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상에는 산 자가 많은 가 죽은 자가 많은가?
답: 당연히 산 자가 많다. 죽은 자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문: 이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동물은 무엇인가?
답: 아직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동물.
문: 사람이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 만한 나이는 몇 살인가?
답: 죽음이 삶보다 바람직해 보일 때까지가 아닐까?
문: 삶과 죽음 중에서 어느 쪽이 강한가?
답: 물론 삶이다. 삶이 불행을 많이 만드는 걸 보면 삶이 죽음보다 강한 것이 분명하다.
동방 원정길의 알렉산더는 인더스강까지 진출한다. 그때 그는 포로로 잡은 브라만들에게 이런 문제를 내고 답을 맞히면 물러가고 답이 별로면 죽이겠노라 협박했다. 문답을 주고받은 후 알렉산더는 세상의 이치를 통찰하는 훌륭한 대답을 들었음에도 브라만을 교수형에 처했단다.
브라만을 죽인 이유로 알렉선더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만 보다가 처음으로 죽는 걸 겁내지 않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무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해서 그들을 죽였노라'라고.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옳거니! 이마를 탁 쳤다. 삶과 죽음의 본질을 꿰뚫은 자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비단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없는 게 무력뿐일까. 돈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살 수 없다. 또한 무력과 금전 그 어느 것으로도 그 어떤 부귀영화와 성공을 누린 자라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지혜로운 자가 많은 세상이 더 평화로울까. 부가 넘치고 무력이 강한 세상이 더 평화로울까.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폼나거나 시끄럽거나 바쁘지 않은 고즈넉한 일요일.
밀린 일을 하고 책을 읽고 더러 이것저것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창밖에 해가 지고 있다.
국을 끓이고 생선을 굽고 반찬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고 오늘 한 끼 일용할 양식을 먹는다.
삶은 강하다.
따로 또 같이 즐겁게 사랑하기.
산다는 건 대단하고 특별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
때때로 침묵하며 내면을 향해 걷는 것.
그저 조용히 있는 시간.
말하지 않는 하루.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
소소하고 소중한 일상이
하마트면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질 뻔 했다.
숨 쉴 수 있는 자유. 자유. 자유.
평화로웠다.