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에

by 홍재희 Hong Jaehee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무엇을 떠올릴 것인가.

후회할 것인가? 미련 없을 것인가? 슬퍼할 것인가? 웃을 것인가?


나는 종종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낼모레면 여든 살이 될 노모와 대화를 하다 또다시 이 생각을 했다. 우리의 대화는 어찌하다 보니 결국 말다툼으로 변질되었고 노모는 날더러 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니까 평생 참고 희생한 당신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마구 역정을 내셨다.


- 수년간 말기 환자 병동에서 일한 호주의 어느 간호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환자들의 통찰을 꼼꼼히 기록해 책을 남겼다. 간호사가 지켜본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았으나 놀랍게도 후회하는 것은 다들 비슷했다. 사람들이 죽기 전 가장 크게 후회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어 살기보다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았더라면' 하는 것이었다 한다.


누구에게나 생은 단 한 번만 주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생의 유한성을 깨닫지 못하고 산다. 정작 삶이 거의 끝나갈 때쯤이 돼서야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꿈을 이루지 못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은 자신의 선택 때문에 꿈의 절반조차 이루지 못한 채 죽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해서?


일을 좀 덜 할걸 하고 후회하는 건 모든 남성에게 나타난 공통점. 남자들은 직장에서 쳇바퀴처럼 도느라, 돈과 성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악전고투하느라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했던 것을, 아이들의 어린 시절과 배우자와의 친밀감을 놓친 것을 깊이 후회하고,


가족과 주위와 불화를 만들고 싶지 않아, 남들과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속마음을 감추고 산 사람들은 임종을 앞두고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내면에 쌓인 냉소와 분노가 병을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죽음 앞에서야 오랜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아쉬워했으나 막상 벗을 만나려 해도 연락처를 알 수 없었다고 한탄했다.


마지막으로 임종 앞에서 사람들은 또 무엇을 후회했을까?


그 무엇도 아닌 스스로를 좀 더 행복하게 놔두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했다.


평생 자신의 꿈을 펼치지도 못했고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고 참고 또 참고 자식을 위해서라며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없애고 자신을 거세하고 산 어머니를 지금까지 하고 싶은 대로 내지르고 산- 어머니의 말대로라면- 내가 진실로 이해하긴 힘들 것이다.


한 번도 제 인생을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할 수도 자유로이 살아본 적도 살아보지도 못한 이 여인을 사람들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존경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욕이 튀어나온다. 이 무슨 개소린가! 어머니란 이름으로 제 자신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성적 존재를 찬양하는 인간들과 이 사회에 저주 있으라.


혹자는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며 남들 다 참고 사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왜 참는가 무엇을 참는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이들은 잘못 알고 있다. 진실로 자신이 원해서 기꺼이 즐겁게 인내하는 것은 행복이자 미덕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인내는 고통이자 억압일 뿐이다. 또한 이들은 원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 것도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종종 망각한다. 선택할 수가 없었노라고 어쩔 수 없었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 삶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자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으며 더 나아가 변명하는 삶을 살게 된다.


게다가 자신의 꿈을 버리면서까지 욕망을 거세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고 살았다고 자위하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낮고 타인의 인정이 필요해진다. 제 삶이 불안할수록 자신의 인생을 남에게 이해받기를 원하고 제 희생에 대한 유형무형의 보상을 원하는 것이다. 제 욕망을 포기했다면서 또 다른 인정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러나 대가나 이해를 바라는 인내가 진실로 이타적인가? 그런 희생이 진실로 남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가? 과연 스스로 행복한가?


아, 나는 그리 살지 않을 것이다. 내 뜻대로 살 것이며 내 감정과 욕망에 충실할 것이며 남 때문에 나 자신을 죽이며 살지도 않을 것이다. 진실로 나를 위해 살 것이며 그리하여 동시에 남을 위해 살 것이다. 진실이 이기적이어야 이타적일 수 있는 법이다.


"어머니. 맞습니다. 저는 당신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랑합니다. 그러니 어머니. 당신의 삶을 이해받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는 다만 어머니 당신이 가지 않은 길을 갈 뿐입니다. 남이 간 길을 쫓기보다는 제가 가고 싶은 길을 갈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