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안 해도 혼인하고 머리 올려 족두리 쓰고 상투만 틀면 어른 대접을 해주었다. 한 마을에서 태어나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다가 죽는 것이 인생의 경로였다. 20세기만 해도 사회가 부모가 정해준 대로 군말 없이 따라 살기만 해도 웬만한 문제없이 그대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야 어디 그런가? 그런데도 과거의 방식대로 살라고 하거나 살고자 하거나 살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ㅡ당신은 정녕 인습에 사로잡혀 있군요.
오늘, 이 시대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이다. 누구의 지시나 명령 또는 요구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의 시선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살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 억지로 하면 노예가 되고 기꺼이 하면 자유인이 된다. 자유란 즐길 줄 아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후에야, 진정 자유를 즐기며 어떤 일이든 기꺼이 스스로 할 줄 알아야 비로소 어른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
학교를 졸업했다고 배움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졸업장이 당신의 지성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당신이 가진 부의 총량과 사회적 지위가 당신의 인격을 반영하지도 않는다. 어떤 배움이든 배움이 일어나는 자리가 그 순간이 바로 학교이고 자신에게 무엇이 되었든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바로 스승이다. 이 세계에서 쉼 없이 일어나는 사건과 새로운 경험에 대해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당신은 어른이 아니라 꼰대가 된다. 스무 살인데 어른인 사람을 만나면 주저 없이 스승으로 삼아야 하며 서른 살인데 어른인 사람을 만나면 조건 없이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이 먹었다고 누구나 다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21세기에 나이는 더 이상 어른의 지표가 되지 못한다. 말 그대로 '나잇값'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어른이 되어야 한다. 나이가 어려서 싹수가 없는 사람보다 나이 먹어서도 나잇값 못하는 이들을 더 많이 봤다. 그런 이들을 굳이 어른으로 대접해야 할 까닭이 없다. 제가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어른이라고 착각하며 어린 사람을 싹수없음으로 매도하거나 계도하려는 이들을 보면 나이에 매겨지는 값어치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어릴수록 싹수가 없는 건 당연하다. 이유 있는 반항이건 이유 없는 반항이건 저항은 청년의 권리다. 개김 없는 젊음은 죽은 젊음이다.)
제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이 사회의 정해진 경로를 이탈해 본 적도 없이 부모가 사회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만 꾸역꾸역 살아온 사람들, 결혼을 하거나 자식을 낳거나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성공했다는 것을 어른의 자격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 어른 행세를 하는 웃자란 바보들이 많은 걸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나이 먹어서 나잇값이 헐값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부단히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이로 밀어붙이려 들거나, 제가 가진 것들을 내세우며 가짜 어른 행세를 하는 못난이들이 한심해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