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이 뭐예요?

by 홍재희 Hong Jaehee

1.


연애를 안 하고 산 지 오래되었다.

이따금씩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상형? 사실 이상형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엔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해서 무시하거나 하하 웃고 넘어갔는데.


대개는 이상형 따윈 없다, 고 대답하거나 내 이상형은 죽고 없다, 옛날 사람이라고 대꾸한다. 누군데요? 물으면 데이비드 보위요. 그러면 아하! 라거나 알쏭달쏭 모르는 눈치다.ㅋㅋ


외모 이상형으로는 배 안 나오고 비율 좋아야 한다. 전민철 발레리노 정도 되던가. 아니면 아우라는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 과라고 답해준다. 아시아인이라면 적어도 류이치 사카모토 거나. 그럼 다들 다시는 안 묻는다.

그렇게 나이들 자신 없으면 더 이상 묻지 마라. 귀찮게시리.


2.


이상형에 대해서 말하길

여자들의 경우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이라거나

나만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거나

내가 존경할만한 남자

키 몇 연봉 얼마 자산은 어느 정도

경제력 있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육각형 남자


남자들의 경우에는

내 부모에게 잘할 여자라거나

일도 잘하고 돈도 잘 벌면서 애도 잘 키울 여자라거나

착하고 순종적인데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한 여자가 이상형이라고들 하던데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미안하다) 속으로 코웃음을 치게 된다. 환상 속의 그대를 꿈꾸는 판타지, 추상적인 이상화된 존재에 대한 갈구랄까. 뜬 구름 잡는 소리네, 개 풀 뜯어먹는 소리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2.


흠… 굳이 외모 이상형이 아니라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 됨됨이에 관련된)

내 이상형? 을 한 번 생각해 봤다.


그러니까 한 문장으로 줄이면


“굳이 연애 안 해도 혼자 잘 살 수 있는 사람. “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의존적이지 않고 외로움 잘 안 타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해서

그 일을 즐길 줄 알고

일상에서 자기 관리가 잘 되는 사람

서로 자기만의 시간을 존중하고

혼자 있는 시간에 불안하지 않고 편안한 사람

배려와 존중이 몸에 밴 사람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절제력이 있는 사람

자기가 내뱉은 말을 지키고

잘못에 사과하고 행동에 책임지는 사람

자주 보지 못하더라도 신의가 지속되는 사람


써놓고 보니 나 자신의 모습이자 내가 나에게 바라는 자아상 내가 원하는 친구상이기도 하다. 가장 이상적인 애인이자 파트너는 가장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내 이상형을 말해놓고 나니 주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 간다.

왜 연애 못하는지 알겠다 하겠지.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겁니다.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저는 에너지를 낭비할 여력이 없어요. 제 인생이 더 소중하거든요.

혼자도 잘 사는데 굳이 무슨 연애? 할 맘이 없는 거네 하겠지.

혼자서도 잘 살아야 같이 있어도 잘 지내는 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