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글을 쓸 때 창작의 쾌감을 맛본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잘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글쓰기에서 창작의 쾌감 따위는 없다. 글쓰기는 작가에게 주어진 과제다. 모든 과제는 목표한 대로 마무리되었을 때에나 쾌감이 느껴질 따름이다. 오늘 이만큼이면 내일이면 다시 그만큼 주어진 할당량을 채워야만 한다. 작가는 주어진 원고 할당량을 다 채워야 마침내 안도한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었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결과도 만족스러워야 한다.
글쓰기는 무모한 집착과 묘한 자신감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글쓰기란 '난 자신 있어'라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속여야만 하는 일이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닦달하고 괴롭히며 씨름하는 일이다. 자발적으로 세상과 단절하여 스스로를 유폐한 후 자신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일이다.
“글쓰기의 철칙. 감성을 살리되 감상적이지 않아야 한다.”
– 풋치니
오늘도 이 문구를 되새기면서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빈 여백에 글자를 하나씩 바삐 손가락을 움직여 노동한다. 마침표를 찍으려면 아직 멀었다. 스트레스받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규칙적으로 유연하게 접근한다.
"글쓰기는 삶과 별개가 아니다.
글쓰기는 곱절로 사는 삶이다.
작가는 모든 일을 두 번씩 경험한다.
한 번은 현실 안에서, 또 다른 한 번은
우리 앞뒤에서 항상 기다리고 있는 거울을 통해서."
–캐서린 드링커 '보웬 애틀랜틱 ' 1957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