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는 잘 때도 브라를 한다. 그런 엄마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ㅡ엄마! 왜 브라를 차고 자? 갑갑하잖아
엄마는 평생 습관이 되어서 잘 때도 안 차면 허전하다고 오히려 내가 이상하다 했다. 그러면서 브라를 벗어던진 날 신기하게 바라봤다.
결혼 전에는 가족과 결혼 후에는 한 집에서 남편과 자식과 살아온 엄마는 늘 옷을 갖춰 입고 지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무리 더운 여름일지라도 엄마가 웃통을 벗어젖힌 걸 본 적이 없다.
딸들만 있을 때도 여자끼리라도 속옷은 제대로 입었던 사람이다.
이제 신경 쓸 남편도 없는데 혼자인데도 집 안에서조차 여전히 브라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울 엄마.
아이고 세상에... 불쌍타 울 엄마.
사춘기 때다. 가슴이 솟아오르면서 나는 그만 충격을 먹었다. 아프기도 엄청 아팠지만 내가 가슴이 나오는 여자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엄마가 브라를 하라 했다. 싫었다. 대신 복대나 붕대로 가슴을 칭칭 동여매고 다녔다.
초등학교 때 반에서 조숙한 탓에 일찍 브라를 하고 다닌 동급생 여자애가 있었다.
남자애들 중에 몇몇 못 되먹은 녀석들이 그 애를 괴롭히고 놀려대곤 했다.
몰래 브라끈을 당기고 도망가거나 서로 밀어서 그 애의 가슴으로도 일부러 쓰러지는 척하고 도망가면 그 애는 울음보를 터트리곤 했다.
그 꼴을 볼 때마다 나는 욱해서 남자애들을 머리로 들이받고 싶었다.
초딩 고학년 남자애들은 또래 여자애들보다 한참 유치한 어린 짐승들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난 그때부터 중고등학교 사춘기 내내 여자로 보이는 것도 싫고 여자다워야 하는 것도 싫었던 것 같다. 가슴이 나오기 시작하고 달거리를 하면 몸가짐을 바로 하고 남자들의 시선을 조심해야 한단다라고 가르치는 엄마들 선생들 전부.
싫었다.
아니 내 몸의 변화인데 그게 뭐가 어때서?
그 새끼들이 아니고 왜! 내가 조심해야 하는데?
남의 시선에 왜!
내가 내 가슴을 신경 쓰고 살아야 하는데?
정말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나는 집에서 브라를 전혀 안 한다. 밖에 나갔다가 귀가하면 브라부터 벗어 던진다. 어휴 갑갑해 숨막혀. (남저들이 넥타이 벗어 던지는 거와 비슷할라나?) 나이 먹을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브라가 몸을 옥죄는 이 답답함. 밖에 나갈 때는 대개 몸을 조이지 않는 스포츠 브라 같은 거로 대신한다. 옷에 따라 안 할 때도 있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친구들이 사람들 남자들 시선도 있는데 한 마디씩 한다.
내 가슴 젖꼭지를 뚫어져라 보는 인간은 9할은 남자인데 젖꼭지를 보고 야릇한 상상을 하는 그놈이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잠깐! 놈에게 달린 젖꼭지는 보여도 괜찮고 내 젖꼭지는 감춰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놈은 남자라서 괜찮고 난 여자라서 안된다?
둘 다 젖꼭지일 뿐인데 젖꼭지에도 남녀를 갈라 차이를 두는 건 뭔데?
동일한 대상을 두고 성별 젠더에 따라 규제와 통제 격차를 두는
것. 바로 이런 게 차별이다.
친구들을 비롯해서 주변 여자들은 내게 브라 안 하면 가슴 처지는데…. 라고 걱정 반 잔소리 반. 브라를 해야 하는 이유 중에 브라를 해야 옷태가 난다면서…. 봉곳하니 솟은 가슴 빵빵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섹시하게 보인다면서.
나는 반문한다.
여자 가슴은 왜 처지면 안 되는 건가? 왜? 모든
건 중력을 이기지 못하는데 왜 여자의 가슴만은 인위적으로 조이고 올려서 세워야 하는데?
나를 위해선 내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가슴이고 가슴이 작아도 젖꼭지만 있어도 아무 문제도 없고 애에게 젖을 주는데도 탈 없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내 말을 듣고서 가슴이 작은 한 친구는 난 처질 가슴도 없는데 지랄들하고 있네 란다. 그 말에 우리 둘 다 크게 웃었다.
여성들에게 브라란 자연스러움과 자유를 옭죄는 현대판 코르셋이다.
여자들이 밥을 먹고 체하거나 신경과민이 되는 이유 소화불량에 자주 걸리는 이유 중에는 기슴을 조이는 브라의 영향이 있다고 단언한다.
나이 먹으면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는 건 자연의 이치다. 모든 것은 낙하한다. 가슴도 마찬가지다.
여자의 가슴이 처지듯 남자의 가랑이 사이에 그것도 평소에는 내내 처져 있잖아. 여자의 가슴이 언제나 봉긋 솟아있어야 한다면 남자의 가랑이 사이에 있는 것도 내내 봉긋 서있어야 할까? 네 것도 아닌 내 가슴인데 내가 가슴으로 찜을 쪄먹든 말든 남인 님이 무슨 상관? 브라를 하고 싶은 날은 하고 벗고 싶은 날은 벗고 내 몸 내 맘대로 내 기분대로 있는 대로 생긴 대로 쫌! 살자.
여자에게 가슴이 좀 작네 처졌네 크면 더 좋을 텐데 대놓고 이따구 망발을 늘어놓는 남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속으로만 하세요.
대놓고 떠드는 건 예의 상실이거든요.
그리고 그 가슴 니 거 아니거든?
님 가랑이 사이에 달린 그걸 놓고 여자한테 똑같은 말을 듣는다면 당신 기분은 어떠겠어요 응?
너나 잘하세요.
역지사지라.
노브라네 아니네 흉을 보고 비난할 시간에
한 번
브라 차고 일상생활 극한 체험해보시길.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