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선물_ Gift

천재성을 떠올리며 쓰다

by 홍재희 Hong Jaehee


천재성 또는 천부적 재능을 영어로는 gift라고 한다. 하늘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재능은 하늘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어느 날 슬며시 왔다가 어느 날 말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때로는 하늘이 선물을 도로 뺏어갈 때도 있다. 말 그대로 선물이니까.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 재능을 발휘하다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진 신동. 젊은 날 천재적인 작품을 써내고 그 후 절필한 작가 또는 나이 먹도록 평범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선물을 받고는 창작력에 불타는 예술가도 있는 법. 결국 인생에는 에누리가 없다. 천재라 할지라도 마찬가지. 다 하늘의 뜻이다. 예. 하늘이시여 나는 당신 겁니다.(I'm yours!)


누군가 말했다. 천재성이란 나의 유전자나, 의식계에서 오는 게 아니라 마치 선물처럼 우주의 '정신계' 한 빛이 나의 '의식계'에 연결되어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그래서 그 연결 고리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기에 그 '선물'은 소중하기도 하지만, 위태롭기도 하다고.


오늘 유튜브를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기타가 제 몸집보다 더 커 보였던 열 살 꼬마 정성하 군이 이렇게 폭풍 성장을 했다니. 벌써 열여덟 살. 육 년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 꼬마를 발견했을 때 그 충격이란. 귀를 번쩍 뜨이게 심장을 쿵하게 했던 어린 꼬마의 연주. 가끔 울적할 때면 성하의 연주를 벗 삼아 귀를 마음을 씻어내곤 했었지.


핑거스타일로 연주하는 자도 없고 배울 길도 없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말 그대로 그냥 하늘에서 툭 떨어진 혜성처럼 나타난 꼬마 신동. '천재' 기타리스트. 악보도 없이 유튜브에 올려진 기타리스트들의 연주를 보고 듣고 따라서 제 혼자 기타를 치고 배우고 연주하고 편곡하고 동영상을 올린 아이. 유튜브가 만들어낸(?) 천재랄까나.


그러나 더 이상 솜털이 보송한 아이도 아닌 이제는 변성기도 지나 목소리가 굵게 파였을 이 시골 소년은 겸손하게 이렇게 말문을 연다. "천재"라기보다는 "기타리스트"라 불리고 싶다고. 의젓하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Virginia Heffernan은 성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Sungha seems to have a gift not just for music


but also for finding himself in the center of beautifully composed tableaux.


"'성하'는 음악적 재능뿐만 아니라 아름답게 구성된 작품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찾아내는 재능도 있는 것 같다."


어린 나이에 누가 시켜서도 부모의 강요도 주위의 기대도 아니라 오로지 제 자신이 스스로 원해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쓸데없고 잡스러운 것에 한 눈 팔지 않으며 우직히 그 길만을 따라 제 갈길을 알아서 가고 있는 사람은 어려도 어리지 않다. 그런 자에게는 나이와 상관없는 성숙한 무언가가 있다.


어른이 되어도 제 앞가림 하나 못하고 제가 뭘 좋아하는 지도 뭘 원하는지도 모르며 그저 남을 쫓아가기에 남 눈치보기에 급급한 이들, 나이를 먹어도 제 재능과 욕망과 욕심의 경계도 그 한계조차 구별 짓지 못하며, 방황하고 흔들리며 떼쓰고 징징대는 철 나지 않는 어른애가 판치는 세상에서 가끔 이런 인물을 보면 어지럽던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나는 기타를 치는 길고 큼지막한 남자 손에 대한 로망이 있다. 아니 선망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한때 기타를 독학하려던 시절 나는 너무 빨리 깨달았다. 기타 줄을 잡기에도 벅찬 내 작은 손으로는 내 능력으로는 난 좋아하는 만큼 이상은 할 수 없겠구나. 이 악기를 마치 나 자신처럼 사랑하기엔 거기에 걸맞은 몸도 재능도 타고나지 못했다는 것을.


선망이라는 것은 자기가 염원하나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것. 좋아하나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을 때 생겨나는 마음이라. 하지만 난 관객으로서 음악을 즐기는 마음을 대신 얻었으니 이제는 선망 대신 향유라는 즐거움으로 세상의 천재들을 음악가들을 연주가들을 바라본다.


기타 치는 성하의 손은 가히 예술이다. 내 로망에 딱 들어맞는 성하의 손. 연주도 좋거니와 손만 봐도 눈이 즐겁구나.


벌써 앨범을 네 장이나 발표한 '중견' 기타리스트이자 전도유망한 이 어린 예술가 '정성하'. 네가 앞으로 더 자라 어디까지 뻗쳐나갈까. 그리고 미래에는 네 음악성으로 우리들에게 어떤 차원의 세계를 보여줄지 정말 기대된다. 동시대에 이런 예술가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구나. 성하 군이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기쁨과 슬픔도 고통도 깨우쳐 더욱 풍성한 음악 예술혼으로 거듭나기를. 앞으로도 지켜볼게. 너의 팬이.


아아하.....! 어쿠스틱 기타. 줄이 튕겨 오르는 소리. 손가락이 스치는 찰진 쇳소리. 공기를 가르고 떨리는 줄을 잡는 그 찰나, 그 오르가슴! 글을 쓰다가 잠시 휴식차 모처럼 유튜브를 타다가 써야 할 글은 안 쓰고 딴짓하다가 성하의 연주를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결국 여기까지 왔다. 토미 임마뉴엘 카키 킹 코타로 오시노 오노 요코 스웰 시즌 제이슨 므라즈까지. 허허, 너무 많아 셀 수가 없다. 이쯤 되면 성하의 인기는 선물을 준 하늘이 감동하고도 남겠다.


- 영상을 보다 문득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기타가 생각났다. 집구석 한 귀퉁이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채 죽어가던 이십 년 된 기타. 제이슨과 성하의 연주를 들으니 오늘따라 줄도 끊어지고 음도 맞지 않는 녹슨 고물 기타를 한 번 꺼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MycEFlLDO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