게 오른 것도 아니건만. 만 원 들고가서 목욕도 하고 삼각 커피우유를 사 먹고도 돈이 남던 시절은, 만원의 행복은 영영 끝이 났네. 그래도 문을 닫지는 않았잖아! 그게 어디야? 라고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마음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집이 외풍이 세서 겨울이 되면 욕실을 사용하지 않고 목욕탕으로 가는 게 일과다. 자주 갈 때는 일주일에 두 번도 가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자제해야할 듯 싶다. 춥다고 뻔질나게 목욕탕을 들락거릴 수는 없으니 올겨울부터 추위를 모면할 요령과 맷집을 두둑히 길러야겠군.






동네 독립책방에서 산 사진집 '서울의 목욕탕'을 펼쳐든다.


서울이라는 도시 서민의 추억과 애환의 장소. 동네 목욕탕. 서울에 그 많던 동네 목욕탕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남아있는 탕도 언제 문을 닫을 지 모른다고. 24시간 찜질방 사우나에 가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사랑방 구실을 했던 동네 목욕탕의 정취는 대형 찜질방과 사우나가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울동네 걸크러쉬 목욕탕 사장님의 걸죽한 입담과 다정다감한 세신사 언니들과 서로의 안부를 묻는 동네 할머니들을 사랑하기에. 목욕탕이 부디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모두가 이 곳을 같이 지켜주기를.


그나저나 집에서 목욕을 하기 어려운 서민들 노동자들 쪽방촌 어르신들은 목욕탕 요금 팔천 원 만 원도 부담일텐데 어쩌나. 날이 갈수록 살기 더 팍팍해지겠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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