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조사. 파프리카 두 개. 이번주 내내 먹은 시금치 된장국. 꼬마감자 다섯 개. 홍당무 한 개. 청양고추세 개. 양파 사분의 일. 말라비틀어져 가는 셀러리 조금. 우유 한 잔. 끝. 대체 뭘 해 먹는다? 역시 때려 넣어 볶음밥이 진리.
강황가루를 솔솔 넣은 파프리카 카레 볶음밥, 매시드갈릭포테이토라는 긴 이름으로 불리는 결국 으깬 감자. 마요네즈에 발사믹 살짝 올린 셀러리 샐러드. 안 먹으면 쓰레기봉투 직행인 시금치 된장국.
아껴 먹고 알뜰하게 살아도 딱 일주일을 못 가는 듯. 장을 안 봤더니 이거 소진하고 나면 먹을 게 없다. 젠장! 아르바이트비로 어제 장을 봤어야 하는데 엉뚱한 데 지름신이.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내일부터 줄구장창 먹어야 할 판. 에라, 내일은 내일 생각하고 지금은 룰루랄라 맛있게 기분이나 내자.
자장밥 동남아풍 볶음밥 짜장밥 계란밥 카레밥 등 이런저런 볶음밥만 먹다가 질려버렸다. 하나 남은 가지로 뭐 해 먹지.... 남은 파스타면이 떠올랐다.
감 일곱 개에 오천 원. 커다란 신고배 네 개에 오천 원. 단호박 하나천 원에 장보기. 감과 배를 갈아 주스를 만들고 오래 묵어 수분이 빠져 말라가는 가지를 어쩔까 하다가 가지 호박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내 맘대로 가지 단호박 파스타와 시금치 오디 샐러드. 파스타는 뭐든 넣어도 되는 일품요리라 한식처럼 반찬 여러 개 안 만들어도 되니 편하고 좋다. 역시난 뭐든 때려 넣는 걸 너무 좋아해!
오늘은 올리브오일과 마늘을 기본으로 한 파스타로.
시중 마트에서 파는 완제품 토마토소스를 안 좋아하는데 지나치게 달기 때문이다. 그냥 소스는 직접 만든다.
초간단 파스타 요리.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썰은 마늘과 양파를 볶고 노랗게 색이 오르면 가지 볶고 삶은 단호박 썰어 넣는다. 익힌 파스타 면을 넣어 함께 볶는다. 너무 뻑뻑하다 싶음 면 삶은 물을 살짝 섞어준다. 그 위에 로즈메리잎을 송송송 뿌린다.
시금치는 살짝 전자레인지에 돌려 익힌다.싱싱한 식감이 좋아서 10초 정도. 살짝 익은 시금치에 올리브오일이랑 소금으로 조물조물 간하고 그 위에 오디 올리고 치즈 치즈 갈아 솔솔 뿌려주면 끝. 집에 파마산 치즈가 없어서 체다 치즈 가늘게 채 썰어 올렸다. 하지만 파스타엔 파마산이 진리. 아무래도 파마산치즈의 그 풍미를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그 맛이 안 난다. 아쉬운 대로 오래간만에 파스타 요기.먹어볼까요?
헐... 파스타 너무 많이 남았다. 세 끼는 더 먹어야겠다. 이번엔 파스타에 물리겠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