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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단상

세상의 모든 외로움을 위하여

by 홍재희 Hong Jaehee



어떤 관계든지 끝나면 빈자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 빈 공간에 꼭 '외로움'이란 이름을 붙여야 할 이유가 뭔가. 외로움 대신 '호젓함'이라던가 '자유'라는 이름은 어떤가. 한가하고 매인데 없는 홀가분함과 같은 중립적인 단어를 붙인다거나 거칠 것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자유로 여길 수 있다면. 빈자리는 또 다른 인연을 향하여 내딛는 첫걸음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텅 빈 충만일 터.


당장은 내 옆에 사람이 없으면 큰일 날 거 같지만 막상 부딪혀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다. '나는 혼자 있을 수 없는 사람이야'라 생각하고 느끼더라도 실제로는 홀로 서는 법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뿐일 수 있다. 헤어진 후 관계의 빈자리에 가슴이 뻥 뚫린 듯한 감정을 느끼는 건 누구나 예외 없다. 하지만 빈 공간을 무엇으로 여길 것인가는 결국 감정을 느끼는 사람의 주관적 해석에 따라 전적으로 달라진다.


둘이 만든 세계는 끝이 나지만 이 세계는 우리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 그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면 모든 만남과 헤어짐은 그 자체로 삶의 지도가 된다. 헤어짐 뒤에 찾아오는 빈자리에 '외로움'이란 딱지를 붙이기 전에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올라오는 감정을 그저 가만히 들여다 보기 바란다. 지나고 나면 그 시간이 외로움에서 한적함으로 자유로 여겨질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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