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입산

by 홍재희 Hong Jaehee





가끔은 이렇게 외도를 한다. 집에서 내다보니 사랑해 마지않는 여름이 왔다. 벌써 여름인가!! 이 찬란한 푸르름이라니. 이런 날 처박혀 일하려니 뭔가 억울했다. 남산 둘레길 목멱골이 지겨워질 때 즈음 사직공원 자락을 따라 인왕산 둘레길. 코 앞에 수려한 인왕산. 멀리 풍성한 백악산(북악산). 산에게 잘생겼다 빼어나다란 말을 쓴다면 바로 이 산들이리라.


도심을 내려다본다. 산에 들어오면 깨닫게 된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거대한 소음 덩어리라는 걸. 멀리 사이렌 소리 자동차 소음이 지글지글 귀청이 터져나갈 듯 끊이지 않는다. 시끄럽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혼돈이다. 그 안에 있을 때는 모른다. 한 발짝 떨어져야 밖으로 벗어나야 들리고 보인다.


숲 속에는 박새 소쩍새 온갖 새소리. 저 아래 민가에서 개 짖는 소리. 땅바닥에 떨어진 버찌를 주워 먹었다. 맛있다. 아무도 없는 숲길 철퍼덕 주저앉아 홀로 떠가는 구름과 살갗을 간지럽히는 햇살과 바람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저 아래 어디선가 누가 흥얼거린다. 약주 한 잔이라도 하신 모양. 세상시름 다 잊고 콧노래가 절로 절로. 청산이 절로 절로. 부러울 것 없네.





옛사람들은 등산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입산이라 했다.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것이다. 산이 문을 열고 그 품을 내어줄 때 옷깃을 여미고 겸허히 안으로 향하는 것이다. 한양성곽 둘레길을 걸으며 흙길을 밟는다. 숲으로 들어간다.



두 시간 반 산행을 마치고 속세로. 타임슬립. 광화문. 양복쟁이 정장들 세상이다. 남들 퇴근할 때 난 일하러. 어디선가 빈대떡 파전 냄새. 배가 출출. 심심한 나물에 얼큰한 만둣국이 당기는 해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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