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내 밖에서 밥을 먹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동네 분식집 아니면 마트에서 산 포장 설렁탕을 끓여서 집에서 먹었다. 그랬더니 입맛이 아우성친다. 싱싱하고 가벼운 푸른 채소, 새콤 상큼한 무침 맛이 그리웠다.
동네 마트에서 파래를 샀다. 한 덩이에 천 원. 밥상 위에서 바다를 먹는 그 맛. 알싸한 바다내음.
부추 한 단도 샀다. 나처럼 속이 냉하고 추위를 타는 사람에게는 열이 많고 위장을 보해주는 부추가 좋다. 부추 부추. 언제부턴가 부추가 좋아졌다. 나이 들수록 몸이 알아서 제 몸에 좋은 걸 체질에 맞는 음식을 찾아간다.
천년 전 이제마 선생이 <동의수세보원>에서 갈파했듯이 사람마다 타고난 장기기능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생긴 대로 태고 난대로 살고 먹는 게 답이다. 어릴 때는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따라갔다면 나이 들면 몸이 하라는 대로 마음이 따라가야 한다. 그래야 아프지 않고 뒤탈이 없다.
부추 한 묶음 한 단. 푸짐하다. 그런데 한 사람이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은 게 복병. 뭐 할까 궁리하다 부추를 다 소진하기로. 김치 없이 일주일을 살았다가 사각사각 맛이 그리워 부추 쫑쫑 썰어 오이와 버무려 오이 부추 부침. 달걀말이에 파 대신 부추 넣고 계란말이.
그래도 반 넘게 남았다. 남은 부추로 페스토 한 통을 만들었다. 부추 페스토. 바질 대신 부추를 써도 맛이 그만.
반쪽 남아 뭉그라지던 빨간 파프리카 썰어 파래 무침. 냉장고에서 제 홀로 맛 가기 직전 콩나물 무침도 얼른 꺼내고.
거기다 냉동고에 마른미역 꺼내 불려 미역국 보글보글 끓였다. 쇠고기도 홍합도 넣을 게 아무것도 없어도 그냥 미역국이면 된다. 밥 지을 때 병아리콩 좀 넣어서 모양 구색 좀 맞추면 끝.
싱글력 100%!
날마다 밥상에 달려있다. 살아있으면 스스로 살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남녀노소 구별이 없다. 몸을 살리는 일이 마음을 살리는 일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