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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인생

여행자의 기록 22

by 홍재희 Hong Jaehee



'멋지다' 또는 '멋있게 산다' 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잘난 척을 하려고 늘어놓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로서는 평소에 생각하지도 예상한 적도 없는 반응이라 이런 말을 들으면 낯간지럽다.

반대로 이런 생각이 든 상대의 머릿속이 늘 궁금해진다.

물론 주변 사람들이 내게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짐작한다.

내가 평소 남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남을 따라 살지 않으며 할 말 다하며 모든 일에 거침이 없어 보여서일 것이다.

홀로 배낭여행을 떠나거나 혼자 캠핑을 가는 날보고 멋있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보이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만나보면 이미지가 다인 사람도 많지 않은가. 나 또한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일 수 있다.

수 년을 가난한 프리랜서로 살면서도 여유롭고 당당한 날 보고서 친구는 뭘 믿고 그렇게 살 수 있는지 신기하다고 부럽다고 말한다.

너 쫌 멋있어! 나도 너처럼 살고 싶다고 비결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비결은 없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사실 멋있게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유행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과거에 사람들은 종교를 통해 세계관을 얻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시대는 종교가 모든 이들에게 삶의 지주가 되어주진 못한다. 그러므로 종교가 아니라면 자신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독서를 통해서든 명상을 통해서든 여행을 통해서든 경험을 축적하고 성찰과 사유를 거듭하여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한다.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창이 있어야 한다. 그 창은 시선 또는 관점이거나 기준 아니면 가치관일 수 있다.

세계를 바라보는 뚜렷하고 독자적인 세계관이 없으면 줏대없이 남들을 추종하고 트렌드만 쫓게 된다.


물른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라는 질문이 없다면 결국 남의 생각일 뿐이다. 핵심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결국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소화해냈으며 그로 인해 내 삶의 방향이 달라졌는가다.


무엇보다 '내 것'이 중요하다.

남의 것을 인용하는 것은 결국 내 것이 아니라 차용에 불과하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것, 나만의 생각만이 내 것이다. 그것이 개성이며 인격이 되며 인품을 만든다.

결국 멋지다라는 것은 멋져보이려고 폼을 재거나 멋있으려고 일부러 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러날 때 멋스럽다.


명품과 비싼 차와 같은 값비싼 사치품과 소비재로 외형으로 자신을 감싼다고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얻은 멋짐은 일회용이다. 돈으로 바른 멋진 인생은 하수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빈 껍데기다.


멋지다라는 수사는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년 또는 어쩌면 평생에 걸치는 과정이다.

오래 걸린다.

인생 전반을 아울러 몇 번에 걸쳐 변용이 일어난다.

결국 멋있다는 것은 삶을 주체적으로 산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멋진 게 아니라 치열한 것이 나중에 멋지게 인식되는 것이다.







페북에서 페친의 글을 읽었다.

그의 글을 읽고 내 삶을 돌아봤다.



'잘사는 것'과 '잘 사는 것'은 다르다. 말장난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잘'과 '사는' 사이에 띄어쓰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로 의미가 다르다. 잘사는 건 돈이 많아 풍족하게 사는 것(rich)이고, 잘 사는 것은 말 그대로 잘(well), 제대로 사는 것이다.


보기 싫은 이를 참아내며 함께 일하지 않아도 되는게 성공한 삶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니체는 하루의 삼분의 이를 자기를 위해 쓰지 못하는 자는 노예라 했고. 이 말이 놀고 먹는 무위도식 팔자라거나 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골라 찍어내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앞만 보는 게 아니라 옆과 뒤도 살필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는 것. 내 삶의 역사적/사회적 좌표를 가늠하고, 신념대로 행동하는 것. 눈치 보지 않고, 변명하지 않고, 바른 신념대로 바르게 행동하는 것. 내가 틀렸을 수도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



ㅡ 누군가 내게 왜 영화를 하느냐 왜 글을 쓰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좋아하는 이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고민하고 사유하며,

노예의 삶을 살지 않는,

나는 잘(rich) 살지는 않아도 잘(well) 살고 있다.

만족스럽다.

그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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