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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브런치

by 홍재희 Hong Jaehee



동네에 프랑스와 한국인 부부 국제 커플이 하는 프랑스 빵집이 있습니다. 이따금씩 이곳에 들려 빵을 사곤 합니다.



하루에 네 번 나오는 바게트는 갈 때마다 완판. 듣자 하니 바게트 나오는 시간에 맞춰 예약해 놓고 빵이 나오면 찾아가는 동네 이웃들이 꽤 많다 하더군요. 이 곳의 바게트를 사려고 멀리서 찾아오는 프랑스인들도 심심찮게 봅니다. 바게트 대신 호밀빵을 하나 샀습니다. 빵 가격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집니다. 바게트 가격이 3500원. 가격에 놀라고 건강한 그 맛에 두 번 놀랍니다.



호밀빵을 먹다가 문득,



아주 오래전 독일인 마이스터가 한남동에 문을 열었던 독일 빵집이 떠올랐습니다. 밥처럼 먹는 빵을 내놓는 가게였는데 오래가지 못했죠. 당시만 해도 단맛이 전혀 없는 데다 거칠고 딱딱하기까지 한, 빵칼로 썰어 먹는 빵이란 한국인들에게 생소하고 이질적인 맛이었거든요. 하얗고 달달한 우유식빵에 길들여진 우리네 입맛에 거친 곡물의 식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호말빵이란 맛없다 이걸 왜 돈 주고 먹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빵은 주식이 아니라 맛있는 간식, 밥 대용으로 먹는 디저트로 여기는 한국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겠죠. 큰 우유식빵 하나에 이천 원 하던 시절에 오육천 원이나 하는 코딱지만 한 호밀 식빵은 너무 비싸게 여겨졌고 빵집은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그랬던 시절에서...... 세월이 흘러 흘러

프랑스 빵집에서 바게트와 거친 호밀 식빵을 사가는 남녀노소 한국인들을 봅니다.

오호라! 격세지감. 입맛의 다양화. 밥상의 국제화인가....?



이 블란서 빵집의 바게트와 빵을 먹으면 서양인들이 왜 빵을 주식으로 하는지 알 수 있어요. 디저트가 아닌 밥으로 먹는 빵은 파리 바게트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의 빵과 달리 전혀 달지 않아요.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밥에 설탕을 펑펑 뿌려 먹는 사람은 없지 않나요? 그 거와 같습니다. 담백하고 심심한데 빵을 씹으면 씹을수록 밀 본연의 풍미가 절로 우러납니다. 따끈따끈 갓 나온 바게트 빵은 포슬포슬하고 고소하니 맛있습니다. 뱃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부대끼지도 않아요. 소화가 아주 잘 됩니다. 윤기 좔좔 흐르는 갓 지은 쌀밥은 그 자체로 맛있지 않습니까? 네. 바로 그 맛입니다.






한가로운 주말 아침. 느지막이 뭐 먹을까. 냉장고에 먹을 건 없고 요리하기는 귀찮고 손쉽게 간편히 요기를 하고 싶을 때 나만의 브런치를 해 먹습니다.


동네 불란서 빵집에서 산 바게트나 호밀빵에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 커런트, 딸기잼 또는 버터 아니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땅콩버터나 홀그레인 머스터드소스를 곁들여서,

삶은 달걀이나 치즈를 쓸 때도 있지만,

그 건 때에 따라 구색을 맞춰,

냉장고에 있는 재료에 따라,

견과류도 넣고, 오이 썰고, 새싹 채소, 토마토, 올리브도 넣고,

발사믹 식초 뿌리고 올리브 오일 살짝 두른,

시큼 알큼 싱싱한 샐러드를 먹으면,

아침 겸 점심 밥상 한 끼로 든든 충분합니다.

뭣보다 가스레인지 불 앞에서 조리 안 해도 되니 얼마나 간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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